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_울산 울주] 블루마그넷, 푸른 자석으로 푸른 지구를… 자성 띤 프러시안블루로 세슘 제거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5.01.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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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합성방식으로 경제적·친환경적·성능적으로 우수한 방사성 세슘 제거 흡착제 개발

국내 경제 산업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특히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강소기업의 가치는 국가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고용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 등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본지는 연속 기획을 통해 울산 울주 지역의 강소기업을 찾아 창업 배경과 핵심기술, 사업 전략까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한다. / 편집자 주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세상을 바꾼 놀라운 과학의 발견은 과학자들의 치밀한 계산과 꼼꼼한 실험으로 탄생한 발견이 있고, 예상치 못한 또는 우연한 발견도 있다. 성냥, X-ray, 사카린, 페니실린 등이 대표적으로 예상치 못한 또는 우연한 발견에서 탄생한 혁신적인 변화이다.

블루마그넷 이기석 대표 [사진=인더스트리뉴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또는 우연한 발견이라고 해서 그 과정을 폄하할 수 없다. 예상치 못한 또는 우연한 발견의 과정 역시 지고한 열망에 기반한 노력과 연구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과학사에서는 우연한 발견으로 얻어지는 행운을 세런디피티(serendipity)라고 한다. 영국의 18세기 작가 호레이스 월폴(Horace Walpole)은 ‘세렌딥(스리랑카의 옛이름)의 세 왕자’라는 동화에 등장하는 왕자들이 ‘그들이 미처 몰랐던 것들을 항상 우연하면서도 지혜롭게 발견하는 모습’을 보고 이 단어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앞서 사례들을 살펴보자. 성냥, X-ray, 사카린, 페니실린 등이 단순히 길을 걷다 떨어진 행운으로 탄생한 과학적 결과물은 아니다.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연구를 거듭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끊임없는 시도와 창조적인 노력으로 그 가능성을 위대한 발견으로 만든 것이다.

블루마그넷의 탄생 역시 이러한 ‘세런디피티’에서 기인한다. 석탄에서 온종일 콜타르를 추출하다 손을 씻지 않고 퇴근했는데 손에 묻어있는 물질에서 감미로운 단맛을 느끼고 개발한 사카린처럼, 검은 종이로 덮고 음극선관 실험 중 발견된 X선처럼 끊임없는 시도와 창조적인 노력에서 찾아낸 가능성이 블루마그넷을 만들었다.

블루마그넷 이기석 대표는 “처음부터 특정 목적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다면, 기존 연구와 비슷하게 출발해 기존 연구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비슷한 한계에 봉착했을 것”이라며, “생각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분야의 연구를 접목해 지속한 끝에 훌륭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CsMagneto(자성 프러시안블루) 화합물을 활용하면, 원전 폐액 감용비율을 1/1000 이하로 감소시킬 수 있다. [사진=블루마그넷]

블루마그넷의 세런디피티, ‘자성 띤 프러시안블루’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반도체소재 부품대학원의 현직 부교수로 재임 중인 블루마그넷 이기석 대표는 대학원생들과 함께 2024년 2월 ‘블루마그넷’을 창업했다. 이들이 블루마그넷을 창업할 수 있었던 계기는 ‘자성 프러시안블루 입자’에 있다.

이 대표는 2020년 자성입자를 이용한 입체 형상을 형성하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다이폴라랩’을 설립, 제품 외관 디자인 기술을 개발해 사업화하던 중 2021년경부터 자성입자의 색을 만드는 연구를 시작했다.

노란색, 붉은색, 녹색을 띤 자성입자는 구현했지만, 푸른색 구현에는 애를 먹던 이 대표는 푸른색 염료로 잘 알려진 ‘프러시안블루(Prussian blue)’ 입자를 활용해 자성입자를 합성하는 방법을 시도한다.

