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물가 이미 다 올랐다” 자조섞인 비판에…정부·여당, ‘물가와의 전쟁’ 선언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6.0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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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 두 달 연속 4%대‧외식 넉 달째 3%대 상승세
대통령실‧민주당 ‘물가 잡기’ 최우선 민생 과제로 낙점
“식품업계, 가격 더 올리기는 어려울 것” 관측 지배적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공식품과 외식 등 먹거리 물가가 3~4%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서울의 대형마트 가공식품 진열대 앞에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공식품과 외식 등 먹거리 물가가 3~4%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가공식품 진열대 앞에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지난해 12·3 비상계엄 여파로 정부 ‘콘트롤타워’가 부재한 정국을 틈타 식품기업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서민 가계의 식탁 물가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새로 들어선 이재명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가 잡기’를 최우선 민생 과제로 지목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돌입했다.

다만 ‘오를 물가는 이미 다 올랐다’는 자조섞인 비판도 터져나오며 향후 새 정부의 물가 대응 전략이 오를 대로 오른 생활물가를 어떤식으로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공식품과 외식 등 먹거리 물가가 3~4%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가공식품은 두 달 연속 전년동월 대비 4%대, 외식은 넉 달째 3%대 상승세를 보였다.

가공식품은 12·3 비상계엄 전인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1%대 초반(1.3%) 상승률이었지만, 12월 2%대에 진입했고 올해 4~5월에는 연속으로 4%대를 찍었다.

식품 업체들이 서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주요 먹거리 가격 대부분을 대폭 올렸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기준 가공식품 74개 품목 중 72%에 해당하는 53개 품목의 물가지수가 지난해 11월 대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9개 품목은 반년 사이 5% 이상 올랐다.

초콜릿(10.4%), 커피(8.2%), 빵·잼·햄·베이컨(각 6%) 등은 물론 라면과 아이스크림도 약 5% 가까이 올랐다. 라면은 올해 들어 4.59% 오르며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1.31%)을 무려 5.9%p(포인트) 상회했다.

스낵, 즉석식품, 편의점 도시락, 김치, 맥주 등도 줄줄이 인상되면서 체감 물가가 크게 오른 상황이다.

외식 물가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외식 품목은 전년동월 대비 3.2% 상승했고 대표 품목인 자장면은 3.58% 인상됐다. 마늘, 감자, 닭고기, 계란 등 주요 식재료 역시 10~40%에 이르는 급등세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 인건비 증가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불가피한 가격 인상”이라고 주장하지만 소비자단체들은 “비상계엄으로 인한 국정 공백기를 틈타 (식품‧외식업체들이)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린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월간 제품 가격을 인상한 식품‧외식업체들은 줄잡아 60여곳에 달한다.

가격 인상 눈치를 보던 기업들이 대통령 탄핵 정국 등으로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틈타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커피, 라면, 과자 등 서민 실생활과 밀접한 식품의 가격을 잇따라 올렸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외식업체들 역시 정부의 콘트롤타워가 없는 혼란한 정국에 편승해 먹거리 가격을 슬쩍 올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대비 1.5% 줄어든 114만원에 불과해 생계비 부담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 1호 명령,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왼쪽)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 1호 명령,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李 “물가가 국민에 큰 고통 주고 있어” 비판

이처럼 전임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6개월간 생활 물가가 실제로 크게 올랐다는 사실이 통계청 자료로 드러나자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력 대응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꾸준히 물가 관련 언행을 보이며 ‘물가와의 전쟁’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비상경제점검 TF(데스크포스)를 가동한데 이어 이튿날인 5일에는 첫 국무회의를 통해 물가 대책을 지시했다. 공휴일인 6일에는 전통시장을 전격 방문해 민생을 직접 살피는 등 본격 행보에 나섰다.

이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통시장 방문은) 예정돼 있지 않았던 일정이었으나 민생과 경기를 직접 체험하고 서민경제 현황을 듣기 위한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행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예고없이 직접 시장을 찾아 물가를 점검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향후 이재명 정부가 물가 관리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일종의 시그널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9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TF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냐”고 배석한 각 부처 책임자들에게 물으며 “물가가 국민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이 “아무래도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가공식품 위주로 저희가 눌러놨던 것들, 맥주나 라면 등이 많이 오른 부분이 있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어쨌든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고 재차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물가 관련해 혹여 가능한 대책이 뭐가 있을지 챙겨서 다음 회의 이전에라도 보고를 해주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장관들이 (민생 경제를) 다 알기 어렵다”며 “앞으로 이(TF) 회의 할 때 담당 차관, 실·국장, 필요하면 과장들도 같이 대동해도 괜찮다. 가능하면 그렇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이 현실적인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당정 협력을 통해 민생 대책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민 열 명 중 여섯 명이 차기 정부의 1순위 과제로 물가 안정을 꼽았다. 물가 안정이 곧 민생 안정의 출발점”이라며 “필요한 경우 추경(추가경정예산)도 신속히 추진해 소비를 활성화하고 골목상권을 회복하겠다”고 이 대통령을 지원 사격했다.

생활 물가와 관련해 대통령과 여당의 이같은 단호한 움직임에 식품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가격 인상카드를 당분간 꺼내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오를 물가는 이미 다 올랐다”다는 자조섞인 비판이 나오기는 하지만, 새 정부의 의중이 분명히 드러난 현 상황에서 식품‧외식업계가 향후 가격을 더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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