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여객기 참사 계기로 마련…첨단장비 도입·안전투자 확대·정비 강화

[인더스트리뉴스 김기찬 기자] 앞으로 사망 사고가 일어난 항공사에 대해서는 1년간 운수권(항공기 운항권)이 배분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말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정부가 항공 안전 체계를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충돌 시 큰 피해로 이어지는 둔덕 형태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도 제거하고, 버드스트라이크(항공기와 새의 충돌) 예방안도 제기됐다.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항공안전 혁신 방안'을 30일 발표했다.
'항공안전 혁신 방안'에 따르면 사망 사고가 발생한 항공사는 운수권 배분 배제 조치를 받는다. 사고 발생일로부터 1년간 운수권 배분을 전면 배제하고, 1년 후 해당 항공사의 안전체계를 항공교통심의위원회가 진행해 해제 여부를 검토하는 식으로 개편되는 것이다.
만약 사고 발생 후 안전체계 평가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6개월 후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안전체계 평가에서 통과하면 차기 운수권 배분 대상에 다시 포함된다.
다만 사망사고는 테러나 천재지변 등 대외적인 환경에 의한 사고는 제외된다. 안전성에 비례한 항공사 운항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국토부의 취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항공사의 면허 취득 시 납입 자본금을 높인다. 항공사들은 면허 취득 시 항공기를 안정적으로 운항할 수 있는 재무구조를 갖췄다고 국토부에 인증해야 한다.
관련 법에 따르면 면허 취득 시 납입 자본금 요건은 국제선 여객 항공사 150억원, 국내선 여객 항공사 50억원이다. 해당 요건 강화 조치는 연구용역 등을 통해 올해 하반기 확정될 예정이다.
항공사별 항공안전 성과지표인 '항공안전 신호등'(가칭)도 신설된다. 활주로 이탈, 비행 중 엔진 정지 등의 안전 사고에 대한 지표를 마련하고 경보치를 초과한 경우 신규 노선 허가 제한 등이 검토될 것으로 관측된다.
항공사들의 사고 발생 시 제재 조치 등 '채찍'뿐 아니라 안전투자를 확대하는 항공사 등에 대한 '당근'도 부여한다. 구체적으로 항공사의 안전투자 공시 제도도 개선해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우수 항공사는 인센티브도 부여할 계획이다.
항공사들의 비행전·후 점검 및 중간 점검 등 정비시간도 늘리고, '숙련된 정비사'의 기준도 2년에서 3년으로 높였다.
최근 승객이 비상문을 여는 등 돌발상활이 발생했던 만큼 조종사와 승무원의 비상 상황 대응 역량도 강화하고 나섰다. 조종사 근무 시간 기준은 조종사 탑승 인원에서 근무 시간대와 이착륙 횟수 등도 고려하도록 하는 등 피로도 관리에 중점을 둬 개선한다.
객실 승무원의 호칭은 '객실 안전 승무원'(가칭)으로 바꾸고 교육 훈련을 강화한다.
'선(先) 항공안전, 후(後) 항공운항' 프로세스를 정립하기 위해 신규 노선 사업 허가 시 안전성 검토 절차도 강화된다. 인력·운항·정비계획 등 중요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노선 신설을 허가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버드스트라이크 예방을 위한 조치도 강화됐다. 국토부는 현재 공항별 최소 2명인 조류충돌 예방 전담 인력은 4명으로 늘리고 무안공항은 12명까지 순차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공항 반경 3∼8㎞인 조류유인시설 관리구역은 13㎞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공항 시설 개선과 조류충돌 방지 예산으로 약 2500억원의 추경 예산을 국회에 제출했다. 또한 향후 무안공항에 조류탐지레이더를 시범 설치하고, 전담 인력 및 장비를 확충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지난 1월22일 발표한 전국 7개 공항 9개 방위각 시설에 대해서는 부러지기 쉬운 경량 철골 구조로 전면 고체한다. 무안·광주·여수 등 6개 공항은 둔덕제거, 경량 철골 구조 재설치 등의 조치를 연내 완료할 방침이다.
한편 항공업계 사이에서는 지난해 말 사고 이후 종합 대책이 발표된 만큼 정부 조치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운수권 배분 제한 등의 내용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 등의 요구 사항은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토부의 이번 조치는 전체적인 항공사들의 관리 및 정비 부실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항공업이 안전과 관련해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