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읽기] 대선 전망...이재명 '압도적 승리' 김문수 '무난한 패배' 이준석 '야심찬 도전'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5.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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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압도적 승리해야 집권 초 강력한 리더십 확보와 사법리스크 불안정성 제거 가능
김문수, 30%대 이상 득표 못하면 정치생명 끝날 가능성...'졌잘싸'로 보수 재평가 받아야
2007년 17대 대선과 유사...이명박 48.67%, 정동영 26.14%와 비슷한 결과 나올지 주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운데)와 박찬대·윤여준 상임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원장들이 6·3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5월 1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운데)와 박찬대·윤여준 상임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원장들이 6·3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5월 1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21대 대통령 선거의 22일간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이번 최종 관문을 통과하기 전까지 여야 대선후보들은 역대 그 어떤 선거보다 드라마틱한 예선전을 치러야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법원의 선거법 위반 유죄취지 파기환송으로 자칫 대선에도 나가지 못할 뻔했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의 모든 철조망을 걷어내고 마침내 대선의 한복판에 서는 뚝심을 보여주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권영세-권성동 '친윤계'의 후보 바꿔치기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고 대선후보 자리를 내줄 뻔했지만 막판 당원들의 집단구제로 간신히 살아났다. 그 자신이 '기적이 일어났다'고 할 만큼 김 후보의 '원대복귀'는 역대 그 어떤 대선후보 경선 때보다 더 예측불허였고, 상식의 궤도를 이탈한 대선 역사상 최악의 혼돈이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당내 경쟁자가 없어 일찌감치 본선을 대비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을 것으로 보여 그것에 대한 '기대'가 관전 포인트다. 이 후보는 선거 때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대중의 표심을 사로잡았던 측면이 있는 만큼 그가 이번 대선에서 또 어떤 '대박 한 수'를 시연할지 관심을 모은다. 

이번 21대 대선은 여러가지 면에서 지난 2007년 17대 대선과 유사한 점이 많다. 당시에는 이명박 대세론이, 지금은 이재명 대세론이 대선 판을 지배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대선 6개월여 전부터 압도적인 지지율 우세를 보이며 '대세론'을 굳혔다. 박근혜 후보와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승리하며 '본선같은 예선'을 이긴 덕분이었다. 

20여년이 지난 2025년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2007년의 이명박을 떠올린다. 이재명 후보도 사법 리스크와 온갖 악재가 있었지만 압도적인 지지율이 그 모든 난관을 뚫어내는 결정적 키가 되었다. '국민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게 립서비스가 아니라 실제로 그랬다. 또한 그 과정에서 그 어떤 '2인자의 도전'도 용납하지 않은 것도 이명박의 대세론과 닮았다.  

무엇보다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이 자빠져. 그럼 이기는 거야”(이재명 후보가 최근 언급)라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성공법칙'을 체감했다.  이명박은 열린우리당 몰락 후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분열되는 과정에서 '적전분열'의 과실을 그대로 따먹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5년 이재명 후보 또한 국민의힘이 단일화 예선 과정에서 후보교체 막장극을 시전하는 바람에 본선 시작도 하기 전에 보수층의 단일대오가 무너지는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경제위기와 정권교체 요구가 강한 흐름도 똑같다. 2007년은 노무현 정부 말기 부동산과 경제 정책 실정에 따른 정권교체 여론이 상당히 높았고 지난해 12.3 비상계엄으로 내란세력 제거라는 정치적 명분과 경제 외교 내치 등 모든 면에서 구체적 성과물 없이 딴짓만 해온 윤석열 정부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한 것도 비슷한 양상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21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과연 마의 50%대 득표율을 돌파하느냐는 문제만 남았다는 게 중론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선에서 50%대를 넘은 정치인은 18대 대선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51.55%가 유일하다. 

그렇다면 21대 대선은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번 대선은 이재명-김문수-이준석의 3자 대결로 좁혀졌다. 비상계엄과 탄핵에서 뚜렷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는 김문수화 이준석의 단일화는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일단 이재명 후보는 압도적 승리를 견인해야 한다. 민주당도 선거 과정에서 '압도적 승리'를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압도적으로 이겨 기분을 내려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민주당도 절박한 면이 있다. 무엇보다 정권 초기 강력한 리더십 확보를 위해 압도적 승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로 승리했던 윤석열 정권이 집권 내내 불안정성을 노정했기 때문에 압도적 승리로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쥐어야 이전 정부에서 '망쳐놓았던' 국정을 제자리로 돌려내고 개혁도 속도감있게 추진할 수 있다. 

