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후보 일부 지지층 '단일화 할 경우 차라리 이재명 찍을 것' 반발 기류
비상계엄, 탄핵에 대한 보수층 전반의 찬반 양분이 단일화 성사의 최대 걸림돌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21대 대통령선거가 26일로 8일 남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일정부분 빠지고 있지만 대세론을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2위 주자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막판 역전을 위해 내밀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준비중이다.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와 '부정 부패' 등을 집중 공략하며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아무래도 김문수 후보측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일 것이다. 2, 3위 후보의 표가 합쳐지면 1위를 거꾸러뜨릴 수 있다는 단순 계산에서 나온 발상이자 기대다.
하지만 단일화를 두고 김-이 후보 양측은 여전히 팽팽한 샅바싸움을 하고 있고 투표용지 인쇄 마감인 1차 데드라인도 이미 지나 그 효과가 반감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김 후보측은 투표일 직전이라도 극적으로 단일화를 이뤄낸다면 승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올인을 하고 있다.
김 후보측의 이런 단일화 효과 예상은 철저한 표 계산에서 나온 것이 아닌 일종의 기대심리와 감상적 접근이 수치로 환산된 결과일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이 후보의 단일화가 타결돼도 '1+1'이 온전히 2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2에 못미치는 1.5~1.7 정도가 되면 단일화를 해도 무망(無望)하다는 것이다.
이런 부정적 예상의 근거는 김-이 후보를 지탱해주고 있는 지지층의 발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비상계엄과, 탄핵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등에 있어서 김 후보와 이 후보의 정치적 입장이나 태도는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다.

지지층의 정체성이 우편향 보수와 좌편향 중도로 나눠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단일화가 될 경우 그 지지층들이 자신들의 소신과 가치를 버리고 '억지로' 단일화 승자에게 우르르 몰려갈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이재명 민주당 후보쪽으로의 '반발표'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5월 25일까지 공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이런 예상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 이재명 후보와의 3자 대결 구도에서 김문수-이준석 후보 지지율을 단순 합산한 수치보다 이재명-김문수, 이재명-이준석으로 가상 양자 대결을 펼칠 경우 지지율이 낮아졌다. 단일화에서 이겨도 그 과실을 온전히 승자가 다 따먹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오히려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만 더 높여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분석의 배경에서 이준석 후보 측이 "단일화하면 이재명 당선이 확정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리얼미터-에너지경제(22, 23일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 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46.6%로 김문수 후보(37.6%)와 이준석 후보(10.4%)의 합산 지지율(48%)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하지만 '이재명-김문수' 가상 양자 대결에선 이재명 51.1%, 김문수 43.9%로 보수 단일후보가 크게 뒤졌다.
3자 대결의 보수후보 합산 지지율은 이재명 후보를 능가하지만 단일화 때는 그 '화학적 결합'이 깨져 이재명 후보쪽으로 '분노 투표'를 하는 경향이 생긴 것이다. 이는 개혁신당 지지층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양자 대결에서 개혁신당 지지자의 40.1%만이 보수단일 후보 김문수를 지지하겠다고 답했고 15.6%는 이재명 후보를 택했다. 지지후보가 없다는 응답도 43.1%에 달했다(여론조사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 응답률은 8.3%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한 양상이다.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가 20, 21일 이틀간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이재명 후보 46%, 김 후보 34%, 이준석 후보 11%로 나타났다.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45%로 이재명 후보를 1%포인트 차로 추격하는 수치다.
