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자금경색이 심화되고 있는 징후
경기 침체 장기화 여파로 중소기업·가계 연체율 동반 상승

[인더스트리뉴스 이주엽 기자] 경기 침체 장기화로 기업과 가계의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어음 부도율과 대출 연체율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특히 어음 부도율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실물경제의 신용 리스크가 본격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어음 부도율(전자결제 제외)은 0.4%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5년 3월(0.41%)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2월(0.04%)과 비교하면 불과 3개월 만에 10배 가량 증가한 셈이다.
어음 부도는 기업이 발행한 약속어음 또는 환어음의 만기일에 자금을 지급하지 못해 발생하는 결제 실패로 해당 기업의 유동성 문제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수치를 두고 “영세·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자금경색이 심화되고 있는 징후”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대출 연체율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의 5월 말 기준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 기준)은 평균 0.49%로 전달(0.44%)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말(0.35%)과 비교하면 0.14%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대출 항목별 연체율은 ▲가계 0.36% ▲대기업 0.18% ▲중소기업 0.71% ▲전체 기업 0.60%로 특히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가계는 0.07%포인트, 대기업은 0.17%포인트, 중소기업은 0.22%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지표 악화의 배경으로 내수 침체, 수출 부진, 고금리 환경 등을 지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실적 부진으로 채무 상환 능력이 저하되며 전반적인 신용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한은은 또한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국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어 기업 부실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