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지속적 성장과 함께 국내 태양광 시장도 가파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더불어 모듈, 인버터, 접속함 등 태양광 주요 설비 기업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안정성과 수익성 확보를 위한 가치 경쟁으로 뜨겁다.
지난해 연간 태양광발전 누적 설치용량이 3GW를 넘어서며 국내 태양광 시장이 호황기를 누리고 있음이 증명됐다. 그러나 양적 성장의 그늘에는 REC 가격의 급격한 하락 등 시장을 경직되게 하는 이슈도 생겨났다. REC 가격 하락은 수익성 확보를 위한 설비 구축비용의 절감으로 이어졌고 더욱 과열된 가격 경쟁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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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새로운 인버터 기업들이 출현함에 따라 현재 국내 태양광 시장에는 30여개 이상의 브랜드가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칫 가격 낮추기에만 몰입돼 장기적인 수익성과 안전성을 헤칠 수 있으나 눈높이가 높아진 수요자들은 효율, 안전, 경제성 등 다양한 요구를 표출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기술 개선과 직결돼 발 빠른 대응 여부가 바로 시장점유율로 드러나고 있으며, 혁신적이고 스마트한 태양광 기술이 브랜드의 차별화를 이뤄내고 있다.
7월 적용 ‘KS 인증’ 유예기간 업계 혼란 야기
최근 정부는 품질과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 사용과 저가·저품질 제품의 국내 유통 방지를 목적으로 인버터를 비롯한 태양광 주요 설비의 KS 인증제품 사용 의무화를 시행했다. 유예기간을 둬 올해 7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이며, 기존 정부보급사업에 한정됐던 KS 인증 인버터 의무 사용을 향후 RPS 설비에도 의무적으로 적용토록 했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태양광 인버터를 제조 및 공급하고 있는 업계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누군가는 기회로, 누군가는 위기로 이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KS 인증제품 사용 의무화의 시행 자체는 업계 관계자들 모두 가야할 방향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점과 공식적인 논의의 부재에 대해 많은 불만이 터져 나왔다.
특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대혼란에 빠뜨린 코로나19 사태의 영향도 적지 않다. 국내에 총판을 둔 한 외산 인버터 업체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KS 인증을 취득하기 위한 심사 준비에 들어갔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심사관의 해외 공장 방문이 더욱 어려워진 가운데 갑자기 시행 날짜가 발표돼 굉장히 당혹스러웠다”며, “제품심사를 먼저하고 공장심사를 하는 등 유연한 조치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외기업의 한국지사 담당자는 “국내 인버터 공급을 위해 시험성적서를 제공하는 등 품질에 대한 입증을 함에도 추가적인 인증을 거치는 것은 중복되는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며, “7월 적용이라는 테스트 기간보다 짧은 유예기간이나 국제 인증 규격에 벗어나는 기준 등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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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내 인버터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진입하는 수입 제품에 대한 무분별한 진입을 막을 수 있어 국내 산업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까운 일본에서도 국가산업 보호와 품질 및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인증 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기준이 세워지면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A/S, 생산프로세스, 실적, 품질 등을 갖춰 국내 태양광 설비의 고품질, 안정화에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산 인버터를 취급해 국내에 공급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7월부터 시행되는 KS 인증 의무화 방침을 위기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공급하는 인버터를 검증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로 여기고 더욱 안정된 품질과 성능의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KS 인증제품 사용 의무화 시행에 어려움을 피력하고 있는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는 정부 소통의 부재다. 시행시기와 기준이 업계 관계자들과 충분한 협의 및 이해를 거쳐 진행되면 여러 가지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당장에 산적한 인버터 재고 처리를 비롯해 발전소에 적용되는 기자재 호환 등을 재설계해야 한다. 그 리스크는 고스란히 시공사 혹은 사업주가 가져가게 돼 향후 더 큰 혼란이 예상되기도 한다.
2021년 이후 ‘DC 1500V’ 새로운 시장 열려
국내 태양광 인버터 시장에서 또 다른 큰 이슈 중 하나는 전기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른 저압/고압 기준의 변경이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기술표준 및 한국산업표준(KS)의 기준에 맞춰 2021년 1월 1일부터 저압의 범위가 AC 1000V 이하, DC 1500V 이하로 조정된다.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IEC 기술표준을 도입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조치로 파악된다. 태양광의 경우 일조량이 많은 한낮에 발전량이 많아지면서 전압이 상승하게 되는데 현재 우리나라가 규정한 저압의 범위를 초과하게 된다.
실제 태양광발전소에 설치되는 수입 설비들이 IEC 국제 표준에 맞는 높은 전압으로 구성돼 있기도 하다. 이를 국내에서 그대로 사용하다보니 인증 문제를 비롯해 감독기관, 전기안전공사 설비 점검에서 저압이냐 고압이냐 하는 혼란과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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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태양광 인버터 업계는 2021년 이후 열리게 되는 국내 1500V급 태양광 인버터 초기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REC 단가 하락 및 지리적 한계 등으로 기존 중·소규모 사업보다는 대규모 사업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태양광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새만금 등 대규모 태양광발전소의 지속적인 수요가 예상됨에 따라 대용량에 적합한 1500V급 태양광 인버터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또한, 양면형 모듈 사용 등 태양광 고효율 트렌드도 인버터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글로벌 태양광 모듈 기술이 고효율을 지향하고 있고, 최근 국내에서도 양면형 태양광 모듈 등 고효율 제품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발전 시간이 가장 활발한 한낮에 전압 상승으로 인한 과전보호로 발전 시스템이 멈추는 우려도 있어 전압의 기준 변경은 시장의 새로운 경쟁 무대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높아진 수요자 눈높이… 안정성 및 사후관리 빠른 대응 요구
인버터는 태양광발전에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부품 중 하나로 성능에 따라 발전효율이 달라지고 사업자의 수익 또한 달라진다. 또한, 태양광 사업은 단기간에 결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사업 특성상 제품의 안정성과 사후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품질과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 사용, 저가 제품의 국내유통 방지, 고효율 트렌드에 맞춘 정부의 규제 개선 사항들이 상향평준화 되고 있는 태양광 인버터 시장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낼지 주목되고 있다.
태양광 시장의 수요자들은 고조되는 시장 경쟁 속에 눈높이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가격보다 안정성, 효율, 디자인, 사후관리 등 다양한 필요를 시장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공급기업들도 과도한 치킨게임보다는 ICT 기술을 활용한 기술 개선 등 다양한 사업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많은 변화가 예고되는 국내 태양광 인버터 시장의 공정한 경쟁과 견실한 성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