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의원-보좌진 관계 위계 존재" 반대 의견 공개 표명...당내 갈등 유발
정치가 갑질 용인 기준점의 사회적 합의 이끌어내야...개혁 동력 약화 가능성도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 인선 중 가장 논란이 컸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에 대한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현재 강선우 '갑질 이슈'는 단순히 한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떠나 민주당 의원들 간 시각 차이와 공정성 훼손 등의 '다발성 골절'로 문제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을 공개적으로 밝힌 이후에도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 여권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의 22일 발언은 강선우 후보자 이슈를 인사 검증 차원에서 공정성에 대한 시각 차이와 당내 갈등으로 증폭시키는 계기가 돼버렸다.
문진석 수석부대표는 강 후보자 보좌진 갑질 논란과 관련해 "일반적인 직장 내 갑질과 보좌진과 의원 관계에 있어서 갑질은 성격이 좀 다르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문 수석부대표는 "보좌진과 의원은 동지적 관점, 식구 같은 개념도 있다"며 "너무 가까운 사이이다 보니 국회의원들도 가끔 사적인 심부름은 거리낌 없이 시키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강 후보자 갑질 문제는 '의원실 식구'끼리의 문제로 볼 수 있는데 너무 사태가 커진 것이라는 주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뒤 이소영 의원은 즉각 반론을 제기했다. 문 수석부대표가 당 지도부 핵심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에 대해 공개적인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대표적인 ‘친명’계로 꼽히는 3선 김영진 의원이 지난 17일 강 후보자 문제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를 당사자와 인사권자가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여당에서 처음으로 공개 반대 입장 표명을 한 이후 이소영 의원이 또 다시 깃발을 들어올린 것이다.
이소영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서 "오늘 한 분의 의원님께서 '일반적인 직장 내 갑질과 의원-보좌진 관계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하셨으나, 그 말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직장 상사와 직원의 관계, 의원과 보좌진의 관계는, 한쪽이 인사권을 가지고 있고 서로 간 위계가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같다. 따라서, 두 경우 모두 인사권자의 요청을 상대방이 거절하기 어렵다. 우리가 법으로서 부당한 지시를 금지하는 이유"라고 했다.
이소영 의원 반대 의견 표명 다음날인 23일에는 김상욱 의원도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국민 수용성 부분에 있어서는 과락(科落) 점수를 받는 상태가 아닌가"라며 "한 과목이라도 과락이 되면 합격하기가 힘든 것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한 김 의원은 "국민들이 못 받아들인다면 국무위원 자격에서는 하자가 생기는 것"이라고 언급해 이김영진 이소영 의원에 이어 김상욱 의원도 강선우 후보자 임명 반대 대열에 동참해 당내 논란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강 후보자 갑질 기준 문제로 당내 갈등이 증폭될 조짐을 보이자 23일 “강 후보자를 옹호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문 수석부대표는 “전체 내용을 들어보면 보좌관 갑질을 옹호한 것도 아닌데 이상한 부분만 잘라서 보도됐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사실 문진석 수석부대표의 발언은 강선우 후보자 문제를 봉합시키고 정리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것인데 오히려 그것이 꺼진 줄 알았던 불씨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소영 의원이 소신있게 논리적으로 지적했다는 반응도 있지만 강선우 이슈가 사그라들 것으로 기대하던 당 지도부는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빠지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엉뚱한 방향으로 계속 튀자 당내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때의 조국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진보 지지층에서는 '왜 강선우만 이렇게 엄격한 갑질 기준을 적용해야 하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강 후보자의 당시 상황을 보면 상식적으로 갑질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지 의심된다는 의견에서부터 일부 언론이 여론을 등에 업고 마녀사냥식으로 찍어누르려고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정영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제기한 강 후보자의 '예산 갑질' 의혹도 상호 견제 관계인 국회(입법부)와 정부부처(행정부) 간의 일반적인 '밀당' 수준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강선우의 갑질'로만 증폭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보수 지지층과 야당은 강선우 사태를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사례로 인식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9년 자녀 입시비리 등으로 임명 50여일 만에 낙마한 이른바 '조국 사태'도 보수에서는 권력층의 위선으로 비판하고 있지만 진보에서는 검찰권력의 '정치적 린치'로 받아들인다.
