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큰 손 ‘다이궁’과 결별 수순…‘면세 빅4’ 모두 손절 및 의존도↓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1.13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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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 다이궁과 거래 중단 공식 선언
면세 빅4, 개별 관광객 마케팅 강화로 전환
“임대료 및 정부 특허수수료 현실화 지원 절실”
롯데면세점은 올해부터 거래 규모가 큰 다이궁들 위주로 면세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면세 업계가 기대했던 지난해 실적마저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고환율’ 악재까지 겹치며 사업 재편, 부실 점포 폐점, 희망퇴직 등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면세 업계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수익성 악화의 원흉으로 꼽혔던 ‘다이궁(중국 보따리상)’에 대한 의존도를 확 줄여 수익성을 끌어 올린다는 복안이다.

13일 롯데면세점은 올해부터 거래 규모가 큰 다이궁들 위주로 면세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은 지난해 말 취임한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전무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대표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과거 면세점이 볼륨(규모) 중심의 성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 활동을 추진할 시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롯데면세점이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다이궁과의 거래 종료를 공식 선언한 건 지속된 손실 누적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다이궁은 중국 보따리상을 일컫는 단어지만 ‘보따리’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컨테이너로 면세품을 실어 나를 정도의 국내 면세 업계의 ‘큰 손’으로 통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 특히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자 면세 업계에서 다이궁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에 다이궁의 국내 면세점 매출 비중은 50% 안팎에 달할 정도로 영향력이 비대해졌지만 면세 업계 간 다이궁 유치를 둘러싼 출혈 경쟁으로 송객 수수료(제품 구매액의 일정 비율을 되돌려주는 금액)가 천정부지로 오르며 오히려 수익성을 떨어뜨렸다.

이 때문에 면세 업계는 매출이 늘어도 오히려 손실은 커지는 비정상적 판매구조를 갖게 됐고 위기감을 느낀 업계가 다이궁 수수료를 점진적으로 인하해 현재 35% 안팎까지 낮춘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은 수수료율 역시 면세점 수익의 마지노선인 20%보다 높다는 게 업계 관계들의 전언이다. 팔면 팔수록 손해도 커진다는 얘기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행사 담당 부서도 새로 신설하고 관련 업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해 폐지했던 마케팅 부문도 재가동했다”며 “다이궁 대신 국내에 들어오는 해외 단체·개인 관광객, 외국으로 출국하는 내국인 관광객 잡기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은 해외에서 영업 중인 점포에도 더 공을 들여 해외 사업 비중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호주와 베트남, 싱가포르에 있는 점포가 가장 활성화돼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 사업장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 “다이궁과 이별할 결심”…개별 관광객 타깃한 마케팅 강화

다이궁을 바라보는 국내 여타 면세점들의 시각도 롯데면세점과 크게 다르지않다.

롯데면세점처럼 다이궁과의 거래 종료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을 뿐 이들과의 거래에 점차 거리를 두며 의존도를 줄여가는 모양새다. 대신 개별 관광객을 겨냥해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생존 전략을 꾀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다이궁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23년부터 항공사, 호텔 업계 등과 제휴를 맺어 개별 관광객 증대에 매진하고 있다”며 “다만 다이궁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니 송객 수수료를 줄여가며 관광객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역시 다이궁 비중을 점차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업계 1위가 (다이궁과의 거래 종료) 선언을 한 것이니 예의주시 할 것”이라며 “저희도 다이궁과의 거래를 점차 줄이고 있는 추세였고 그 흐름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다이궁과의 거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실 경영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여타 면세점들과 궤를 같이 했다.

면세 업계는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 전략으로 몸집 줄이기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부실 사업장 정리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8월 희망퇴직을 통해 100여명의 인력을 감축했는가 하면, 앞서 6월에는 국내 시내 면세점 중 규모가 가장 큰 잠실 월드타워점 매장 면적을 35% 축소하며 다이어트를 감행한 바 있다.

신세계면세점도 24일 부산점 영업을 종료한다. 부산점 폐점은 지난 2012년 오픈한 이후 12년 만이다. 부산점은 한때 연 매출 1000억원이 넘는 알짜 점포였지만 코로나19 이후 실적 부진에 시달렸고 결국 문을 닫게 됐다.

면세 업계의 이같은 몸집 줄이기는 코로나19 전후 반토막 난 시장 규모와 그로 인한 부진한 실적 영향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24조8600억원에 달했던 면세 시장은 이듬해 15조5100억원으로 떨어졌고, 2021년 17조8300억원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해 11월 기준 12조9700억원까지 주저 앉았다. 약 5년만에 시장 규모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롯데·신라·신세계·현대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도 1355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롯데면세점 –922억원, 신라면세점 –258억원, 현대면세점 –171억원, 신세계면세점 –4억원이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면세점 축소 또는 폐점과 같은 구조조정이 올해 본격화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면세 수요가 급감한데다 최근 1500원에 가까운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가격 경쟁력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면세 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이 호시절일 때 책정됐던 공항 임대료나 특허 수수료 등을 정부나 공항이 현실화해주는 지원책이 절실하다”며 “고객들의 면세점 이용한도 역시 현실에 맞게 풀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또 “업계에서도 제로섬 게임과 같은 과다 출혈 경쟁은 자제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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