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진보매체 “문제 커지기 전에 대통령실과 오 수석이 직접 상황 정리해야”
“‘공직자 도덕성’ 처리 향배에 따라 이재명 정권 허니문 기간도 결정될 것” 전망도

왼쪽부터 우상호 정무수석, 강 비서실장, 오광수 민정수석,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 대통령은 아직 선거의 ‘여독’이 채 가시지도 않았겠지만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참모들을 임명하고 G7 참석을 결정하는 등 숨 가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보면 ‘우리에서 풀려난 사자’같기도 하다. 권력 획득에 대한 집요함도 있었겠지만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등을 거치며 쌓은 자신의 행정경험 노하우를 국가 통치에도 적용해 보고 싶은 ‘순수한 욕망’이 읽히기도 한다.
사실 현 정치권에서 이 대통령만큼 ‘대통령 학습’이 잘 된 인물은 거의 없다고 할 것이다. ‘지식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시민 작가가 국무총리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지만 행정경험 면에선 이 대통령이 ‘원톱’이라는 게 여권의 대체적 인식이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기대치도 상당히 높다. 그런데 지난 9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아 조금 의외이기는 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실시된 첫 국정수행 전망 조사에서 긍정 58.2%, 부정 35.5%를 기록했다(9일 발표 리얼미터).
이는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윤석열 전 대통령보다는 높았지만 문재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앞서 같은 조사기관의 역대 대통령 취임 후 발표한 첫 국정수행 전망 수치를 살펴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52.7%, 문재인 전 대통령은 74.8%, 박근혜 전 대통령은 64.4%를 기록했다(이번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8.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똑같이 대통령 탄핵 뒤 집권한 문재인 전 대통령 기대치(74.8%)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수치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정치적 부담’인 것만은 분명하다.
여전히 정책 포퓰리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함께 더불어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향한 ‘국회 다수의석 독재’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도 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대통령을 둘러싼 재판이 중지되거나 유야무야 되는 등의 문제도 이재명 정권의 안정성을 불안하게 보는 요소이자 기대를 높게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이 집권 초기 확실하고 구체적인 개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정권 내내 ‘독재 프레임’에 갇혀 저항과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최근 “국민과 야당, 언론이 최소 1년은 허니문 기간을 보장해 주실 것을 부탁 말씀 드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론이나 여론은 1초를 참지 못하고 조급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지난 역대 정권에서 무수히 나타났다. 과거 정치권에서는 집권 6개월에서 1년을 새 정권의 허니문 기간으로 보는 관례가 있었지만 실제 행해진 사례는 많지 않다.
새 정권 허니문의 관례가 깨졌다고 누구나 인정하는 사건은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직후 일어났다. 김 전 대통령은 이른바 ‘DJP 연합’에 의해 1998년 탄생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를 첫 국무총리로 지명했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5·16 쿠데타 가담 경력 등을 이유로 인준을 거부했다.
이로 인해 김종필 명예총재는 ‘총리서리’라는 꼬리표를 달고 무려 5개월 이상 총리직을 수행하다가 위헌 시비에도 휩싸이는 등 진통을 겪었다. 그 후 노무현(탄핵) 이명박(촛불집회) 박근혜(국정원여론조작사건) 전 대통령들도 허니문다운 허니문을 누릴 수 없었다.
역대 정권에서 허니문이라는 일종의 ‘평가 유보 기간’이 사실상 사라진 것은 여소야대라는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있었다. 야당이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집권 초기부터 정권을 흔들어 대는 방식으로 탈출구를 모색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재명 정권은 ‘안온한’ 허니문 기간을 누릴 수 있을까. 일단 정치적 상황으로 볼 때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정권 사상 최대의 범 여권 프리미엄(184석)을 안고 출발하기 때문에 허니문도 누릴 가능성이 높다.
비상계엄과 탄핵, 대선 참패 등으로 지리멸렬중인 현재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할 수 없이’ 허니문 기간을 선사해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여대야소의 혜택을 톡톡히 누릴 입장에서 이 대통령의 새 정권 허니문은 당분간 지속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허니문에도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겼다. 바로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과거 친구를 통해 아내의 부동산을 차명으로 관리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부동산은 소유주가 오 수석의 친구였던 탓에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에서도 누락돼 재산 은닉 의혹까지 제기됐다.
