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법 개정인가”…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에 “현실성 없는 규제” 반발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6.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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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기준에 맞춘 규제, 오히려 강화…시대 흐름 역행”
유통업계‧소비자 양측서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 잇따라
민주당 내에서도 “공휴일 강제 휴무 신중해야” 쓴소리
지난 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여권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추진 움직임에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오세희 의원(비례)이 발의한 해당 개정안은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일을 반드시 ‘공휴일’로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유통업계와 소비자 양측 모두에서 ‘현실성 없는 규제’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세희 의원이 지난해 9월 대표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해당 개정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되, 이해당사자와 협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는 현행 법조문에서 중간 내용을 삭제하고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못 박았다.

이같은 개정안이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된다면 대형마트는 공휴일에 영업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온라인 배송조차 불가능해진다.

이는 이미 이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 생태계에서 오프라인 중심의 대형마트에게 적지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일부 매장에서는 평일과 공휴일 매출 차이가 3배 이상 나기도 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지방자치단체 조례 개정으로 ‘평일 휴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화한 최근의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새 서울, 대구, 청주, 부산 등 여러 지역에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조정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법도 지키고 소비자 편의도 동시에 높일 수 있도록 현실성 있게 제도 개선이 이뤄져왔다.

실제로 2023년 2월 대구광역시를 시작으로 각 지자체 조례가 개정되면서 현재 이마트는 156개점 중 63개점, 롯데마트는 111개점 중 39개점, 홈플러스는 126개점 중 50개점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정해 시행하고 있다.

 

◆ “공휴일 의무휴업은 생활 편의성 저하로 직결될 것”

앞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제도는 유통시장에서 대형마트의 매출 비중이 압도적이던 2012년에 만들어졌다.

당시 대형마트가 국내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40%대였지만 현재는 이 비중이 10%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통시장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한 지금의 상황에서 과거 기준에 초점을 맞춘 규제를 오히려 강화하는 이번 개정안은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더구나 소비자 불편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와 가족 단위 고객들이 주말에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공휴일 의무휴업은 생활 편의성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키즈카페, 음식점 등 부속시설 이용까지 포함한 소비자 편의가 제한된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이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개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오세희(비례) 의원./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오세희(비례) 의원./사진=연합뉴스

반면 해당 법안을 발의한 오세희 의원은 지난 9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요일에 두 번 쉰다고 해서 꼭 적자를 보는 것은 아니다. 그건 그들의(대형마트) 입장”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오 의원의 이같은 언행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분출되는 실정이다.

장철민, 전용기 의원 등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전통시장이 없는 지역 주민들에게 대형마트는 생활 인프라”라며 “공휴일 강제 휴무는 신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오 의원의 법안이 여당의 당론이 아니고 대통령실과도 조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제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후 실용주의와 경기 회복을 강조해온 만큼 이번 개정안이 소비 위축과 유통산업 경쟁력 저하를 불러올 수 있어 최종적으로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그럼에도 대형마트들은 공휴일 의무 휴업이 법제도로 현실화될 지 모른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에도 임대 매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있다”며 “매출이 가장 높은 공휴일에 마트가 문을 닫으면 이들도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도대체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이 법(개정안)은 진정 누구를 위한 법인가”라고 반문했다.

대형마트의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이번 개정안처럼 특정 업태만을 겨냥한 규제는 유통 경쟁의 형평성을 심각하게 해칠 것”이라며 “진정한 상생을 위해서는 소비자 편익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유연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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