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서 발 빼는 이통사들…'전력 외' 사업으로 전락할 듯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4.12.1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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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이프랜드' 약 4년여만에 서비스 종료…1년새 이용자 수 반토막
KT '메타라운지'‧'지니버스' 올해 이미 철수… "가시적 성과 없어"
LGU+ '메타슬랩' 출시 기약 없어…이통사 중 유일하게 서비스 유지
이통사 ‘AI 퍼스트' 따라 미래사업 전략서 메타버스 '전력 외' 취급
SK텔레콤이 2021년 7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론칭하며 사용한 이미지(위)와 종료를 알리는 이미지./SK텔레콤
SK텔레콤이 2021년 7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론칭하며 사용한 이미지(위)와 종료를 알리는 이미지./SK텔레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가상공간 안에서 간접 체험을 통해 브랜드 친숙도를 높이고 고객 접점도 넓힐 수 있어 각광받던 ‘메타버스’ 플랫폼이 사양 산업으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로 한때 붐을 이뤘지만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거품이 꺼진데다, 메타버스 사업 선봉에 섰던 이동 통신사들이 관련 서비스들을 하나둘 종료하면서 침체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7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전날 공지를 통해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를 내년 3월 31일부로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이프랜드는 SKT가 지난 2021년 7월 야심차게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SKT는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이프랜드를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시키며 글로벌 서비스로 확장을 꾀했다.

하지만 최근 이용자의 급격한 감소와 사업 확장성 부재 등의 이유로 출시된 지 약 3년 8개월 만에 이프랜드는 결국 쓸쓸히 퇴장하게 됐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프랜드의 지난달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3만4000여명에 그쳤다.

이프랜드 올해 1분기 이용자 수는 59만8000여명으로 지난해 1분기 118만3000여명과 비교하면 1년 새 반토막났다.

이같은 현상은 여타 이통사들도 다르지 않다. 이통사 '빅3' 중 메타버스에서 가장 먼저 발을 뺀 업체는 KT다.

KT는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라운지’와 ‘지니버스’를 각각 올해 4월과 8월에 종료했다.

메타라운지는 KT가 지난 2022년 12월 출시한 B2B(기업간거래) 메타버스 서비스였다.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기관 등을 위한 맞춤형 메타버스 플랫폼을 제작해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고객사 확보 측면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KT는 출시 약 1년 반 만에 결국 사업을 철수했다.

지니버스 경우도 지난해 3월 선보였지만 시범 서비스 약 1년 5개월동안 입점한 업체가 한 곳도 없을 정도로 성과를 내지 못하며 끝내 서비스를 접었다.

KT 관계자는 “지니버스는 메타버스 기술 확보를 위해 오픈베타 형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왔던 것으로, 오픈베타 서비스가 끝나 종료한 것”이라며 “베타 서비스라 실제 입점한 업체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KT가 운영하던 B2B,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메타버스 플랫폼은 모두 종료된 상황이다. KT는 향후에도 메타버스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 중 LG유플러스만 ‘키즈토피아’, ‘유버스’ 등 메타버스 서비스를 지금까지 유지하며 명맥을 이어가는 중이다. 다만 LG유플러스 역시 기업용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슬랩' 출시에 대한 기약은 없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메타슬랩은 베타 버전 상태에서 수집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기술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관련한 개발 협력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7월25일 SK텔레콤 본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AI 사업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7월25일 SK텔레콤 본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AI 사업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 메타버스, 이통사 ‘전력 외’ 사업으로 전락

이통사들의 메타버스 서비스는 각 사가 우후죽순 경쟁하듯 시장에 내놨지만 결국 대중이 관심을 가질만한 ‘킬러 콘텐츠’를 발굴하지 못하며 실패한 사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은 ‘AI 퍼스트’를 외치는 최근 이통사들의 기조에 따라 미래 사업 전략에서 ‘전력 외(外)’로 분류되는 분위기다.

SKT 관계자는 “글로벌 AI(인공지능) 컴퍼니로서 당사 역량을 AI에 집중하고자 축적해 온 메타버스 역량을 AI와 융합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AI 컴퍼니로의 도약을 위해 메타버스 경험 및 기술을 AI 시너지 관점에서 활용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 역시 “AI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을 본격화하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메타버스 등 다양한 신사업들을 면밀히 검토해 기존 사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거나 사업의 확장 및 축소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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