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계엄 정당하다" 담화문 왜 발표했나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4.12.1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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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분간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합법성 주장
진영대결로 몰아가 지지층 결집 노렸다는 해석도
보수층 '이재명 집권 저지'로 대응하면 갈등 재연될 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지난 나흘간의 '칩거'를 깨고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약 29분간 7천여 자 분량의 긴 담화에서 시종일관 거대 야당을 비난하고 계엄이 대통령 고유의 통치 행위라는 논리를 폈다. 윤 대통령의 담화 내용이 알려진 뒤 정치권은 충격에 빠졌다.

윤 대통령 담화의 핵심은 왜 자신이 계엄 선포를 할 수밖에 없었느냐는 이유와 그 정당성의 설파였다. 윤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에 대해 '민심을 너무 모른다'는 비판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에 대한 시중의 비판적 여론을 모르는 것이 아닐 텐데 도대체 왜 그는 초지일관 비상계엄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국민들을 설득하려 하는 것일까. 가장 먼저 제기되는 것은 곧 다가올 탄핵 심판과 수사를 앞두고 방어 논리를 미리 공개해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해 여론전을 펼치려는 의도다.

현재 보수층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대선 불복과 탄핵 남발 등 국정혼란 때문이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윤 대통령 또한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로 국정이 마비된 상황을 '사회 교란으로 인한 행정 사법의 국가 기능 붕괴 상태'로 판단해 대통령으로서 통치 행위로 계엄령을 발동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보수층의 주장을 등에 업고 지지층과 한 깃발 아래 모여 '대야 투쟁'의 선두에 서기 위해 일종의 '선포식'을 한 셈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해제 이후 일단 끓어오르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한동훈 대표의 방문을 허락하고 그에게 '권력이양'을 일임하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그것이 일종의 시간벌기용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이번 담화를 통해 탄핵을 유도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지지층을 결집시켜 보수-진보의 진영대결로 끌어갈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빚어질 국론분열의 피해와 국가위기 상황 지속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생각해보면 윤 대통령의 장기 '참호전'이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법률가이기도 한 윤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통해 스스로를 공개 변론했다는 해석도 있다. 윤 대통령이 '12·3 계엄사태'와 관련해 12일 내놓은 담화에는 검찰·경찰·공수처가 수사 중인 내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이 담겼다. 계엄 선포 당일 자신의 지시 사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이 없었고 폭동이 발생하지도 않았다며 형사적 책임에 선을 그은 것이다.

수사기관들이 윤 대통령에게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를 적용해 경쟁적으로 전방위 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섬에 따라 향후 수사기관들의 대응도 주목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수사 과정에서도 이번 담화에서 밝힌 논리를 토대로 무혐의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아직 조사해야 할 관련자들이 많이 남은 가운데 윤 대통령의 발언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 '말맞추기'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수사기관이 주요 관계자 소환 등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아직 조사가 안 된 관련자들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미 진행이 된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계엄 관계자들이) 모두 국회에 나와서 공개적으로 다 얘기한 상황에서 (수사기관에서) 진술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12일 공개적으로 자신의 '무죄'를 천명함에 따라 탄핵 여부와는 별개로 앞으로 보수와 진보의 치열한 '법리전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수층이 '이재명 집권 저지'를 위해 지지세를 재결집하며 조직적인 대응을 할 경우 비상계엄 정국은 또 다른 이념 갈등과 국론분열을 야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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