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고습에 강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등장… 상용화 꿈 이뤄질까?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5.04.0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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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김동석 교수팀, 보호 필름 입혀 110도 공정 온도 견디는 내열 태양전지 개발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가로막는 최대 난제 중 하나가 장기적인 실외환경에서의 고온·고습에 대한 안정성 확보이다.

UNIST 탄소중립대학원 김동석 교수팀. (사진 왼쪽부터) 김동석 교수, 이재휘 연구원(공동 제1저자), 신윤섭 박사(공동 제1저자) [사진=UNIST]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상용 실리콘 전지보다 이론적으로 태양광을 전기로 전환하는 효율이 높고, 비용이 저렴한 차세대 전지이다. 실험실 수준에서는 이미 27%의 효율을 기록해 상용화된 실리콘 전지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차기 태양전지로 각광 받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이뤄내기 위해 다양한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내열성이다.

야외에서 장기간 작동하는 전지 특성상 전지를 수분, 산소로부터 보호하는 필름으로 감싸야 하는데, 실리콘 전지와 달리 110℃까지 치솟는 공정 온도를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tBP를 새로운 유기 소재나 도펀트로 대체하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됐으나, 고온·고습 안정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최근 국내 연구진이 전지에 보호 필름을 입힘으로써 찜솥 같은 환경에서도 1,000시간을 버틸 수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에 성공했다.

에틸렌 카보네이트를 첨가해 만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셀과 모듈의 광전변환 효율. 에틸렌 카보네이트를 쓴 전지는(target) tBP를 쓴 전지(control)보다 광전변환 효율(PCE)이 뛰어났다. 또한, 이번에 개발된 전지는 그간 보고된 tBP 없는 전지 중 가장 높은 효율을 기록했다(좌단 별표). [자료=UNIST]

온도 85℃, 습도 85%에서 1,000시간 작동에도 초기효율의 85% 이상 유지

UNIST 탄소중립대학원 김동석 교수팀은 경상국립대학교 이태경 교수팀과 태양전지에 보호 필름을 입히는 고온 공정을 버티는 내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내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25.56%의 높은 초기효율을 보였으며, 85℃, 85% 상대습도에서 1,000시간을 작동한 뒤에도 초기효율의 85% 이상을 유지했다.

연구팀은 tBP(4-tert-Butylpyridine)대신 에틸렌 카보네이트(Ethylene Carbonate)라는 물질을 사용해 내열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를 만들었다. tBP는 태양전지 정공수송층 부분에 넣는 첨가제이다.

에틸렌 카보네이트 첨가로 인해 태양전지 내구성 향상. 정공수송층의 유리전이 온도 측정 결과(좌측 상단), 광조사 및 고온 환경 전기적 특성 비교 결과, 85℃ 고온 및 85% 고습 환경에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와 모듈의 내구성 평가 비교 결과 [사진=UNIST]

이 물질은 효율은 올리지만, 정공수송층의 유리전이 온도를 80℃ 이하로 낮춰 전지가 고온을 견디지 못하게 한다. 유리전이는 정공수송층이 액체 상태에 가까워지는 현상이다.

에틸렌 카보네이트로 만든 전지는 25.56%의 광전변환 효율(PCE)을 기록했다. 이는 tBP를 쓰지 않는 전지 중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이다.

에틸렌 카보네이트의 성능과 에틸렌 카보네이트를 넣어 만든 정공수송층의 성능. 리튬비스마이드 도핑제의 용해도 비교(우측 상단), 에틸렌 카보네이트를 넣은 경우 용해도가 개선돼 잔류 리튬비스마이드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다(상단 가운데, 좌측 상단). 정공수송층의 광학적 특성 비교 결과(좌측 하단, 하단 중앙) 정공수송층 박막의 표면 형태 비교 결과 [자료=UNIST]

또한, 보호 필름을 입히는 봉지(encapsulation) 공정을 거쳤을 때도 효율 저하가 거의 없다. 봉지된 전지를 85℃, 85% 상대습도의 국제 표준조건에서 실험한 결과, 1,000시간 후에도 21.7%의 효율을 유지하는 우수한 내구성을 보였다. 정공수송층의 유리전이 온도도 125℃까지 올라갔다.

에틸렌 카보네이트의 고성능 원인 분석. 리튬비스마이드 도핑제와 에틸렌 카보네이트 간의 용매화 복합체 형성 반응 메커니즘 및 화학적 상호작용 분석 결과 [자료=UNIST]

이 전지는 100cm² 면적의 모듈로 제작됐을 때도 22.14%의 높은 효율을 보였다. 에틸렌 카보네이트가 tBP만큼 리튬비스마이드(LiTFSI) 도핑제를 균일하게 잘 녹일 수 있기 때문이다. tBP는 정공수송층에 LiTFSI를 잘 녹도록 돕는 물질로, LiTFSI가 잘 도핑되면 정공수송층의 전하 전달 성능이 향상돼 전체 태양전지의 효율이 높아진다.

김동석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높은 효율을 유지하면서도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태양전지 정공수송층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이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실용화를 위한 결정적인 진전을 이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UNIST의 신윤섭 박사와 이재휘 석·박사 통합과정 대학원생, 경상국립대학교 이동규 석·박사 통합과정 대학원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 및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 결과는 친환경 에너지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에너지와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IF 32.4)에 4월 7일 출판됐다(논문 제목: Damp-heat stable and efficient perovskite solar cells and mini-modules with tBP-free hole-transporting 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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