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박상진, 이하 기계연)은 두산공작기계(대표 김재섭)와 공동으로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던 최고 정밀도의 머시닝센터인 지그센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정부의 실증 R&D 지원을 통해 실적을 확보하고 사업화까지 연계시킨 모범 사례로 꼽힌다. 실증 종료 3년 후에는 연간 약 100억원의 매출 및 약 40% 수준의 수입 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이와 함께 2020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선정 ‘소재‧부품‧장비 산업 대표 우수성과’ 7선에도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전량 일본 수입양산 실증 중인 4축 수평형 지그센터 시제품 HSP8000에 의존하던 지그센터 국산화에 성공했다. 사진은 지그센터 시제품 HSP8000 [사진=기계연]](/news/photo/202009/39640_36401_381.jpg)
기계연 초정밀장비연구실 오정석 실장 연구팀과 두산공작기계 공동 개발한 지그센터는 지그보러(Jig Borer)급의 탁월한 정밀도와 자동공구교환장치를 갖추고 구멍 가공 외에도 다양한 정밀 가공을 수행할 수 있는 머시닝센터이다.
지그센터는 시대별로 가장 정밀한 절삭가공장비로 인식되며 공작기계용 고정밀 구조부품, 항공기 엔진·동체 부품, 동력전달장치 부품 등 일반 머시닝센터로는 가공이 쉽지 않은 고정밀 핵심 기계류 부품의 최종 정밀도 확보를 위한 정삭가공에 주로 활용된다.
일반 머시닝센터 대비 정밀도는 약 5배, 강성은 약 2배 정도의 성능이 요구되는 만큼 고도화된 설계 및 정밀 조립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고도의 정밀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장인이 직접 이송계의 안내면과 연결부 등 주요 부위를 정교하게 핸드 스크래핑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높은 기술적 난이도로 인해 지그센터는 독일, 스위스, 일본 정도에서만 개발이 이뤄졌으며 국내의 경우 전량 일본(Yasda, Mitsui Seiki)에서 수입해왔다. 세계 지그센터 시장은 약 2,6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국내에는 연 평균 약 120억원 규모의 지그센터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연구팀은 국내 개발사례가 없었던 만큼 설계, 조립, 성능 평가 등 각 개발 단계마다 면밀한 검증을 거쳐야 했다. 개발된 4축 및 5축 수평형 지그센터 중 4축 지그센터 기준으로 공간오차 약 10 ㎛/m3, 헤드-테이블 간 루프 정강성 100 N/㎛ 이상(하단 기준) 등 선진사 수준의 정밀도 및 강성을 확보했다. 가공정밀도도 선진사들과 견줘 손색없는 수준이다.
![기계연 오정석 초정밀장비연구실장 연구팀과 두산공작기계가 개발한 지그센터에서 공작기계용 헤드바디 가공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기계연]](/news/photo/202009/39640_36402_393.jpg)
아울러 연구팀은 설계 단계에서 공작기계 각 부위의 강성 기여도를 해석하는 기술, 위치별 구조정밀도를 자동으로 해석하는 기술, 기하학적 오차를 기계 상에서 자체적으로 측정 가능한 기하오차 기상측정 기술 등 지그센터급 고강성·고정밀 공작기계의 설계와 정밀도의 평가 및 보정에 필요한 핵심 원천기술도 확보했다.
이 가운데 4축 수평형 지그센터 시제품(모델명 HSP8000)은 두산공작기계에 설치돼 높은 가공품질이 필수적인 공작기계 헤드바디를 대상으로 양산을 통한 실증이 진행 중이며, 현재 약 100개 양산 샘플을 결함 없이 생산하고 있다. 연구팀은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에 이미 한 대를 판매 계약하며 본격 시판시킬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전담기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기계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2015년부터 관련 핵심기술 및 시제품을 개발했으며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사태를 계기로 마련된 제조장비 실증사업을 통해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기계연 오정석 연구실장은 “전량 일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지그센터의 국내 최초 개발로 고정밀 머시닝센터의 개발 및 제조역량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높은 강성이 필요한 항공기 엔진부품용 머시닝센터 등 독일, 일본이 선점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공작기계 개발에 기술적 포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