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영업익만 소폭 감소
현대, 유일하게 매출·영업익↑
‘선택과 집중’ 통해 돌파구 모색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국내 백화점 ‘빅3’가 지난해 외형 성장뿐 아니라 내실 다지기에도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사업 구조 특성상 출점 한계에 직면한데다 통상임금 부담에 따른 일회성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일제히 감소하거나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매출 역시 한 자릿수 성장률을 맴돌며 성장세도 사실상 멈췄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061억원으로 2023년(5071억원) 대비 19.9% 줄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2023년 4399억원에서 1년 새 4055억원으로 7.8% 감소했다.
현대백화점만 3589억원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영업이익 0.8% 늘었지만 1% 미만의 증가 폭을 보며 사실상 현상유지에 그쳤다.
백화점 3사 모두 연초 전망보다 500억원 내외로 감소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로 회계상 퇴직충당금이 반영된 탓이다.
통상임금은 다른 업계에도 적용되지만 유통업계는 업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직원 수가 많은 데다 인건비 비중이 높아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통상임금 규모를 공개한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516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 이를 제외하면 롯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577억원으로 전년 대비 9.8% 감소했다. 결국 통상임금 여파로 수익성이 10% 이상 줄어든 셈이다.
매출은 순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신세계백화점(2조6473억원)과 현대백화점(2조4346억원)은 전년 대비 각각 1.3%, 3.5% 늘었다.
롯데백화점만 2023년 3조2559억원에서 지난해 3조2036억원으로 1.6% 소폭 감소했다.
백화점 매출은 특약 매입 및 임대 수수료만 매출로 인식하는 ‘순매출’과 특약 매입 매출 및 임대 수수료를 합산한 '총매출', 점포별 영수증 매출과 특약 매입 매출 및 임대 수수료를 아우르는 '거래액'으로 나뉜다.

롯데백화점은 압도적 점포 수를 바탕으로 40여년간 백화점 매출 1위를 수성했지만 지방 점포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경쟁사와의 매출 격차가 좁혀졌다.
점포 수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롯데는 전국 점포 수가 31곳에 달한다. 신세계(12개)와 현대(15개)보다 2배 이상 많다.
백화점들이 실적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는 요인으로 포화 상태인 국내 백화점 영업 환경이 꼽힌다.
그동안 백화점 업계는 물가가 오르면서 백화점 운영에 필요한 각종 고정비 부담이 늘고 기존 점포의 감가상각도 발생하는 부분을 신규 출점으로 상쇄해 온 측면이 컸다. 하지만 포화된 신규 출점 환경과 무엇보다 내수 소비가 꺾이며 신규 출점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백화점 업계는 ‘선택과 집중’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최초로 거래액 3조원을 넘어선 잠실점을 비롯해 본점 등 서울과 수도권 핵심 점포는 투자를 지속하되 실적이 부진한 지방 점포는 고강도 구조조정를 진행하면서 매각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030년 이후에는 미래형 복합쇼핑몰 '타임빌라스'에 주력한다는 경영 전략도 제시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거래액 3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최대 매출 점포로 자리매김한 강남점과 ‘국내 탑3’ 점포에 이름을 올린 부산 센텀시티점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주력 점포에 대한 ‘랜드마크화’에 집중한 결과 각 점포의 외국인 매출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향후 외국인관광객 유치를 위한 신규 콘텐츠 발굴에 나서는 한편 더현대 광주 신규 투자, 지방 점포 리뉴얼 등을 통해 중장기 성장을 도모할 방침이다.
아울러 기존 점포에 대한 리뉴얼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소비 트렌드에 맞춰 식음료(F&B) 매장을 강화하는 한편 명품과 신진 패션‧뷰티 브랜드 매장을 확장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