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부채 할인율 인하 등 규제 영향…"이대로 가면 킥스 100% 미만 회사 속출"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생명보험업계 빅3인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의 합산 자기자본이 불과 2년만에 15조원 이상 급감했다. 최근 금리 인하와 금융당국의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 정책으로 장부상 부채가 크게 증가한 반면, 자기자본은 급감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제도적 요인에 따른 자기자본 감소는 각 사 차원에서 대응할 만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목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금융당국도 최근 TF를 발족해 보험계약 부채 할인율 인하 속도를 조정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16일 금융감독원 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생명보험사 빅3사인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의 합산 자기자본은 40조6427억여원으로 2년전인 2023년 1분기 말 당시 55조9696억여원 대비 15조3269억여원, 약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빅3 가운데 2년간 자기자본 감소폭이 가장 컸던 회사는 교보생명으로 2023년 1분기 자기자본이 9조8098억원에서 올해 1분기 6조5324억원으로 33.40% 줄었다.
교보생명의 자기자본은 2023년 2분기 10조7228억원으로 늘었다가 현재까지 7분기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자기자본은 2023년 1분기 33조6471억원에서 올해 1분기 23조9444억원으로 9조7027억원이나 감소했다. 감소 폭은 28.83%로 교보생명(33.40%)보다 낮았지만 절대 자본의 감소 규모는 가장 컸다.
생보 빅3 중 한화생명은 그나마 사정이 좋은 편이었음에도 같은 기간 12조5127억원에서 10조1659억원으로 약 18.75% 자본이 쪼그라들었다.
빅3 외에도 생명보험업계가 전반적으로 자기자본 감소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본은 총자본에서 부채를 뺀 금액으로 상환해야 할 의무가 없는 기업고유의 재산을 말한다. 보험사는 보험계약자에게 향후 보험금을 지급해야하므로 일정 수준의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자기자본 보유의 적정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지급여력비율(K-ICS)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자기자본 규모가 줄어든 것은 시장금리 하락, 할인율 인하 등 금융당국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보험부채가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2023년 1월 1일 도입된 신 회계기준 IFRS17은 보험부채를 장부가치가 아닌 현재가치로 인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래에 보험사가 고객들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는 보험금은 보험부채로 인식되는데 통상 미래의 현금흐름은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시점 보다 낮게 가치가 산출된다. 현재가치보다 낮게 산출되는 정도가 할인율인 셈이다.
할인율이 인하되면 자산 가운데 부채평가가 늘고 반대로 자기자본은 감소하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3년 8월 보험부채 할인율 방안을 발표하고 할인율을 점진적으로 인하하기로 하면서 서 보험부채의 평가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할인율은 금리와 연동되는데 최근 시장금리 하락이 할인율 인하에 힘을 보태면서 생명보험사들의 자기자본 감소를 부추기고 있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교보생명은 지난해 창사 이래 66년만의 최대 실적(별도 순이익 6987억3608만원)을 기록했음에도 자본금의 감소로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집단(대기업집단) 순위에서 전년대비 8 계단 하락한 47위에 그쳤다.
생보업계에서는 할인율 인하 등 제도적 요인으로 인한 자기자본 감소가 개별사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이달 초 금융당국 TF를 조직해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도 생명보험사들의 자기자본 감소를 당국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대로 간다면 조만간 중소형 보험사들의 경우 킥스비율(지급여력비율) 100%(당국 권고치는 130%) 미만인 회사가 속출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이같은 업계 상황을 고려해 이달 1일 유관기관·연구기관·보험사·보험협회·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보험산업 건전성 TF'를 구성하고, 1차 회의에서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계획 이행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국은 이 자리에서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보험업계와 시장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8월 중 시행 일정 조정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