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홀딩스, MBK가 설립한 한국리테일투자에 3년간 640억원 배당하기도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이사가 “10년간 MBK가 홈플러스에서 받은 돈은 0원"이라고 공언한 것과 반대로 MBK가 홈플러스로부터 빼낸 현금이 5조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2015년 이래 지난 10년간 홈플러스로부터 유출한 현금은 5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홈플러스 인수자금이 7조4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의 자금을 홈플러스로부터 확보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5년 10월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했을 당시 MBK는 홈플러스홀딩스 지분 일체를 소유한 가운데 '홈플러스홀딩스→홈플러스스토어즈→홈플러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당시 홈플러스 주식 100%를 보유한 홈플러스스토어즈는 장기차입 5조2202억원, 단기차입 500억원 등 금융권 대출을 통해서만 5조2702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모회사 홈플러스홀딩스를 비롯해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이 자금을 빌려줬다.
결국 인수 주체인 MBK가 짊어져야 할 인수금융 즉 ‘빚’을, 피인수기업인 홈플러스스토어즈가 떠안게 된 것이다.
인수자인 MBK가 M&A에 자금을 거의 쓰지 않은 채 홈플러스 자산을 갉아먹는 방식인 셈이다.
특히 김광일 MBK 부회장은 MBK가 기업 인수 과정에서 늘 사용하는 SPC설립 등을 통한 방식을 교묘히 악용해 마치 홈플러스로부터 받은 돈이 전혀 없다는 식으로 국민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MBK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리테일투자는 홈플러스홀딩스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70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리테일투자는 2016년 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홈플러스홀딩스에서 해마다 214억원씩, 3년에 걸쳐 총 642억원의 배당을 수령했다.
홈플러스 인수와 운영을 위해 MBK가 만든 법인인 한국리테일투자가 홈플러스홀딩스로부터 수백억원의 배당을 받았는데도, MBK가 직접 받지 않았으니 받은 돈이 없다는 것은 신빙성이 없는 주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홈플러스는 점포 매각과 상대적으로 제한된 투자로 사업경쟁력이 과거 대비 약화됐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의미있는 수준의 집객력 및 매출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MBK는 대금 정산을 지연하는 식으로 미지급금을 늘려 홈플러스 현금 유입량을 증대시키는 수법도 자행했다.
2021년 2월 이래 지난해 2월까지 홈플러스는 미지급금 증가를 통해 연평균 9822억원가량 현금을 유입시켰다.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와중에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021 회계연도 7797억원, 2022 회계연도 8104억원, 2023 회계연도 1조1929억원으로 연달아 플러스(+)를 나타낸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미지급금은 설비를 공급하거나 용역(서비스)을 제공하는 업체에 대금 지급을 미루면서 인식하는 부채다.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다른 기업에 줄 돈을 주지 않기 때문에 현금이 사내에 묶이는 효과를 얻게 된다.
반대로 설비와 용역을 제공한 기업들은 돈을 제때 못 받기 때문에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실제로 홈플러스의 대금 정산주기는 45~60일로 다른 대형마트보다 2~3배 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투자는 소홀히 한 채 현금을 빼돌리는 데만 집중했다”며 “그런데도 여전히 자신들이 받은 돈 한 푼 없다는 식으로 궤변을 늘어놓으며 책임을 회피하고 경영 윤리를 완전히 저버리는 행태만 일삼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