이 대표는 “연구 결과, 어느 정도 푸른색의 자성입자 합성에는 성공했으나 프러시안블루처럼 푸른 발색이 뛰어난 입자 합성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며, “그러던 중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우리의 결과물을 다른 방향으로도 접목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고,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프러시안블루는 짙은 파란색 물감 또는 그 색을 지칭하는 최초의 합성물감으로, 페로시안화칼륨 용액에 염화철을 더한 금속-유기물 골격체 물질이다. 방사성 물질 응집 능력이 있어 후쿠시마 오염수 속 방사성 원소인 세슘을 흡착하는 데도 사용된다.

이 대표는 “특히, 프러시안블루의 입자는 원전 오염수의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던 세슘-137을 흡수하는 매우 뛰어난 입자”라며, “기존에 합성한 입자의 세슘 흡수율을 알기 위해 실험을 시작했고, 2024년 자성을 띤 프러시안블루 입자 ‘CsMagneto1’를 개발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가장 대표적인 원자핵 분열 시의 생성물인 세슘-137은 방사선 치료 등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기도 하지만, 원전 사고나 핵무기 실험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 물질 중 가장 위험성이 큰 물질이다.

해당 분야에서 경험이 전무한 이 대표와 연구진이 이를 취급하기에는 매우 위험할뿐더러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에 이 대표는 안전한 세슘 동위원소로 실험이 가능함을 알게 됐고, 이를 이용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또한, 지난 2023년에는 유니스트가 추진한 실험실창업 활성화 사업에 선정돼 연구에 가속도가 붙으며, 자성 프러시안블루 입자를 개발하게 된다.

이 대표는 “한 가지 분명히 하고 싶은 점은 기존 기술에 문제가 있어서 블루마그넷이 새로운 기술 개발을 진행하게 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이미 기존의 기술도 99% 이상 핵종을 걸러내는 안전한 기술이다. 다만, 당사의 기술은 기존 기술을 조금 더 경제적·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개발된 기술”이라고 말했다.

블루마그넷이 개발한 CsMagneto는 비용 대비 저렴하며, 친환경적인 공법이다. 또한, 대량생산이 가능해 사업화에 매우 용이하다. [사진=블루마그넷]

대량생산 가능한 방사성 세슘 제거 흡착제 ‘CsMagneto’

앞서 말했듯, 방사성 물질 응집 능력이 뛰어난 프러시안블루를 이용해 원전 폐수 처리 및 원전 해체 시 핵종 오염 폐액 처리 분야에서 이미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관련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이 대표는 이러한 기술 개발의 하나로 자성을 띤 프러시안블루 입자 ‘CsMagneto’를 개발했다.

원전 폐기물 특히 폐액의 처리 방법에는 크게 이온교환수지를 이용한 방법과 증발농축법이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이온교환수지법은 수지의 교체 주기가 비교적 짧아 비용이 높고, 교체 시 피폭 위험이 있다. 남은 수지 보관에도 보관 비용과 고형화 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증발법은 감용비율(발생 폐액 대비 보관 폐기물 양)을 기대할 수 있으나 높은 에너지가 소요되고 증발 후 슬러지 등 처리하기 까다로운 물질이 남게 되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흡착제(입자형태로 선택적인 핵종을 흡수해 폐액에서 효과적으로 적용가능한 기술)의 경우, 소비 에너지가 타 방법 대비 극히 낮을 수 있으며 감용비율 또한 매우 높을 수 있어 최종 보관되는 방사능 폐기물의 양을 극히 줄일 수 있다는 장점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진행되는 연구가 자성을 이용한 수득 방법이다. 원격으로, 효과적으로 수득이 가능하며 비용 또한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에 흡착제의 수득을 높이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 방법은 프러시안블루 입자와 이를 고정하는 입자화의 혼합물 형태의 연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즉, 프러시안블루와 지지체나 자성을 띠는 입자를 각각 합성해 둘을 혼합하고 고정하는 형태이다. 이 때문에 혼합 시 환경파괴적인 공법이 사용될 수 있으며, 공정 비용이 매우 높아진다. 또한, 수득 후 감용 비율에도 영향을 미치며, 기본적인 입자 합성 방법이 대량생산에 적합하지 않아 사업화에도 한계가 뚜렷하다.

