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중국외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1~3월 누적 K-배터리의 시장 점유율은 40.3%였으나 1~4월 누적 성적표에선 40% 선이 깨진 39.7%로 잠정 집계됐다. 지속적인 점유율 축소 현상이 있었으나 40% 이하로 내려앉아 K-배터리의 경쟁력 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일본과 유럽, 미국 등 주요국에서 현지 업체 및 중국계 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K-배터리 수주 경쟁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K-배터리 3사는 고에너지밀도 원통형 배터리, 고출력 전고체 배터리, LFP 기반 ESS 배터리 등 차세대 제품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술 격차를 다시 한 번 벌리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유럽과 북미 등 주요 시장에 생산 거점을 확대해 공급망 안정성과 고객 신뢰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과 유럽의 자국 중심 배터리 생태계 재편 흐름 속에서 ‘비(非)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는 점은 K-배터리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과 맞물리면서, 기술력과 품질을 겸비한 K-배터리가 다시 한 번 주목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시장 점유율 하락이라는 추세는 위기이자 전환점으로, 향후 기술 주도권 확보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응이 K-배터리의 반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중국외 글로벌 시장 K-배터리 시장 점유율 40% 선 무너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4월 판매된 글로벌(중국 제외) 전기차(EV, PHEV, HEV) 탑재 배터리 총 사용량은 약 132.6GWh로 전년 동기 대비 26.8% 성장했다.
2025년 1~4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5.1%p 하락한 39.0%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15.6%(23.9GWh) 성장하며 2위를 유지했고 SK온은 24.1%(13.4GWh)의 성장률을 기록해 3위에 올랐다. 반면, 삼성SDI는 11.2%(10.3GWh)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의 하락세는 유럽 및 북미 시장 내 주요 완성차 고객들의 배터리 수요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기차 판매량 따른 K-배터리 3사의 배터리 사용량을 살펴보면, 삼성SDI의 배터리 사용량은 주로 ▲BMW ▲아우디 ▲리비안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BMW의 경우 i4, i5, i7, iX에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됐고 특히, i4와 i5의 판매량이 호조를 나타냈다.
한편, 리비안은 R1S, R1T가 미국에서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지만 타사의 LFP배터리가 탑재된 스탠다드 레인지 트림이 출시되면서 삼성SDI의 배터리 사용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우디의 경우 PPE플랫폼을 탑재한 Q6 e-Tron의 판매량이 확대됨에 따라 Q8 e-Tron의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아우디의 SDI 배터리 사용량은 6.2%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SK온의 배터리 사용량은 주로 ▲현대자동차그룹 ▲포드 ▲메르세데스 ▲폭스바겐 등의 순으로 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전기 승용차인 아이오닉5와 EV6 페이스리프트 이후 회복세를 보였고, 포드는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F-150 라이트닝이 견조한 판매량을 이어갔다. 이와 함께, 폭스바겐 ID.4, ID.7의 판매량 호조가 SK온의 배터리 사용량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은 주로 ▲테슬라 ▲폭스바겐 ▲쉐보레 ▲기아 등의 순으로 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의 판매량 부진으로 테슬라의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사용량이 23.3% 감소했다. 한편, 폭스바겐의 ID시리즈, 기아의 EV3 판매 호조와 얼티엄 플랫폼을 적용한 쉐보레 이쿼녹스, 블레이저, 실버라도 EV의 북미 판매가 확대됨에 따라 총 사용량은 146.4% 증가했다.

◆ 파나소닉 美 관세 대응 나서… CATL 견조한 성장세 유지
주로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은 올해 배터리 사용량 9.4GWh를 기록하며 8.7% 감소해 5위에 머물렀다. 파나소닉은 최근 미국의 강화된 중국산 배터리 및 원자재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북미 지역 내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파나소닉은 중국산 소재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소재 확보 및 현지 조달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향후 북미 지역에서의 배터리 사용량 회복과 안정성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36.0%(39.3GWh) 성장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견고히 유지했다. 중국 현지 OEM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요 OEM들 다수가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BYD는 중국외 시장에서도 127.5%(9.1GWh) 성장률을 기록하며 6위를 기록했다. 배터리와 함께 전기차(BEV+PHEV)도 자체 생산하는 BYD는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기차를 시장에 선보이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BYD는 해외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위해 현지 생산 및 공급망 확충에 나서고 있으며, 특히 한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유럽 내 중국계 배터리 기업들의 공격적인 진출과 현지 생산 투자 확대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CATL, BYD 등 주요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생산 속도를 앞세워 현지 완성차 고객사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고에너지밀도 배터리와 차세대 배터리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유럽 내 합작법인 설립과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공급망 안정화와 시장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