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읽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임명...'AI 천재', 정치인에게 길을 묻다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6.1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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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AI 주권국가' 비전 실현할 '국가대표 AI 전문가'로 정평나
2003년 삼성 출신 진대제 정통부 장관과 비슷한 기업가 파격 영입 케이스
네이버 효율성을 관료사회에 적용시키고 부처간 갈등 '조정자' 역할에 주목
하정우 대통령실 신임 AI미래기획수석.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하정우 대통령실 신임 AI미래기획수석.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 초기 참모들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5일 국가안보실 1차장에 김현종 전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을, 안보실 2차장에는 임웅순 주캐나다 대사를, 안보실 3차장에는 오현주 외교부 주교황청대한민국대사관 특명전권대사를 각각 임명했다. 

이번에 발표된 대통령실 인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인물은 이번에 신설된 AI미래기획수석에 임명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이다. 그는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선행 기술을 총괄한 딥러닝(Deep Learning) 전문가다.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2015년 네이버랩스에 입사해 AI 연구에 뛰어들었다.

2017년부터 3년간 네이버 클로바 AI 리서치 리더를 맡았고, 2020년 10월부터 네이버 AI랩 연구소장을 맡아 AI 중장기 선행기술 연구를 총괄했다.

해당 기간 3대 AI 연구학회인 ICLR 등 다수의 글로벌 학회에서 100개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며 네이버가 글로벌 AI 연구 영향력 순위 세계 6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하 수석은 글로벌 빅테크가 선점한 AI 시장에서 '소버린(주권) AI'를 강조하며 한국만의 AI 모델·인재 등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 같은 구상은 네이버가 한국어에 특화한 초거대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이는 데 기여했다.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산학 교류를 통한 AI 인재 교육에도 앞장서며 IT 업계에선 '국가대표 AI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하 수석에 대해 소버린 AI를 앞장서 제안하고 이끌고 있는 AI 전문가라며 "네이버 AI 혁신센터장으로서 겪은 현장 경험이 국가 AI 정책으로 구현되기를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을 지낸 AI 전문가 이원태 국민대 특임교수는 페이스북에 “AI 모델 개발 경험부터 개발에 따른 에너지 문제, 인력 양성, AI 과학기술의 융합 연구, 법제도와 거버넌스의 지정학적 이슈까지 모든 영역을 섭렵한 진정한 AI 전문가”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AI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고 AI를 이재명 정부의 '미래형 시그니처 정책'으로 삼았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향후 그 '실적'이 주목되는 분야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임명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다. 40대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의 탄생은 그 자체로 이재명 정부의 활력과 도전을 상징하는 중요한 인사라는 점에서 향후 그의 역할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맨왼쪽이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사진=연합뉴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맨왼쪽이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사진=연합뉴스

하정우 수석을 언급할 때 가장 중요한 '장점'은 그가 '소버린 AI'를 국가전략으로 끌어올릴 적임자라는 점이다. 소버린(Sovereign)은 '자주적인', '주권이 있는' 이라는 의미다. 거기에 AI(인공지능)을 붙인 것이 '소버린 AI' 개념이다. 이는 한국이 'AI 자주국가'로 우뚝 선다는 개념을 담고 있다. 

특히 AI 모델이 외부 클라우드나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 내에서 운영되어, 보안 및 독립성 강화에 초점은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OpenAI, Google, DeepSeek 등 외부 기업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국가 안보 및 정보 보호 측면에서 유리 경제 및 기술 자립을 추구하며 자국 내 AI 생태계를 조성하여 국가 차원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려 한다.

하 수석은 단순 기술자가 아니라 '국가 주권형 AI'라는 전략 비전을 제시해온 기획형 리더라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가 구상하는 AI의 독립적 주권국가를 구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민간 출신 기업가가 정부조직에 진출해 성공하려면 과거 그의 '선배'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IT 강국 실현’과 정보통신 기반 확충을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2003년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진대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사장 출신을 영입했었다. 그 전만 해도 장관직에 대기업 출신이 들어오는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진대제 사장의 영입은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진 사장이 반도체 분야에서 거의 전설적인 인물로 통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대 또한 역대급으로 치솟았다. 당시 관가에서도 '드디어 실무형 장관이 왔기 때문에 업무 장악력이 뛰어날 것이다' '산업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가 왔기 때문에 관료조직에 신선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노 전 대통령의 진대제 전 장관 '기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다. 일단 그의 재임기간(2003~2006년)이 이를 말해준다. 취임 초기 관가와의 갈등이나 리더십 부재 등으로 평판이 나빴다면 3년 동안 버티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당시 진 전 장관은 '삼성' 출신답게 일벌레로 소문이 났었다. 특히 실무형 리더십은 관료들의 긴장도를 끌어올렸다. 진 전 장관은 회의 시간 단축, 문서 간소화 등 기업식 효율성을 도입해 관료들을 '괴롭힌'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장관실보다 회의실에서 더 자주 본다”는 말이 돌 정도로 현장 중심형 리더십으로 취임 초반 관료 장악력을 높였다. 

2005.04.12.생산자대통령비서실등록번호47974기증자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인물노무현 대통령, (대통령 우측으로)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 (대통령 좌측)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 2005년 독일에서 열린 정보통신부 주최 DMB 시연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진대제 장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노 대통령 우측으로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 그리고 대통령 좌측에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노무현 사료관

또한 IT839 전략을 주도해 한국 IT 산업 발전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평가도 받는다. 당시만 해도 상용화되지 않았던 초고속인터넷, DMB, 와이브로 등 혁신적 기술의 상용화를 주도했다. 특히 DMB, 와이브로는 한국이 세계 최초 상용화를 선언한 기술로 '기술 강국' 이미지 제고에 기여했다. 