이에 이 대표는 프러시안블루 자체가 자성을 띠는 합성방식을 개발했다. 즉, 합성을 따로따로 하는 것이 아닌, 한 번에 합성하는 방식을 개발한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방식에서 사용되던 염산이 극미량만 투입돼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고, 자체발화방법으로 대량생산도 가능해졌다. 합성비용도 현저하게 낮아 사업화에 있어서도 한층 용이해졌다.

이 대표는 “세슘 수용액에 파우더 형태의 CsMagneto를 넣으면, 파우더가 수용액 안의 세슘을 흡착해 회수할 수 있다”며, “그렇게 세슘을 흡착한 파우더를 빼내면 깨끗한 물만 남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CsMagneto는 원전 폐수 처리 또는 원전 해체 시 핵종 오염 폐액 처리에서 발생하는 2차 폐액에 포함된 세슘을 포집해 보관 처리하는 방식”이라며, “경제적·효율적으로 뛰어날 뿐만 아니라 폐기물 양 감소에도 효과적이라 많은 분들이 우려하는 원전 폐기물 포화 걱정을 덜어내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sMagneto’를 개발한 (사진 왼쪽부터) 블루마그넷 옥혜진 연구원, 이기석 대표, 강명환 연구원 [사진=인더스트리뉴스]

무희토류, 무염산 공정의 ‘CsMagneto2’ 2025년 말 출시 목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로 인해 무탄소에너지의 중요성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전세계가 재생에너지를 필두로 친환경에너지 확산에 노력하는 이유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데이터센터 등 전력수요 또한 높아짐에 따라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전체 전력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에 국내외에서 다시금 원전을 주목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기존 원전을 활용하거나 소형원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다시금 떠오르는 원전의 주목도에 맞물려 원전의 ‘안전성’도 떠오르고 있다. 원전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편의성이 큰 만큼, 원전이 가진 위험성 또한 매우 크다. 이 대표는 이러한 원전의 위험성으로 발생하는 국민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는데 기여하고자 노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세슘 포집능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2024년 개발한 CsMagneto는 소량의 희토류 Y를 포함하고, 합성 공정에서 극미량의 염산이 투입된다. 블루마그넷은 이를 ‘CsMagneto1’이라고 명명하고, 2025년 말 출시 목적으로 무희토류, 무염산 공정의 자성을 띤 프러시안블루 입자 ‘CsMagneto2’를 개발하고 있다.

입자 개발뿐만 아니라 세슘 처리 솔루션을 개발, 원전 폐액 처리 과정에서의 불안을 더욱 덜어내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2026년 완료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무인 자동화 세슘 처리 솔루션 ‘CsMagnetoSys1’이 그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프러시안블루는 세슘 이외에도 탈륨, 납, 구리, 수은, 카드뮴 등 중금속 흡착에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수득 방법만 구현되면, 중금속 흡착 분야에도 바로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프러시안블루의 뛰어난 미세(나노)플라스틱 흡착능력도 보고되고 있다”며, “CsMagneto는 자성을 이용한 효과적인 수득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이러한 분야로 확장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자성을 띤 프러시안블루는 의료 분야에서도 응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자성입자에 MRI 조형제나 암치료, 약물 전달 물질 분야에도 CsMagneto의 적용이 가능할 수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이러한 CsMagneto의 특성을 이용해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블루마그넷은 CsMagneto를 이용한 중금속과 미세플라스틱 흡착 관련한 연구도. 2025년 상반기부터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성입자와 시스템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세계적인 강소 기술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이다.

이 대표는 “당사의 사명인 ‘블루마그넷’처럼 푸른 자석으로 안전하고 푸른 지구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며, “오늘날 인류의 윤택한 삶을 위해 과거부터 필수불가결하게 선택해 온 기술들의 환경 파괴적인 결과를 되돌리는 일에 보탬이 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푸른 자석으로 안전하고 푸른 지구를 만든다는 비전 아래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이 대표는 원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CsMagneto’를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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