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 26.7%가 영향… 연간 6조7889억원 추가 인건비 발생 추정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대법원이 19일 전원합의체를 열고 회사 재직 여부나 근무 일수 등의 조건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기존 판결을 변경했다.
이에 경제계에서는 이번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기업 비용 부담이 크게 늘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탄핵사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판결은 기업 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경제계 등은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될 경우 우리나라 기업 26.7%가 영향을 받고, 연간 6조7889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상임금에 근거해 지급해야 하는 연장, 야간, 휴일근로 수당, 연차 수당 등이 한 번에 오르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는 통상임금 범위를 대폭 확대시킨 것으로써 경영계로서는 심히 유감스럽다”면서 “정기상여금을 통상 임금에 산입하지 않기로 한 노사간 합의를 무효로 만들어 현장의 법적 안정성을 훼손하고, 향후 소송 제기 등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경총 관계자는 “최근 정치적 혼란과 내수 부진, 수출증가세 감소 등으로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예기치 못한 재무적 부담까지 떠안게 돼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총측은 “정기상여금을 모두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노사간 합의를 통해 정기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킬 부분과 성과를 반영한 성과급으로 재편성해서 현재의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법원을 향해서는 “향후 노사 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임금 관련 소송에서 새로운 갈등과 혼란을 유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강석구 조사본부장 명의 입장문에서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 형성된 통상임금 판단기준인 ‘재직자 지급원칙’을 뒤집는 이번 전원합의체의 판결에 따라 산업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이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고,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 여건과 맞물려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연공서열 중심의 우리나라 임금체계를 직무급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개선 방안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 명의 성명에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래로 정립해 온 통상임금 법리의 변경은 우리나라 노사 관계에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한경협은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 통상임금 고정성 요건을 제외하면서 임금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예측지 못한 경영 리스크를 가중해 고용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입장을 내고 “최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지속되는 고금리·고물가, 장기간의 내수 부진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중소기업의 추가적인 비용 부담과 노사 간의 갈등이 증가할 수 있고, 고용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법적 안정성과 신뢰 보호를 위해 새로운 법리는 이날 이후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밝혀 판결 영향은 회사마다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노사 협약에 따라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되는 회사들은 이번 판결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