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누가 좀 만류하라" "반성, 자중할 때 아닌가" 거센 비판
김문수"영화 많이 보고 사람도 만나고 그런 게 좋은 것 아닌가” 반응에 "이해 못해" 지적도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6·3 대선을 13일 앞두고 부정선거 논란을 주장하는 영화를 관람하면서 파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영화관을 찾아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지난달 4일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이후 47일 만의 공개 행보다.
계엄 당시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계엄군까지 투입했던 윤 전 대통령으로서는 부정선거를 추적한 이 영화에 대단한 매력을 느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선관위 계엄군 투입 지시 등으로 현재 형사 재판(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그가 공개적으로 '부정선거' 영화를 보러가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한 전직 대통령이 문화생활을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바로 그 전직 대통령의 비상계엄 때문에 조기 대선이 실시되는 마당인데 그 와중에 보수 강성 지지층이나 들썩거릴 만한 부정선거 소재 영화를 굳이 공개적으로 보러 가는 것에 대한 질타와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강성 지지층을 상대로 음모론 논란을 부추기면서 자신의 파면 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남은 형사 재판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의 영화 관람 현장에는 이 영화를 감독한 이영돈 PD, 제작을 맡은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 등이 함께 나왔고, 이미 오래전부터 부정선거론을 주장해온 무소속 황교안 대선 후보도 모습을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은 오전 9시 40분께 영화관에 도착했고, 영화를 관람한 뒤 별도의 발언 없이 자리를 떴다.
영화 관람 후 이영돈 감독은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이 '컴퓨터 등 전자기기 없이 대만식이나 독일이 하는 투명한 방식으로 선거가 치러져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또 "앞으로 사전(투표) 선거를 없애고, 수개표를 한다면 모든 결과에 국민이 승복할 것"이라며 "만약 이번 대선에서 국민이 통계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면 불복 운동할 것이라는 게 제작진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선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 메시지가 뚜렷한 부정선거 영화 관람을 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한 데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 탈당한 윤 전 대통령의 행보는 당과 무관하다며 거리를 두고 있지만, 그럼에도 대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부글부글' 끊는 분위기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은 탈당했다. 저희 당과 이제 관계없는 분"이라며 "개인적 입장에서 봤을 때 윤 전 대통령은 계엄에 대한 반성·자중을 할 때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단체방에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한다, 가능하신 의원님들께서 간곡하게 만류해 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려 공감을 얻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김문수 대선 후보의 반응이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한 것과 관련해 “영화 많이 보시고 사람도 많이 만나시고 그런 게 좋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경기 고양시에서 ‘청년농업인 모내기·새참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이) 영화 보는 것까지 제가 말씀드리기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제 대통령직도 그만두셨고 탈당하셨고 재판받는 게 남아있는데 재판이 잘 돼서 본인이 억울한 점 없도록 재판을 잘 받으시길 바란다”며 “‘이런 영화 보시면 표 떨어지지 않겠나’ 이런 소리 하기는 조금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영화 관람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최대한 자제하고 가치 중립적으로 답변하려는 태도가 역력했다. 하지만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인 김용태 의원마저도 '반성, 자중할 때가 아닌가'라며 비판을 했는데 김 후보는 또 다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호의적 자세'를 그대로 견지한 셈이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둔 후보가 전직 대통령의 음모론적 언행에 적절한 비판을 하지 않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김 후보는 “우리나라에 선거관리위원회가 일부 의심받는 점이 있고 다툼이 있다”며 “부정선거의 소지를 없애고 국민들이 아주 깨끗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투표를 하실 수 있도록 제가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도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아직도 전직 대통령과 그의 이전 소속 정당 대선 후보는 부정선거 의혹에 여전히 매달리며 한 배를 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대선이라는 민심의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과연 김문수 후보가 선거에 이길 마음이 있는지조차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윤 전 대통령을 향한 비판과 함께 완전한 '절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계기로 중도층 표심 공략에 나서려는 와중에 다시 윤 전 대통령이 부정 선거 프레임으로 대선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모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후보를 가장 열심히 돕는 선대위원장은 바로 윤석열"이라는 비아냥도 흘러나오고 있다.
대선 승리의 깃발을 들어야 할 김문수 후보는 탄핵을 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여전히 옹호하고 감싸는,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면서 선거도 망치고 민심도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하지만 김 후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대로 선거가 끝나게 되면 결국 윤석열-김문수 조합이 광화문 아스팔트 위에서 포옹하며 극우세력들의 환호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1일 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다룬 영화를 관람하던 중 조는 듯한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고 한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영화 관람 도중 졸고 있는 듯한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올라왔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마 아침에 김건희 여사에게서 '부정선거 영화 보러 가라'는 명령을 받고 부랴부랴 가긴 갔는데, 재미가 없는지 그냥 졸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