이 후보의 압도적 승리는 아직도 연소중인 사법 리스크에 대한 혼란과 갈등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 진행중인 재판을 5년 임기 뒤까지 확실하게 연기시키는 것과 탄핵소추에 대한 헌법 해석 등의 여러 혼란이 압도적 득표율에 따라 어느 정도 정리될 수 있다. 압도적을 수치로 환산하면 50%대를 얼마나 많이 넘기느냐는 것이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무난한 패배'를 해야만 한다. 패배가 어느 정도 현실화되는 가운데 김 후보로서는 선거 과정에서 보수의 재정립과 자신의 독자적인 정치력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극우세력과 절연하지 않는다면 이번 대선에서 폭망할 가능성이 높다. 

'졌잘싸'로 평가받으려면 30% 이상 득표를 하는 것이다. '보수의 핵심 기반은 지켰다'는 평가를 받아야 대선 후도 어떻게 도모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와 보수표심을 나눠가질 경우 이 목표치는 쉽지 않다. 그래서 20% 중반 이하로 추락한다면 대선후보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정치생명도 끝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해체 수준의 분열 속으로 갈 수밖에  없고 장외의 오세훈 유승민 등 새로운 주자의 부상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6·3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5월 12일 0시 첫 일정으로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금호피앤비화학 여수2공장을 방문했다. /사진=개혁신당 제공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6·3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5월 12일 0시 첫 일정으로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금호피앤비화학 여수2공장을 방문했다. /사진=개혁신당 제공

이준석 후보로서는 ‘야심찬 도전’에 의미를 두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 이번 대선의 목표를 차기 다리를 건너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하고 개혁신당의 정체성과 새로운 보수 상을 정립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면 득표율은 그냥 따라올 것이다. 

이준석 후보에게는 이번 대선이 일생일대의 기회다. 대선이라는 가장 큰 정치 판에서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야심찬 도전'의 명분은 충분하다. 15%에서 20%대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게 되면 보수와 중도층의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 이는 내년 지방선거과 2028년 총선에서 젊은층 중심의 신진세력들이 대거 약진하는 확실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 결과는 기호 2번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48.67%를 득표했고, 기호 1번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26.14%를 기록했다. 당시 양 후보간의 차이는 22.53%p, 5,317,708표 차로 민주화 이래 최대 득표율 격차였다. 투표율은 63.03%로 역대 대통령 선거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2007년 12월 3일 경기도 의정부 의정부동 중앙로에서 열린 거리유세 도중 계란을 옷에 맞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옷에 계란이 묻은 채로 지지자들에게 손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07년 12월 3일 경기도 의정부 의정부동 중앙로에서 열린 거리유세 도중 계란을 옷에 맞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옷에 계란이 묻은 채로 지지자들에게 손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07년 대선과 2025년 대선은 대세론과 정권교체 열망이 높은 공통점이 있다. 이재명 후보가 이명박의 48.67%를 넘어서느냐, 그리고 김문수 후보가 정동영의 26.14%보다 얼마나 근접하게 득표하느냐가 1차 관전 포인트다. 그리고 이번 21대 대선은 6월 3일 화요일에 실시돼 월요일에 휴가를 내고 연휴를 즐기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날 경우 70%대에 못미칠 가능성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나 전문가들의 예상으로 볼 때 이재명 후보가 얼마나 큰 득표차로 당선되느냐 하는 것에 국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후보의 결정적 설화나 민주당의 '김칫국 사건'이 터지더라도 대세론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하고 있다. 

그만큼 이재명 후보에게는 돌발변수나 악재의 허들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무결점의 변수'가 오히려 이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뽑힌 2007년 이명박의 대세론은 집권 불과 몇 개월만에 '명박산성'과 촛불집회로 순식간에 꺼지고 말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빨리 온다는 게 역대 대선이 마지막으로 남겨주는 교훈이자 경고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건 악재가 아니라 모든 게 순조로워 보인다는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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