작년 영업이익률, 삼양 20% vs 농심 4.7%…수익성 극명히 갈려
올해, 양사 모두 공장 새로 지으며 ‘해외 시장 공격 앞으로’ 기조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라면이 글로벌화 되며 ‘K-라면’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해외 수출 비중에 따라 국내 라면 업체의 지난해 실적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며 향후 라면 시장 판도에 일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에 올해는 라면 업체들이 내수보다 해외로 눈을 돌려 대대적인 글로벌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라면 업계 3위인 삼양식품이 1위 농심의 영업이익을 처음으로 뛰어넘었다.
그동안 업계 부동의 1위로 군림했던 농심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4387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0.8% 늘어나는데 그쳤다.
연간 영업이익은 1631억원으로 1년 전 2121억원보다 23.1% 쪼그라들었다. 통상임금 충당금이 약 90억원 반영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반면 삼양식품은 지난해 약진을 거듭하며 1위 농심의 영업이익을 사상 처음으로 앞섰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7300억원, 영업이익 3442억원을 기록하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를 시현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5% 늘었고 영업이익은 133% 급증했다.
몸집(매출) 면에선 삼양식품이 농심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내실(영업이익)로만 따지면 삼양이 농심에 두 배 이상을 거둬들였다.
이는 양사의 영업이익률을 보면 더욱 확연해 진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전년(12%) 대비 8%p(포인트) 증가한 20%였고, 농심은 2023년 6.2%에서 1년새 더 떨어지며 지난해 4.7%를 기록했다. 양사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4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 “수익성 희비 엇갈려…양사 해외 수출 비중이 분기점”
이처럼 수익성 측면에서 극명하게 희비가 갈린 건 양사의 수출 비중 때문이다.
삼양식품의 경우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출 비중이 2023년 68%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77%로 증가했다. 삼양식품이 만든 라면 10개 중 약 8개가 해외로 판매됐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부터 지속된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도 삼양식품에 호재로 작용했다. 삼양식품은 제품을 해외 현지 생산보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구조인 관계로 환율 덕도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다.
반면 농심은 해외 수출 비중이 지난해 3분기 기준 38%에 불과해 삼양식품에 비해 절반 수준이었다. 여기에 내수 비중은 60% 수준인 탓에 꽁꽁 언 소비심리로 인한 내수 침체의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농심은 올해 해외 수출에 더욱 공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의 선례를 따라 ‘비국물’ 라면 시장 수요를 타깃으로 정했다. 농심은 지난해 9월 야심차게 선보인 ‘신라면 툼바’를 3월 중 중국과 일본에 출시하고 미국에선 월마트에서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여세를 몰아 신라면 툼바 광고 모델로 에드워드 리 셰프를 내세워 글로벌 마케팅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 내 인지도가 높은 에드워드 리를 통해 북미뿐 아니라 매운맛 선호도가 높은 남미 시장 등의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농심은 유럽 시장 확대에도 힘쓴다. 오는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법인 ‘농심 유럽(Nongshim Europe B.V.)’을 설립한다. 유럽 라면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20억달러 규모로, 최근 5년간(2019~2023년) 연평균 12%의 성장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농심의 유럽 매출은 연평균 25%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약 40% 성장했다.
삼양식품도 올해 해외 시장을 둘러싼 농심과의 ‘진검승부’를 예상하고 채비를 갖추는 모양새다.
삼양식품은 수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착공했던 밀양2공장을 6월 내 준공한다는 복안이다. 해당 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면 삼양식품의 국내 연간 면류 생산 능력은 기존 18억개에서 25억개로 늘게 된다.
‘불닭’ 브랜드의 해외 수요가 생산 물량을 넘어서고 있는 만큼 밀양2공장의 가동은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확대에 날개를 달아 줄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 해외시장 둘러싼 올해 ‘라면대전’ 진검승부, 증권가도 주목
국내‧외 시장을 놓고 벌이는 양사의 올해 ‘라면 대전’을 증권가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삼양식품과 관련해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밀양2공장 가동으로 올해 3분기부터 본격적 생산량 확대가 기대된다”며 “올해 내내 매출과 영업이익의 직전 분기 대비 증가 흐름이 뚜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찬솔 SK증권 연구원도 “밀양2공장이 올해 가동을 시작하면 수출 비중이 앞으로 더 오르면서 추가적 마진 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심의 올해 전략과 관련해 한화투자증권 한유정 연구원은 “지난해 기준 농심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21.5%로, 2021~2022년 24~25%까지 확대됐던 것과 비교하면 내려앉았다”면서 “농심의 경쟁력이 악화했다기 보다는 비국물 라면을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하는 구간에 관련 제품의 노출도가 적었던 영향인듯 싶다”고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이어 “농심은 지난해 11월 미국 2공장 가동을 계기로 신규 SKU(재고관리 최소단위) 확대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그 첫 제품이 신라면 툼바”라며 “농심이 이미 미국 라면 시장에서 2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한 만큼 특정한 신제품 한 개가 전체 미국 법인 실적을 좌우할 수는 없겠지만, 높은 커버리지를 갖고 있어 경쟁력 있는 신제품이 출시된다면 추가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