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낮은 '기본자본 킥스' 비율 등 자본 비상 속 기부 결정
현대해상, "8월 발표 예정인 아동 사회공헌 활동 자금…문제 없어"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현대해상이 정몽윤 회장의 장남 정경선 CSO(최고 지속가능 책임자, 전무)가 설립한 비영리법인 루트임팩트에 150억여원을 증여하겠다고 공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K-ICS, 이하 킥스)' 도입을 앞두고 현대해상의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오너3세가 설립하고 운영해온 비영리법인에 대한 증여가 무슨 뚱딴지 같은 일이냐는 반응이 나온다.
현대해상은 이를 두고 공시상으로는 '증여'지만 실상은 '기부'이며 어린이 관련 사회공헌활동에 쓰일 예정이라는 다소 궁색해 보이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회사측은 오너 3세인 정경선 전무가 설립한 법인이라는 사실과는 별도로 루트임팩트가 관련 활동 이력이 풍부해 기부를 결정하게 됐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해상 이사회는 지난달 23일 비영리법인 루트임팩트에 150억원을 증여하기로 의결하고 이틀뒤 이를 공시했다.
현대해상은 해당 금액을 2029년까지 분할해 증여한다는 방침인데, 구체적인 지급시기와 금액은 정해지지 않았다.
현대해상은 이에 대해 "공시 상에는 증여라고 표시돼 있지만 사실은 기부를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발달지연과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루트임팩트는 관련 활동을 운영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해명인 셈이다.
루트임팩트는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현대해상 최고 지속가능 책임자(CSO, 전무)가 회사에 입사하기전인 지난 2012년 설립한 비영리법인이다. 사회의 각종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체인지 메이커’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 설립 취지다.
루트임팩트는 설립부터 운영까지 상당부분의 필요 자금을 정몽윤 회장의 사재로 충당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경선 전무는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루트임팩트가 부친인 정몽윤 회장의 사재로 상당부분 운영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회장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루트임팩트에 79억원을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대해상도 2018년부터 2021년까지 50억원을 루트임팩트에 지원한 바 있다.
이번 기부도 어린이 보험 점유율 1위인 현대해상이 어린이 사회공헌 활동 차원에서 내놓은 자금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타이밍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측면이 있다.
현대해상은 현재 기본자본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기본자본이란 영업현금흐름, 유상증자 등 본질적인 자본을 의미한다.
올해 내로 건전성 지표로 '기본자본 킥스'가 도입될 예정인데, 현대해상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1분기 말 46.7%로 업계에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현대해상의 1분기 기본자본은 3조839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029억원이나 줄었다.
빅5 손보 기본자본 킥스 비율 50%를 넘지 못한 회사는 현대해상이 유일하다. 경쟁사인 삼성화재는 158.6%, 메리츠화재는 83.2%, KB손해보험은 77.8%, DB손해보험은 74.4%를 각각 기록했다.
'기본자본 킥스'는 신종자본증권 등 ‘보완자본’을 배제하고 ‘기본자본’ 만으로 산출된다. 기존 '킥스'는 신종자본증권 등 보완자본을 인정해 줬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은 엄연히 고금리의 채무증권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신종자본증권이 향후 보험사들의 실질적인 건전성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아직 의무 준수 기준 비율을 구체화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해외 사례를 봤을 때 50~80%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대해상의 기본자본 킥스는 예상 권고치의 최하 수준인 50%에도 못미치는 셈이다.
하지만 현대해상은 이에 대해 사회공헌활동의 지속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아동 관련 사회공헌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면 8월 쯤 발표할 예정"이라며 "앞서 루트임팩트에 대한 기부 결정을 이사회에서 의결하면서 이에 대한 공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비록 회계 제도 변경으로 인해 부침이 있다고 해도 당연히 해야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니 양해 바란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