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국회·정부에 “지배구조 규제강화 입법 멈춰야” 건의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4.09.1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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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등 8개 경제단체 “규제 남발로 기업가치 훼손·K디스카운트 심화”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국내 8개 경제단체가 22대 국회 개원 이후 기업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1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와 함께 지배구조 규제 강화 입법 움직임에 대한 경제계의 의견을 모아 국회와 정부에 공동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정무위원회(정무위)에 상정된 법안 중 기업 경영과 투자에 악영향을 줄 발의 법안들이 “기업가치 훼손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킨다”면서 “개인투자자 보호 효과는 미미한 반면, 경영권 공격 세력이나 단기 수익을 노리는 글로벌 헤지펀드에만 유리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경협에 따르면 지난 5월 30일 제22대 국회 개원 이후 지난달 말까지 법사위에는 모두 18건의 상법 개정안이 올라왔는데, 이 가운데 14건은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정무위에도 지배구조 규제를 대폭 강화하자는 ‘상장회사지배구조법’ 제정안이 상정됐다.

이들 법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이사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제382조의3’ 개정 외에도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가 이사 선임시 집중투표제 실시 의무화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 ▲독립이사제 도입 및 이사회 구성방식 강제 ▲권고적 주주제안제 도입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등이 담겨 있다.

발의안에는 지배주주의 권한을 대폭 축소시키는 강행규정들이 담겼는데, 경제단체들은 이런 규정들이 소수주주 권한을 강화시키는 효과보다는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영권 공격세력만 유리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주총회에서 1주당 선임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제’로 이사들을 뽑도록 강제하고 감사위원 전원을 다른 사내외 이사들과 ‘분리선출’하도록 할 경우, 최대주주 대신 2~3대 주주들 입맛에 맞는 이사들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단체들은 2003년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소버린이 SK를 공격해 약 1조원의 단기차익을 거두고 한국에서 철수한 사례를 예로 들면서, “감사위원회의 막강한 권한을 감안할 때 투기자본에게 유리한 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이런 제도가 현실화되면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공격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결국 국부유출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현행 상법상 이사회 구성 방식이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법적 강제가 심한 상황에서 해당 발의 법안들은 이를 더욱 강제해 기업 경영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이와 함께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나 이사에게 공정 의무를 부과하는 것,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에 주주들이 적극 의견을 개진토록 ‘권고적 주주제안’을 도입하는 안건 등도 소수 주주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지 의문이라는 것이 이들 경제단체들의 일관된 입장이다.

경제단체들은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기업경영 자율성을 과도하게 옥죄는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는 물론 한국 경제 체질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며, 2020년 상법 개정으로 지배구조 규제가 도입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규제 강화 입법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 단체는 특히 대규모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입 유도, 상속세 등 과세 체계 개편, 미래 신성장 동력 촉진 등을 통해 국내 증시 투자 매력도를 근원적으로 높여나가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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