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 뒤 ‘말 바꾸기’ 논란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5.06.2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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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때 고정금리·환급금·이주비 ‘책임 약속’… 계약서엔 조합에 책임 떠넘겨
계약서 설명회 뒤 드러난 조합 부담 구조에 불신 확산 … 법적 대응 움직임도
입찰 때는 ‘파격’ 강조, 정작 계약 때는 ‘엉뚱한 얘기’…삼성물산의 ‘이중 행보’
@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조감도. /사진=서울시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조감도. /사진=서울시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시공사로 선정된 삼성물산이 입찰 당시 제시한 조건과 실제 계약서 내용이 달라 조합 내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주목된다.

입찰 과정에서의 거창하고 화려한 홍보와 설명회에서 나온 발언들이 실제 계약서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불거지면서 조합원들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 이어지고 있다. 계약 변경 경위에 대한 조합 측의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내부 갈등도 심화되는 분위기다. 

◆ 삼성물산, CD+0.78% 금리 두고 “고정금리→ 고정 아냐” 말 바꿔

20일 조합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해 12월 한남4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이하 조합)에 제출한 공문에서 “당사가 제안한 금리 CD+0.78%는 조합 필수사업비, 사업촉진비, 추가이주비를 포함한 전체 사업비에 대한 고정금리”라고 명시했다.

이 내용은 조합원들에게 배포된 홍보물에도 명시됐고, 합동설명회에서도 “모든 사업비는 고정금리”라는 것이 삼성물산측의 설명이었다. 특히 질의응답에서 삼성물산 측은 “우리는 변동금리를 제시한 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합동설명회 삼성물산 홍보영상 캡쳐. /사진=조합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합동설명회 삼성물산 홍보영상 캡처. /사진=조합

하지만 삼성물산은 최근 열린 도급계약서 설명회에서 CD+0.78% 금리와 관련, “향후 대출 시점에 최종 결정되는 조건이며 확정된 고정금리가 아니다”라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대다수 조합원은 이에 대해 “분명히 고정금리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말을 바꾼 것은 무책임한 처사가 아니냐”면서 “조합원의 신뢰를 담보로 수주해 놓고 이제 와서 입장을 돌변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특히 ‘조합과 당사에 상호 유리한 방안으로 협의 가능’이라는 문구에 대해서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업비 조달 금리는 그 특성상 낮을수록 조합에 유리하고 높을수록 시공사에 유리한 구조인 만큼, 금리 결정에 있어 양측 모두에게 유리한 조건은 성립하기 어렵다. 결국 이는 한쪽의 손해를 기반으로 해야만 가능한 조건으로 ‘상호 유리’ 표현은 그야말로 수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합은 CD+0.78%라는 고정금리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계약 불이행으로 간주해 법적 조치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이미 법률 검토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관계자는 “삼성물산측이 입찰 당시 약속한 조건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 환급금 지금을 명시한 삼성물산 홍보자료. /자료=삼성물산, 조합
환급금 지금을 명시한 삼성물산 홍보자료. /자료=삼성물산, 조합

환급금 지급 방식에서도 입찰 당시 설명과 계약서 내용 사이의 괴리가 조합원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삼성은 제안서와 합동설명회를 통해 조합원 분양계약 완료 후 30일 이내 환급금을 100% 지급하겠다고 강조했고, 다수 조합원들은 이를 ‘삼성이 직접 지급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실제로 환급금 마련을 위해서는 조합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자 부담 역시 조합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누가 환급금에 이자가 붙는다는 생각을 했겠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환급금을 받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이자 부담은 조합 전체가 짊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조합이 원할 경우 자금을 대여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 경우에도 이자는 조합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조합원들은 “삼성물산측이 주는 줄 알았더니 결국 조합이 빚을 내는 구조였다”며 “자금 부담 없이 생색만 내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최저 이주비 12억원 보장을 명시한 삼성물산 홍보자료. /자료=삼성물산, 조합
최저 이주비 12억원 보장을 명시한 삼성물산 홍보자료. /자료=삼성물산, 조합

삼성물산이 입찰 당시 내세운 ‘담보인정비율(LTV) 150%, 최저 이주비 12억원 보장’ 조건도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한 구조인 것으로 밝혀졌다. 합동설명회와 홍보자료에서 삼성물산 측은 “감정가가 2억원에 불과해도 12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홍보했지만, 정작 삼성물산측이 이 제시한 계약서에는 상환책임이 조합에 있으며 금융기관의 담보 평가가 대출 승인 여부를 좌우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조합이 담보 범위 내에서 이주비 한도를 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감정가가 낮은 조합원이 12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조합이 보증하거나 책임질 수 없다면, 실현이 불가능한 조건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조합원은 “보장이라더니 결국 담보가 부족하면 못 준다는 뜻이 아니냐”면서 “확정 조건처럼 포장해 놓고, 실제로는 책임을 금융기관에 넘긴 것은 회피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금융 관행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측이 이를 ‘확정 보장’처럼 표현한 점에 대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입찰 당시 제시된 조건들과 계약서 간 괴리가 드러나자, 조합 내부에서는 조합 집행부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갈수록 거세지는 분위기다. 일부 조합원들은 “중대한 계약 조항의 변경이 있었음에도, 조합은 공식적인 설명이나 문서 고지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도급계약서 원문과 협상자료 전체 공개를 조합 측에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게다가 설명회 이후 일부 참석자의 증언과 유출된 자료를 통해 실체를 뒤늦게 파악한 조합원들은 “이것은 통보가 아니라 설명의 대상”이라며 조합의 대응 태도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삼성물산의 입찰 당시 약속과 실제 계약서 조건 비교표. /자료=조합
삼성물산의 입찰 당시 약속과 실제 계약서 조건 비교표. /자료=조합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의 입찰 전략 자체에 무리한 조건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한남4구역 수주를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지만, 이를 실제 계약 단계에서 대부분 조정하려다 갈등을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방식이 반복될 경우, 브랜드 신뢰도는 물론 향후 정비사업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삼성물산측이 잠실우성1·2·3, 개포6·7, 방배15 등에서 입찰을 유보하거나 포기한 것도 조합 측 요구 조건을 수용하면서 입찰에 참여할 경우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한남4구역에서는 조합 측이 시공사 제안에 대해 충분한 검토나 조건 확인 없이 빠르게 수용하면서, 삼성물산이 이후 계약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게 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삼성물산이 계약 조건을 상당 부분 변경하거나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합의 준비 부족과 협상력 부재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조합원 다수가 조건의 세부 내용을 뒤늦게 파악하게 된 상황 자체가 정비사업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는 얘기다.

정비업계의 또 다른 전문가는 “입찰 당시 약속과 계약서의 괴리가 이처럼 크다면, 시공사의 브랜드 신뢰도 자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며 “정비사업의 핵심은 신뢰인데, 입찰 후 말을 바꾸는 관행이 반복된다면 향후 경쟁이 예상되는 압구정2구역·개포우성7차·여의도 대교아파트 등 다른 구역에서도 삼성물산의 수주 전략은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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