그런데 ‘이재명-김문수’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51%, 김 후보가 41%로 나타나 3자 대결 때의 보수후보 합산 45%보다 낮다. 이는 보수 단일 후보일 때 지지층들이 어느 한쪽 후보에 대해 강한 '호.불호' 경향성을 보여 기권을 하거나 반대진영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채널A가 19, 20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3자 대결 가정 시 이재명 후보는 46.1%로 1위였다. 김 후보는 35.4%, 이준석 후보는 9.9%를 기록했다.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45.3%다. 그러나 ‘이재명-김문수’ 양자 대결에선 이재명 후보가 48.9%, 김 후보가 39.5%로 나타났다. ‘이재명-이준석’ 양자 대결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47.2%, 이준석 후보가 31.3%로 조사됐다(위 2개의 조사는 모두 무선전화면접 100% 방식이며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런 결과는 무엇보다 비상계엄과 탄핵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찬탄 후보' 지지를 강요받을 때 기권을 하거나 지지 대열에서 이탈해 상대진영인 이재명 후보쪽으로 '반대 투표'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준석 후보를 더 강하게 지지하기 때문에 단일화 과정에서 이 후보가 탈락해 '반탄파' 김문수 후보 지지를 '강요'한다면 반발해 기권하거나 이재명 후보쪽으로 '반대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국민의힘뿐 아니라 보수층 전반에 깔린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한 찬반의 정서가 지금도 여전히 팽팽하게 나눠져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국민의힘의 한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도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반윤 전략'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대선이 며칠밖에 남지 않아 대외적으로 그 정서를 표출하지 않고 자제해서 그렇지 '반윤 정서'에 대한 반발 기류는 상당하다. 김문수 후보로서도 그들의 진정성과 열정을 대놓고 무시할 수 없다. 대선이라는 큰 선거가 있긴 하지만 김 후보 또한 자신의 정체성을 완전히 부정하고 찬탄파에 합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김문수 후보의 '윤석열 절연'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김 후보도 이를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선거를 8일 앞두고 '반윤 정서'를 드러낼 경우 게도 잃고 구럭도 잃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딜레마 때문에 김문수 후보와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윤석열'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수 주류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준석 후보를 지지하는 중도보수층들은 단일화가 이뤄져도 김문수 후보가 '반탄' 전략을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신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준석 후보측 지지자들은 단일화에 대한 기대감도 그리 높지 않다. 이 후보 또한 지지층의 그런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무시할 수 없다. 이는 김문수-이준석의 단일화를 막는 결정적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준석 후보측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전 총선 때 이낙연 전 총리와의 연대설이 흘러나오자 지지자들이 격분하면서 이탈한 전례가 있다. 여기에다 이 후보가 단일화를 가지고 뒤로 야합을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지지층의 단일화 반대 압력도 있지만 이 후보도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개혁신당 대선캠프 김성열 공보특보도 이에 대해 "우리 지지층들은 단일화에 대한 이준석 후보의 명확한 입장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단일화를 반대하는 전화도 잘 오지 않을 만큼 단일화 단어 자체를 꺼낼 분위기도 아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이제 단일화는 없다"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김 특보는 또한 "만약 이 후보가 투표 직전 극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하게 되면 지지층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다"라는 질문에 그냥 웃기만 했다. 그런 가정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준석 후보는 26일 개혁신당 당원 11만여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만약 단일화가 있다면 그 당의 후보(김문수 후보)가 사퇴하는 것뿐"이라며 "이번 대선을 반드시 완주하고 승리로 응답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힘 단일화 요구 '무한 반복'에 쇠말뚝을 박은 것이다.
하지만 김문수 후보측은 이준석 후보 지지층의 단일화 부정 기류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코를 꿰 끌면 끌려올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단일화가 확실한 효과를 낼 것이라며 자신하고 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23일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이 서로 상쇄하는 게 아니라 함께 올라가고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어 충분히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준석 후보 지지층이 100% 오지는 않겠지만 단일화가 이재명 후보는 안 된다는 열망을 결집시키는 촉매로 작용해 여론조사 수치보다 훨씬 큰 폭발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국민의힘 셈법은 여론조사의 경향성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계산한 것이 아니라 이준석 후보 지지층 일부가 이탈해도 무응답층이나 중도층 일부가 김 후보 쪽으로 움직일 것이란 '막연한' 기대심리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2002년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학습효과 때문에 '뭉치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기계적 셈법과 자만에 빠져 있다. 하지만 과거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이회창'이라는 기득권을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를 해보자는 대의명분이 서로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그런데 김문수-이준석 단일화는 뭉치기만 하면 어떻게 해볼 수 있다는 단순 표계산이 앞서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조기 대선 유발자의 책임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어떻게 보면 가장 화학적 결합이 어려운 극과 극의 지지자들을 억지로 묶는다고 묶여질지 관심을 모은다. 1+1이 2가 되기는커녕 -2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