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기반의 운전역량 제고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기술에 대한 보험료 할인 등 인센티브 부여 방안도 검토 필요

[인더스트리뉴스 이주엽 기자] #지난 12일 오후 강남구 논현동 서울세관사거리 인근 도로에서 8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식당으로 돌진해 행인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80대 여성 A씨가 운전하던 그랜저가 인도로 넘어가 한 식당으로 돌진하며 인도에 있던 1명이 중상을 입고 3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중상을 입은 피해자는 오는 10월 결혼할 예정이던 30대 정 모씨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운전자 A씨는 현장에서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에게서 음주와 약물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노인 인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같은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비율이 증가하고 있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자동차보험의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고령층 교통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령 운전자의 이동권을 제한하기보다 첨단기술 기반의 운전역량 제고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운전자의 고령화는 자동차사고 빈도와 심도에 변화를 가져오고 보험사들의 손해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원은 우리나라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2020년에서 2023년까지 연평균 약 1.84% 감소했지만, 65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는 연평균 8.4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전체 교통사고 가운데 노인 운전자 사고 비중이 증가하고 있음이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고령 운전자는 신체기능 저하로 돌발상황에 취약하고, 페달 오조작 등 운전 조작 실수 위험이 높다. 사고 발생 시 치사율도 높아 이러한 특성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령자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사고 및 손해율 증가의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고령자의 인지·신체기능 저하 ▲차량 노후화 ▲첨단장치 미장착 등이 거론된다.
연구원은 고령자의 운전 자체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기 보다는 운전 역량을 제고해 안전한 운전 환경을 만들어주는 정책을 우선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고령 운전자들은 경제활동을 하는 비율이 적어 신차 구매에 소극적인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차량 노후화, 첨단장치 미장착 등이 사고율 증가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실제로 고령 운전자 차량의 AEBS(첨단 긴급제동 시스템) 장착률은 16.4%로 전체 자동차 평균 장착률인 30%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와 손해보험업계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과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구매 지원 확대 방안이 포함됐다.
고령 운전자에 대한 사고 방지 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거나 장착 시 보조금, 보험료 할인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운전 역량을 보완해 발생 가능한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연구원 측의 주장이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화 적응을 위해 고령 인구 증가가 자동차사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토대로 고령 운전자의 운전역량을 보완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며 "이런 기술에 대해 자동차보험료 할인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