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수석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돌발변수 터지면 '심사숙고' 의지
'야당 정치공세는 당당하게 맞서겠지만 여론을 이길 수는 없을 것' 분위기도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이재명 정부 초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 슈퍼위크'가 시작됐다. 오늘(14일)부터 16명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후보자들에게 결정적 하자는 없다며 당당하게 청문회 대회전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다수 후보자가 부적격이라며 낙마 공세를 펼치고 있어 인사청문 정국 기간 내내 '강대강' 대치가 예고된 상황이다.
국회는 첫날인 14일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4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각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실시한다.
배 후보자는 LG 인공지능(AI) 연구원장 등을 역임한 기업인 출신이고 정동영·전재수·강선우 후보자는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이다.
이날 청문회 중 강 후보자 청문회에서 여야는 가장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강 후보자에 대해 '보좌진 갑질 의혹'을 집중 제기하며 후보 자진사퇴와 임명철회를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악의적 신상털기, 흠집내기"라며 청문회에서 충분히 소명될 것이라고 방어막을 치고 있다.
강 후보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이 같은 의혹 제보 자체가 악의적이라는 취지로 여당에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치열한 내부 갈등과 근태 문제 등으로 촉발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동영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가족이 태양광 사업을 하는데 태양광 지원 법안을 발의했다는 이해충돌 의혹, 후보자 배우자의 태양광 '쪼개기 투자' 의혹 등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야당은 전재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을, 배경훈 후보자에 대해서는 병역 복무 및 연구 윤리 위반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5일에는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각각 개최된다.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 청문회도 같은 날 열린다.
16일에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이진숙 교육부 후보자 청문회가 실시된다. 이중 이 후보자는 제자 논문 가로채기 및 논문 표절 의혹 등이 제기된 상태로, 야당의 공세가 집중되고 있다.
이후 17일에는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정관 산업부 장관 후보자,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18일에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각각 예정됐다.

14일부터 18일까지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가장 여야의 공방이 치열할 '전장'은 야당의 공세가 집중된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14일)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16일)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의 논문 표절·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과 강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의혹이 부처 수장 자격이 없는 가장 큰 이유라고 주장한다. 만약 이들의 임명이 강행되더라도 '인선 반대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측은 "이 후보자의 논문 의혹은 학자·교육자로서의 자질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보좌관에게 갑질을 한 강 후보자는 약자를 위해 일해야 하는 여가부 장관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특혜·갑질 전력, 입시·취업 비리 연루, 논문 표절 등을 7대 낙마 기준으로 제시한 국민의힘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농지법 위반 의혹,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과 등도 부각하면서 낙마 공세를 퍼붓고 있다.
국민의힘은 초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전과 의혹투성이"라고 규정하고 국민검증단도 띄운 상태다.
이에 민주당은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 중 국민 여론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만한 '결정타'는 없었다고 보고 최대한 엄호 태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특히 논란이 된 이진숙·강선우 후보자의 경우도 인사청문회에서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측은 "이 후보자 의혹의 경우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이고, 강 후보자 역시 일방적으로 의혹이 제기된 만큼 본인이 직접 소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후보자 낙마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두 후보자의 의혹에 대한 우려도 일부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청문회 과정에서 강선우, 이진숙 후보자의 해명에 설득력이 떨어져 여론이 냉담하게 반응할 경우 당에서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는 청문회 이후에도 관련 논란이 계속될지를 주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번 청문회에서 최소한 3명의 후보자 낙마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강선후, 이진숙 두 후보자의 '낙마'는 기정사실이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배우자의 코로나19 관련 주식 매수 이유로 반드시 탈락시켜야 할 후보로 찍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대선 승리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여론을 등에 업고 후보자 전원 '등극'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5일 동안의 슈퍼위크 청문회에서 어떤 돌발변수가 튀어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우상호 정무수석도 14일 오전 한 인터뷰에서 "(검증 과정에) 과거의 공직자 인사 검증 기준이 대체로 종합적으로 적용됐다"며 "그 검증을 통과하신 분들인데 검증 과정에서 저희가 미처 몰랐던 일이 생길 수 있다.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이재명 정부는 소통과 여론을 가장 중시하는 국정운영을 해왔다. 우상호 수석도 돌발변수 발생 등을 두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대통령실이 무조건 16명 전원 통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후보자 1~2명의 낙마는 각오하고 이번 청문회에 임해야 국정 주도권을 계속 쥐고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통령실이 미처 검증해내지 못한 새로운 의혹이 불거질 경우 여론에 따라 일부 희생타도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야당의 정치공세에는 적극적으로 맞서겠지만 후보자의 의혹 자체가 심각할 경우 여론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라는 당의 분위기도 읽힌다. 민주당이 여론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경우 인사청문회 논란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