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 약 4년 만에 가장 높아
“새 정부 출범‧추경 기대감이 복합적 시너지 낸 것”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국내 유통업계가 모처럼 반등의 시그널을 보이며 숨통을 틔우고 있다.
지난 5월 오프라인 매출이 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데 이어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두달 연속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하며 소비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새 정부 출범과 2차 추가경정예산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복합적 시너지를 내며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주요 유통업체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한 16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온라인 매출이 13.0% 증가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4개월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오프라인 매출 신장(0.9%)이다.
비록 소폭의 오름세지만 오프라인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은 외부 활동에 대한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시장의 신호로 읽힐 수 있어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경제 불안정기에는 필수 소비만 온라인으로 빠르게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오프라인 쇼핑은 경험 소비, 여유 소비, 감성 소비 등이 수반되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출 상승은 체감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오프라인 매출 지표는 ‘유통시장의 심리적 체온계’ 같은 역할을 한다”며 “오프라인 매출이 오른다는 건 소비심리에 온기가 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업태별 오프라인 매출 비중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0.2%, 2.3% 매출이 증가했다. 지난해 5월 대비 방문고객은 감소했지만 물가 상승, 고가품 중심의 매출이 확대되며 지난 1월 설 특수 이후 첫 플러스를 기록했다.
기업형슈퍼마켓(SSM)도 0.1%로 소폭 증가했지만 편의점은 -0.2%로 지난달에 이어 역성장세를 보였다.
오프라인의 점포당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대형마트와 백화점, 편의점이 각각 1.8%, 7.7%, 0.5% 증가했지만 SSM은 2.1% 줄었다. 점포수는 SSM(3.1%)은 확대됐고 대형마트(-1.6%), 백화점(-5.0%), 편의점(-0.6%)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은 경쟁 심화에 따른 내실다지기에 나서면서 점포수가 감소했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편의점 방문수가 줄어들며 전체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SSM의 경우 점포수가 증가하며 전체 매출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은 전체 유통 채널의 매출 비중 중 53.1%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3% 포인트(p) 감소한 수치다.
온라인 매출은 음식배달서비스, e-쿠폰, 여행문화 상품 등을 중심으로 늘었다. 식품(18.2%), 서비스·기타(37.3%) 부문이 성장을 견인했고 패션·의류(-4.6%) 등의 부진은 지속됐다.

◆ ‘소비심리 개선’이라는 긍정적 훈풍 지속돼야
이처럼 최근 이어지는 유통업계의 지표 회복 배경에는 ‘소비심리 개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업계에서는 입을 모은다.
이런 흐름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CCSI)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CCSI는 지난 5월 101.8을 기록하며 5개월 만에 100선을 회복했고, 6월에는 108.7까지 뛰었다. 이는 2021년 6월(111.1)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현재생활형편, 향후경기전망 등 6개 항목을 종합해 산출하는 지표로, 100 이상이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지난해 말부터 12·3 비상계엄 사태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장기간 100을 밑돌던 흐름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혜영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 경제심리조사팀장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소비심리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유통업계는 모처럼 찾아온 소비심리 회복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일 태세다.
백화점 3사는 이달 말부터 여름 정기 세일을 일제히 시작하며 소비 진작에 나선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7일부터 17일간 55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최대 50%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전국 점포에서 여름 시즌 상품을 대거 할인 판매한다.
편의점 업계도 자사브랜드(PB)를 앞세워 ‘초저가’ 공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소비심리 회복세가 일시적 반등에 그치지 않도록 새 정부가 정책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소비심리 증가, 유통업체들의 공격적 마케팅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모처럼 부는 훈풍이 실적 회복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며 “새 정부에서도 추경 등을 통해 소비의 마중물을 마련해주고, 대형마트 공휴일 휴무 같은 규제법도 속히 철회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