이렇듯 진 전 장관은 기업가의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리더십을 경직된 관료사회에 도입해 경쟁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한국의 IT 산업 발전의 초석도 다진 '괜찮은' 영입 케이스였다. 

하지만 진 전 장관은 역시 기업가 출신들의 '약점'인 정무적 감각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국회와의 '관계 설정'에 애를 먹었다. 진 전 장관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정치인들만 나를 몰라주는구나'는 생각을 가질 법했다. 진 전 장관은 IT 확산을 통한 디지털 정부 전환을 추진했으나 국회 상임위에서 다수 법안이 표류됐었다.

전자정부 고도화 관련 법안이 정보위에서 야당 의원들의 “개인정보 침해 우려” 지적에 가로막히자 진 전 장관은 그런 반발 기류에 대해 “기술을 몰라서 그렇다”고 일축했지만 당시 정치권에서는 "정무 감각이 없다" “설득하려는 노력이 없다”는 뒷말이 나왔다. 

또한 예산 배분의 민감한 사안도 지혜롭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예산 배정은 국회 관련 상임위 로비뿐 아니라 당시 예산권을 쥐고 있던 기획예산처도 설득해야 하는 부처의 최대 난제였다. 

진 전 장관은 ‘IT839 전략’ 예산 배분 과정에서 기획예산처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진 전 장관이 제시한 ‘IT839 전략*은 8대 서비스, 3대 인프라, 9대 성장엔진을 통합 지원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지만 기획예산처는 그것을 “기술 나열에 불과하다”며 일부 항목을 삭감해버렸다. 그때 재정경제부(2008년 기획재정부로 통합)도 “전략이 기업식 용어로 짜여 있고, 국회 설득용 설명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정보통신부 실무진이 예산 배분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진 전 장관이 "그냥 위에서 밀어붙이면 안 되냐”고 했지만 국회와 관료의 동작 시스템을 모른 상태에서 막연하게 밀어붙이다 좌절된 케이스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4월14일 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에이아이(AI)를 방문해 이 회사가 만든 인공지능 전용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4월14일 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에이아이(AI)를 방문해 이 회사가 만든 인공지능 전용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들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AI 투자 100조원 시대 열겠다"고 선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진대제 전 장관의 유연한 정무 대응 '실패' 사례는 네이버 출신 하정우 신임 AI미래기획수석에게 두 가지 유의할 점을 던져주고 있다. 먼저 네이버에서 통하던 효율과 기술만능의 리더십을 어떻게 관료사회에 적용할지 문제다. 물론 AI 관련 장관이 있기 때문에 하 수석은 이 대통령의 의중을 관가에 잘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겠지만 지금까지의 정치 관행 상 대통령실 수석이 사실상 AI 정책을 컨트롤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스타급 인재가 정부조직에 들어가게 되면 관료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AI는 기존 공무원들에게도 상당히 생소한 분야다. 대한민국에서 하정우 수석만큼 AI를 잘 아는 전문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될 경우 하나부터 열까지 하 수석이 관료들을 '가르치'는 상명하복과 그에 따른 지시와 복종의 수직적 시스템이 작동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하정우가 없으면 AI미래기획은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다. 하 수석이 자신의 뛰어난 기술적 재능과 그 언어를 어떻게 관료주의에 녹아들게 하는 것이냐가 첫번째 관건이다. 관료들을 설득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정치적 언어'를 구사하지 않으면 결국은 기업 논리가 관료주의 저항에 막힌 꼴이 될 수도 있다. 

두번째는 부처 간 이견이나 규제 개혁, 국회 로비 등 현안 갈등 '조정자'로서의 역할도 해야 한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관료들과의 호흡과 소통이 중요하다면 대외적으로는 부처 간 '정무 조정' 능력과 국회와의 관계 설정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회의 '정치 논리'를 잘 이해하지 못했던 진대제 전 장관의 전철을 밟으며 '예산 확보'와 대외 협력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 수석은 이재명 대통령의 '하명'을 받아 부처에 전달하는 위치라는 점에서 권력이 막강할 것이지만 예산과 제도 등은 부처 소관이다. '소버린 AI 국가전략'이나 '데이터 주권' 같은 의제는 과기부·기재부·방통위의 협력 없이 단독 추진하기 어렵다. 추진력보다 조정력이 우선시되는 이유다. 

또한 하정우 수석은 기업과 연구조직에서 '성과 중심과 민첩한 실험 문화'에 익숙한 인물이다. 반면 관료조직은 '정책 리스크' 회피와 절차, 의전을 우선순위에 드는 경우가 많다. 임기 초반 답답함을 토로하면서 '느리게' 움직이는 관료사회를 타박할 경우 갈등과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이에 대해 "하 수석의 AI 비전과 기술력에 대해 의심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의 뛰어난 재능으로 관료들을 민첩하게 일하도록 하는 정치력과 리더십은 또 다른 문제다. 아무리 좋은 건물이라도 설계도만 훌륭하면 제대로 지을 수 없다. 뛰어난 설계도를 구현해내는 현장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하 수석이 그런 정치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도 그런 프로세스의 중요성만 잘 인식하고 있다면 한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 부산(48) ▲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 네이버랩스 책임연구원 ▲ 네이버 클로바 AI 리서치 리더 ▲ 네이버 AI랩 연구소장 ▲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現) ▲ 네이버 퓨처 AI 센터장(現) ▲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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