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제기간 동안 이통 3사 보조금 경쟁 …향후 더욱 격화될 가능성 ↑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SK텔레콤의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가 14일로 종료되면서, 이동통신 3사 간 고객 유치전이 총력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해킹 사태 이후 대규모 이탈 사태에 직면한 SK텔레콤은 각종 혜택으로 가입자 붙잡기에 나섰고, 반사이익을 노린 KT와 LG유플러스는 보조금을 앞세운 공격적 마케팅을 이어가며 이통 시장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이에 ‘뺏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사이에 벌어지는 각축전의 현장에서 소비자들이 반사이익 누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나온다.
14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위약금 면제 종료일인 이날을 기점으로 이통 3사는 마지막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지키고 유치하기 위한 ‘막판 스퍼트’에 돌입했다.
SK텔레콤이 지난 5일 위약금 면제를 공식 발표한 이후 12일까지 약 일주일 간 SK텔레콤에서 이탈한 가입자는 총 12만4414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6만1675명은 KT로, 6만2739명은 LG유플러스로 이동했다.
다만 같은 기간 SK텔레콤으로 유입된 인원도 약 7만명에 달해 한 주 간 SK텔레콤 가입자의 순감 규모는 5만3832명으로 집계됐다.
아직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13일과 14일 이탈자까지 포함하면 위약금 면제 기간 동안 SK텔레콤을 떠난 가입자는 약 14만명, 순감 규모는 약 7만명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 ‘해킹 사태’ 이후 SK텔레콤의 이탈자를 보면 회사 측이 유심 해킹 사실을 신고한 4월 22일부터 7월 12일까지 약 두 달 반 동안 총 79만3187명의 가입자가 이탈했고, 같은 기간 유입 인원(약 21만7000여 명)을 제외한 순감 규모는 57만6037명에 달했다.
특히 집계에 반영되지 않은 13~14일 이탈자를 포함하면 SK텔레콤에서 빠져나간 가입자는 약 8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순감 규모도 60만 명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역으로 SK텔레콤 해킹 사태 이후 83일 동안 KT와 LG유플러스가 반사이익으로 손쉽게 얻은 가입자가 무려 60만명에 이른다는 얘기다.
◆ 가입자 쟁탈전, 이통사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이처럼 SK텔레콤 해킹발(發) ‘가입자 대이동’ 국면에서 이통 3사는 저마다 한 명의 가입자라도 더 지키고 유치하기 위해 마케팅 혈전에 나선 상황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적극적‧공격적 마케팅 공세로 SK텔레콤에서 빠져나온 ‘탈퇴 수요’ 흡수에 열을 내고 있고, SK텔레콤은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고육지책’ 수준의 혜택을 선보였다.
실제로 위약금 면제 마지막 주말인 12~13일에는 마지막 이탈자들을 잡기 위해 이통 시장의 이른바 ‘성지점’으로 불리는 일부 판매점에선 갤럭시 S25와 아이폰16 등 최신 단말기를 사실상 ‘공짜폰’으로 풀기도 했다.
예컨대 10만원대 요금제에 약정 가입만 하면 판매가 115만5000원인 갤럭시 S25 기본 모델을 무료로 지급하고, 여기에 38만원을 추가로 얹어주는 식이다.
갤럭시 S25의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이 총 57만5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96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이 뿌려진 셈이다. 아이폰16의 경우에도 보조금이 87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SK텔레콤 가입자를 겨냥해 “해킹은 내 정보를 털기 시작해 결국 인생이 털리는 것”, “지금이 탈출 기회” 등 자극적인 문구를 내걸며 가입자 이탈을 유도하는 등 과열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급기야 이같은 가입자 쟁탈전은 이통사 간 감정싸움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지난 7일 불법 보조금과 공포 마케팅을 이유로 KT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했다. 앞서 5월에는 LG유플러스의 한 대리점이 SK텔레콤 해킹 관련 집단소송 신청을 대행해준다는 마케팅을 펼치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같은 과도한 마케팅을 문제 삼아 최근 이통 3사 임원 간담회를 열고 허위·과장 광고 및 불법 보조금 지급 자제를 요청했다.
아울러 방통위 측은 해킹 사건 이후 직원들이 대리점 등 현장에 나가 불법 마케팅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통위 측은 “위법 상황이 발생하고 사안이 중대하면 시급하게 조처를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 “불붙은 이통사 간 경쟁…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계기될 것”
수세에 몰린 SK텔레콤은 8월부터 전 고객을 대상으로 통신요금 50% 할인, 12월까지 매월 50GB 데이터 추가 제공 등 기존 가입자의 이탈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을 내놨다. 이번 해킹 사고로 SK텔레콤을 떠났다가 재가입하는 경우 기존 가입 연수와 멤버십 등급을 원래대로 복원해준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빅 3' 제휴사를 선정해 50% 이상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T 멤버십 고객 감사제'도 시작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통 3사의 이같은 ‘가입자 쟁탈전’은 과열 양상으로 번지며 업계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비자들에게 뜻밖의 혜택으로 돌아가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용자는 “이통사 간 과도한 경쟁이 이어지다 보니 최신 스마트폰을 무료로 개통하는 등 소비자 입장에선 평소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 통신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있다”며 “비록 단기적일지라도 이번 사태가 이통 시장이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