이렇게 강선우 사태의 본질에 대한 진보와 보수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야권에서는 '잘라라'고 주장하지만 여권은 '정치 공세에 밀리면 안 된다'고 대응한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인사 검증 문제를 정치적 진영 대결로 대응해 더 답답한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 시점에서 두 가지 정도로 강선우 이슈를 압축해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권력과 위계가 작용하는 관계 속에서 어느 수준까지의 행위를 ‘갑질’로 규정하고 용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여전히 미흡한 편이다.

문 원내수석부대표가 강 후보자의 갑질 의혹을 '의원-보좌관'이라는 동지적 관계에서 용인되는 수준이라는 말했지만 이런 주장은 '권력자'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로 불릴 수 있는 보좌관이 주장해야 설득력을 갖는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에서 이번 사태를 정치적 문제로 규정하고 의원과 보좌관이 함께 노력하자 정도의 성명서라도 낸다면 사태는 봉합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민주당 보좌진들은 '침묵 속의 항의'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소영 의원이 제기한 문제도 이와 같다. 아무리 동지적 관계라고 해도 엄연히 위계(언제든 보좌관을 해임할 수 있는 생사여탈권을 포함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동지애'만'을 기대하는 것은 권력자의 자의적이고 권위적인 판단일 수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떤 문제든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태를 바라봐야 하는 것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윤리이자 의무이다. 특히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관계처럼 위계와 권력이 고도로 집중된 구조에서는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나 제3자가 ‘그 정도는 괜찮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2차 가해에 가까운 권력 남용이 될 수 있다"면서 "민주당은 사회적 약자 보호와 불평등 해소를 당의 주요 의제로 삼고 있는 진보정당이다. 강 후보자 문제가 갑질에 대한 명확한 기준점으로 삼는 계기가 되어야 하는데 이 문제를 축소하거나 조직 문화로 포장하려는 시도는 민주당 스스로의 정치적 정체성과 도덕적 신뢰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동지적 관계란 말은 이상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현실 속 보좌관들은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노동자이자 권력자 곁에서 침묵을 강요당하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은 사회적 합의의 반영이나 언급 없이 일방적으로 갑질에 대한 기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소영 의원과 같은 당내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당 지도부가 갑질 피해 예방과 본질적 문제 해결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먼저 시도했다면 당내 분란도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두번째 문제는 민주당 지도부가 강 후보자 문제를 강선우 의원 개인 차원이 아니라 민주당 흔들기로 인식하고 강경대응을 고수하면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갑질 의혹에 연루된 또 다른 당 고위인사로 그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당 지도부가 더욱 강선우 후보자를 사수하려고 한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조만간 일부 언론에서 또 다른 갑질 의혹을 보도할 것이라는 얘기도 일부 평론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강선우 후보자 임명을 하기로 한 이상 당 지도부도 이에 부합하는 백업을 해줘야 한다. 그 첫번째 접근법은 강선우 후보자 쉴드가 아니라 민주당 보좌관들이 받았을 자괴감을 위무해주는 게 우선이다. 그런데 당 지도부가 어떤 이유에선지 계속해서 나오는 갑질 의혹에 대해 눈을 감고 오히려 사실을 곡해하고 있다며 여론을 질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오만한 것이다. 당 지도부의 선제적이고 전향적인 정무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최근 며칠 사이 정국이 강선우 후보자 갑질 문제로 도배가 되면서 어느 순간 이재명 대통령의 활동과 개혁 워딩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강선우 후보자 문제가 이재명 대통령 개혁 이슈를 잠식할 정도로 커져버렸다. 개혁 동력 자체에 타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강선우 후보자의 갑질 문제는 개혁 이슈가 아니라는 방관자적인 자세로 접근할 경우 개혁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갑질 문제는 그 기준점을 사회적 약자의 시각에서 세워야 한다. 정치는 그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갑질 문제는 국회의원 특권의식 폐지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풀어내야 할 가장 개혁적인 이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