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읽기] 하정우 수석 첫 브리핑이 던진 숙제..."국민 없는 AI는 공허하다"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6.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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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수석, 국무회의 의결된 이공계지원특별법 직접 설명하며 '정책 데뷔전' 치러
중국 AI 연구원수 40만명, 특허 등도 세계 1위...한국은 정부, 민간 분산 집중도 낮아
대규모 자금 투입보다 국민적 공감대가 최고의 투자...과학에 대한 인식 전환 절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공계특별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공계특별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AI수석)이 19일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안을 발표했다. 네이버클라우드 AI(인공지능) 혁신센터장 등 민간 전문가로 활동하다 이재명 정부에 합류한 하정우 AI수석의 첫 번째 브리핑이라 더욱 관심이 쏠렸다.

하 수석의 '언론 첫 데뷔'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의결 결과를 발표하고 설명하는 형식을 빌렸다. 대통령의 국무회의 의결 사항을 직접 발표하는 모양새를 취해 하 수석에게도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를 열고 ‘국가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 지원 특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공계지원특별법)을 심의·의결했다. 

하정우 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시행령 개정은 과학기술 인재 육성에 관한 국민과의 약속을 빠르게 이행하고 초중등생, 대학생, 대학원생, 신진, 중견, 고경력으로 이어지는 이공계 전 주기 인재에 대해 촘촘히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이공계 인재 육성을 위한 국가 책무를 강화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하 수석은 "인공지능이 전 세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국가 미래의 존망을 좌우하는 시기인 것 같다"며 "앞으로 3년, 길면 5년 동안이 어쩌면 인공지능 시대의 중요한 골든타임(적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 수석을 보좌할 국가AI정책비서관으로는 김우창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내정돼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공계지원특별법은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해 오는 21일부터 시행된다. 이날 의결된 시행령 개정안에는 초·중등생의 수학·과학 학습 의욕을 높이는 콘텐츠 및 문화 활동 지원, 이공계 대학생·대학원생을 위한 인재양성 근거, 기업 수요 맞춤형 교육 강화 및 연구생활 지원 근거 등이 담겼다고 하 수석은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의 첫번째 단기 목표가 '경제 회생'에 방점이 있다면 과학 기술 집중투자와 개발은 이재명 정부의 장기 목표에 가깝다. 첨단과학기술은 단지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이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이자 미래 세대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에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공계지원특별법은 과학기술 부흥을 위한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구체적 실천 계획이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황정아 의원 등이 지난 4월16일 AI·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분야의 업체를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병역특례 대상으로 최소 10% 이상 지정하도록 하는 ‘AI·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이공계 병역특례법’(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데 이어 이번 이공계지원특별법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최종 로드맵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렇게 이재명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내용을 하정수 AI수석이 직접 발표한 것은 여러모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앞으로 하정수 수석이 AI분야뿐 아니라 과학기술 인재 육성 영역에도 관여할 수 있도록 그의 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게 이재명 대통령이 '배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그만큼 이재명 정부가 하정우 수석에 기대를 많이 걸고 있고 또한 경제 회복과 성장의 장기적 토대를 과학기술 부흥으로 돌파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의도도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4월 14일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에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6·3 대선 출마선언 후 첫 공식 행보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찾고 관련 공약을 발표했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4월 14일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에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6·3 대선 출마선언 후 첫 공식 행보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찾고 관련 공약을 발표했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사실 과학기술 분야는 '열심히 한다'는 말로는 그 실현 가능성을 설명할 수 없다. 특히 AI분야만 한정해서 보면 중국은 더 이상 기술을 탈취하고 저가로 몰아붙이는 이상 국가가 아니다. 중국은 2017년 AI 발전 국가전략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세계 AI 선도국 목표를 세웠다. 2023년 AI 관련 R&D 투자액은 약 80조 원(총 R&D의 12%)으로 정부와 민간(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이 협력하는 구조다.

중국은 AI 인재 풀도 압도적이다. 2023년 기준 AI 연구원 수는 약 40만 명으로 세계 1위다. AI 특허 출원 건수는 2022년 2.9만 건(세계 1위)이다. 반면 한국의 AI R&D는 정부와 민간이 분산되어 있어 집중도가 낮다. 2023년 정부 AI R&D 예산은 약 1.2조 원(과기정통부 주도)으로 중국의 66분의 1 수준이다. 민간에서는 네이버(하이퍼클로저), 카카오(코GPT), SK텔레콤(엑사원) 등이 독자 AI 모델을 개발하지만 각사의 2023년 AI 투자액은 약 0.3~0.5조 원으로 소규모에 그치고 있다.