9일 주간경향의 보도 등에 따르면 오 수석의 아내 홍모씨는 2005년 오 수석의 친구 A씨에게 경기 화성시 신동의 토지와 건물을 팔았다. 통상의 매매가 아니라 ‘부동산 명의신탁’이었다. 홍씨가 2007년 A씨 측과 ‘홍씨가 요구할 경우 부동산 소유권을 홍씨에게 돌려주기로 했다’는 각서를 썼다.
문제는 A씨가 부동산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더욱 커졌다. 홍씨는 2020년 A씨를 상대로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A씨 명의의 부동산 등기를 말소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부동산 소유권은 다시 홍씨에게 돌아왔고 현재 오 수석의 아들에게 증여됐다.
이 부동산은 오 수석의 검찰 고위급 재직 시절 재산공개에서 누락됐다. 오 수석은 2012년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2015년까지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이 됐다. 하지만 부동산이 A씨 명의로 돼있던 만큼 재산을 공개할 수는 없었다. 명의신탁 자체도 불법인데 고위공직자가 재산을 신탁한 경우라도 신탁 사실을 공개하도록 하는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까지 있는 셈이다. 나아가 오 수석이 명의신탁 사실을 피하기 위해 불법으로 재산을 은닉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오 수석의 아내가 오 수석이 퇴직한 이후 소송을 제기해 소유권을 되찾아 온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오 수석은 잘못을 인정했다. 오 수석은 언론 인터뷰에서 "어른들이 기거하려고 주택을 지으시면서 딸(아내) 앞으로 해놨다"며 "기존에 살던 주택이 처분이 안 되는 상황에서 복수 주택이 됐고 A씨에게 맡겨놨던 것이 사달이 났다"고 했다. 오 수석은 거듭 "부끄럽고 송구할 뿐이고 거듭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이 문제가 이재명 정권 출범 초기 허니문의 기간을 결정할 주요 변수라고 여겨지는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오 수석의 차명재산 관리 의혹이 진보매체쪽에서 먼저 제기되었다는 점이다. 야당이나 보수언론에서 의혹을 터뜨렸다면 진보진영도 정치적으로 대응할 명분이 생기지만 이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진보진영에서 제기된 것이라 대통령실도 정색하고 맞서기가 쉽지 않다.
한겨레는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 말을 인용해 “보도된 내용만 봐도 ‘사정기관의 사정기관’이라 불리는 민정수석으로서의 자질은 부족한 것 아니냐.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대통령실과 오 수석이 직접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보도했다. 사실상 오 수석의 퇴진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일각의 문제제기에 대해 “그건 해석의 영역이다. 오 수석이 해명을 피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았느냐”고 말하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오광수 수석 차명재산 관리 의혹은, ‘공직자 도덕성’이라는 역대 정권이 피할 수 없었던 아킬레스건이라는 점에서 이재명 정권 출범 초기 연착륙을 위해 중요한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민정수석은 공직기강을 유지하고 사정기관을 감독하는, 이재명 정권의 ‘암행어사’라는 점에서 그 수장의 도덕성이 공직 사회의 윤리 기준에 못 미친다면 업무 수행에도 결함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대통령실의 주요 수석비서관에 대한 검증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도 향후 논란이 지속될 수 있다. 오 수석이 인사검증 단계에서 자신의 재판이나 소송 문제를 전부 써내야 함에도 이를 이행치 않아 대통령실도 검증의 핵심 사안을 놓쳤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상황은 더욱 꼬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오광수 민정수석의 차명재산 관리 의혹에 대한 ‘처리’가 이재명 정부 인사의 첫 시험대가 되는 것은 물론 향후 새 정권의 허니문 기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일부 의원들이 ‘정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오광수 민정수석 건은 인사청문회 대상이면 문제가 증폭되면서 본인이 버틸 수 없을 것인데, 인수위도 없이 정권이 출범한 만큼 철저한 검증을 할 물리적 시간이나 체계적 시스템도 부족했다”라고 밝히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철저한 능력주의 인사를 한다. 혹시 오 수석 본인이 직접 소송 문제를 밝히지 않았다면 정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대통령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사퇴를 시키게 되면 대통령도 실수를 자인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더 정치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일단 그냥 가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의욕적으로 출발하고 있는 이재명 정권에 오광수 민정수석 차명재산 관리 의혹은 ‘공직자 도덕성’을 가늠하는 일종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오 수석 논란의 결과가 이재명 정권의 허니문 기간을 앞당기거나 없애는 트리거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