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로 연기된 상호 관세 유예에도 불확실성만 가중돼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한국과 미국 간 자동차 관세 협상이 또다시 유예되며 국내 완성차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 날짜를 오는 8월 1일로 못박기는 했지만 당초 예정됐던 협상 시한(7월 8일)을 넘기면서 완성차 업계의 피로도와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 등 14개 국가에 8월 1일부터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한국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이는 자동차, 철강·알루미늄 등에 이미 부과된 품목별 관세와는 별개”라고 적었다.
결론적으로 협상에 진척이 없을 경우 지난 4월부터 부과되고 있는 자동차 부문 관세를 25%로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국내 완성차 업계는 이번 유예 조치로 ‘25% 품목별 관세+25% 상호 관세’라는 최악의 복합 관세 부과는 피했지만 이미 적용되고 있는 25% 관세만으로도 실적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관세 부담은 이미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3조62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도 3조825억원으로 15.4% 감소할 전망이다.
KB증권은 현대차가 지난 2분기에만 약 8451억원, 기아가 4674억원의 관세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같은 비용 증가가 계속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는 연간 각각 2조6000억원, 2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회사는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북미 시장에서 올리고 있어 관세가 실적에 미치는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수출 감소도 뚜렷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대미 수출은 621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7% 줄었고, 특히 자동차 수출은 16.8% 급감했다.
한국은행 집계로도 대미 자동차 수출은 같은 기간 16.4% 감소해 전체 자동차 수출 감소폭(2.1%)보다 훨씬 컸다.

◆ 지지부진한 관세 협상, 불확실성만 키워…“조속히 마무리 해야”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나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맏형 격인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관세 부과 직전 현지에 선제적으로 차량 재고를 확보하며 대응에 나선바 있지만 해당 재고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미국 내 재고 물량이 완성차 기준 3개월 가량 남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부터는 재고가 완전히 바닥나 차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설상가상으로 향후 자동차 운반선 입항 수수료까지 현실화되면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기업들의 부담은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조선·해운 산업 견제를 명분으로 외국산 자동차 운반선 전반에 입항 수수료 부과를 예고했다. 이는 현대글로비스 등 한국 운송기업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관세에 이어 물류 비용까지 더해지며 현대차그룹 전체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대응 차원에서 미국 현지 생산 확대에 나섰지만 현지 공장 최대 생산 능력이 연 120만 대 수준으로 연간 판매량의 3분의 2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3분의 1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관세 및 운송 비용 인상 영향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점유율 하락도 우려되고 있다.
이처럼 한미 간 관세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로 지속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사업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상호 관세 부과 유예 시점이 8월 1일로 연기된 데 대해 일각에서는 협상에 여유가 생겼다는 반응보다는 오히려 협상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만 가중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관세 협상이 지연되며 현장에서는 사업계획 수립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 정부가 하루빨리 미국과의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게 업계 전반의 공통된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