또한 한국의 AI 인재는 약 2.5만 명(2023년 기준)으로 중국의 16분의 1이며 AI 특허 출원 건수는 2022년 3,800건(중국의 13%)이다. 중국은 자체 대형언어모델(LLM)도 50개 이상 상용화 단계에 있다고 한다. 한국은 여전히 몇 개 대기업 중심으로 제한된 생태계를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하정우 수석이 제안하는 '소버린 AI' 계획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AI 주권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인재양성이 필수적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이공계지원특별법은 한국이 AI 분야에서 중국과 대적해볼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특히 법안이 중요성을 지닌다. 그리고 AI 산업 지원을 총괄할 하정우 수석 또한 '일당백'의 역할과 점문성을 발휘해야 한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 인재 양성과 그 관리는 한국의 향후 국가 존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한국은 AI·빅데이터·나노 등 4대 신기술 분야에서만 매년 6만 명 이상의 인재가 부족하고 최근 10년간 해외로 빠져나간 이공계 박사급 인재만 9만 6,000명에 달한다. 반면 중국은 ‘천인계획’을 통해 수십만 명의 해외 석학을 불러들이고 귀환 유학생들에게 수억 원 연봉, 아파트, 전용 연구소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국가 전략을 실현해왔다.

이에 최근 서울대 공대는 ‘한국판 천인(千人) 계획’을 제안했다. 5년간 전임연구원 1,000명을 선발해 5억~10억원 상당의 파격적 연봉과 주택을 제공하자는 게 한국판 천인 계획이다. 과학기술 연구원에게만 주는 특혜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재명 정부의 의지에 따라 실현 가능한 얘기다. 

지난 2024년 3월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열린 가운데, 시진핑(맨 아래) 중국 국가주석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4년 3월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열린 가운데, 시진핑(맨 아래) 중국 국가주석이 입장하고 있다. 중국은 해외에 진출한 자국의 과학기술 인재들을 대상으로 '천인계획'이라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가적으로 과학기술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AI를 연구하는 전문가들 일부는 "이재명 정부가 AI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삼아 대규모 투자와 인재 유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그런 대대적 투자와 행정력의 투입이 국가 경쟁력 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 문제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아무리 국가의 좋은 정책도 국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구체성과 그에 따른 혜택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정책 추진 단계에서부터 '영점'을 다시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AI 발전이 국민 삶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세금 투입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해 국민적 공감대도 얻기 어려울 수 있다. 

2024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 중 자연계 최상위권 성적자 100명 중 72명이 의예과로 진학했다. 물리학과, 수학과, 생명과학부, 컴퓨터공학부 등은 전국 수석급 학생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2013년 대비 2023년까지 10년간 이공계 대학원생 수는 약 25% 감소했다.

이것은 곧 "과학기술은 국가가 밀어줘도 개인 인생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로 살아가는 미래가 너무 불확실하고 존중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하는 현장의 과학기술자들이 많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수도권의 한 이공계 교수는 이에 대해 "정부가 매년 수십조 원을 R&D에 투입하고 있고 한국의 GDP 대비 R&D 투자비율은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그럼에도 국민 다수는 왜 정부의 그런 과학기술 투자에 대한 열정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일까. 과학기술을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AI나 반도체는 언론에선 ‘미래 먹거리’라 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의사, 약사, 변호사처럼 눈에 보이는 전문직만 실존적 기회로 받아들인다. 이재명 정부가 대대적인 과학기술 투자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국민 인식의 전환과 교육 개혁이다. 과학자가 대접받고 연구하는 직업이 자녀의 꿈이 되고 기술 성과가 국민 혜택으로 환원되는 사회적 가치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수십조 원의 투자도 공허한 셈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국민적 공감대가 최고의 투자 환경이라는 얘기다. 하정수 수석도 "AI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생활 속 기술 이익'의 최고 도우미가 될 수 있다는 믿음과 기대를 국민들에게 먼저 심어주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는 과학기술계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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