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안광현 단장] “사람이 필요합니다! 같이 일할 사람 좀 보내주세요”, “취업할 좋은 회사가 필요합니다! 일자리 좀 만들어주세요”

오늘도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아우성을 듣자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IT 회사를 20년 이상 경영하면서 이 바닥에서 갖은 경험을 쌓아온 이 아무개 대표의 입에서 오늘도 아우성이 나온다. “직원 한 명이 어제부로 관뒀습니다. 대기업 IT 회사로 간답니다.” 지난 5년 동안 애지중지 공을 들여 가르친 직원이 돌아설 때는 찬바람이 쌩하니 코끝이 시려온다. 잡을 수도 없다.
그의 인생에 목표였다고 하는데 어떻게 잡아둘 수 있겠는가! 막말로 잡는다고 눌러앉을리도 없지만 말이다. 새로 신입 직원을 뽑지 않기로 했다. 충격 때문만은 아닌 것이 이 회사도 점점 꾀가 나기 때문이다. ‘우리도 어디서, 우리보다 작은 회사나 어디서 경력 있는 사람을 스카우트해오면 좋겠다’라는 생각에서였다.
부산의 스마트 학과를 가지고 있는 공업고등학교의 김 아무개 교장선생님은 오늘도 서울로, 판교로, 동탄으로 아이들 취업자리를 알아보러 출장을 떠난다. 그 동안은 어렵지 않게 졸업생들이 취업을 해오고 있었는데, 올해는 뭔가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되어서였다. 지난 여름 인턴 채용도 시원치 않아서 더욱 조바심이 나서 전국을 누비고 있다.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한 회사에서 우리 학생들을 잘 받아주면 좋겠는데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든다.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한 A 중소제조업 박 아무개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IT 인원을 별도로 운영하기에는 쉽지 않아요. 스마트팩토리 구축은 했지만 별도 인원이 필요한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회사 내 다른 인원이 겸해서 해도 될 것 같고, 또 외부 IT 회사와 계약을 맺고 전반적인 관리 및 컨설팅을 받고 있어서 직접 채용은 고려하지 않고 있어요. 학교에서 스마트팩토리를 전공했어도 그 분야만을 위해 채용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실정입니다.”
전주에 있는 공업계 고등학교에서 스마트팩토리 전공하고 있는 최 아무개 학생은 이렇게 말한다.
”실제 전공을 살려서 중소제조업 중 스마트팩토리가 구축돼 있는 공장에 취직을 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어요. 중소제조업은 왠지 일이 힘들고 급여도 작을 것 같아요. 발전 가능성을 생각해 봐도 그렇고요. 선입견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애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어요. 대학을 진학하거나 전공과 무관하게 대기업 생산직이라도 갈 수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현명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 속에 앞서 언급한 김 아무개 교장은 도무지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취업을 위해 선순환의 고리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그런 고민을 속에 아침 일찍부터 KTX 부산역에서 동탄으로 향하는 고속철도에 몸을 싣는다. 며칠 간 생각에 생각을 거친 후 김 아무개 교장은 ICT 회사로 갈피를 잡았다. 그래도 이 회사들은 이야기라도 할 수 있겠다 싶어서였다. 지난 직장에서 ICT 회사와 많은 교류를 해왔던 터라 몇몇 아는 대표들을 만나서 부탁하려는 요량이다. 여기서 물꼬가 터지면 선순환의 시작을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의 메모를 엿보면 이렇다. ‘스마트팩토리 사업의 확대 → ICT 회사의 성장 → 학생들 채용 → 중소제조업 스마트팩토리 구축 확대 → 중소제조업의 ICT 인력 수요 증가 → 전문 인력 채용 → 관련 학과 선호도 증가 → 우수한 인재 확보 → 스마트팩토리 사업 확대’다.
여기까지 써본 김 아무개 교장은 한번 다시 훑어본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멋진 계획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새벽 댓바람부터 동탄에 있는 IT 회사로 가고 있다.

선순환의 시작은 ‘인력 육성’
잘 살펴보자, 지금 김 아무개 교장은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간과하고 있다. 바로 학생들(고등학교·대학교·대학원)이 ‘잘 배우고 있는가’라는 사실이다. 그들이 정말로 학교에서 완벽히 준비가 돼 졸업을 하냐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학교 교육이 짱짱하게 잘 이루어졌다고 치자. 그러면 무엇으로 그것을 증명할 것인가? 단순히 학교 성적으로 할 것인가? 아니지 않는가! 성적은 성적일 뿐인 것은 회사 대표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취직을 하게 되면 다시 시작이라는 것을 말이다. 회사 대표들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 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가!
여기서 배우고 나간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바로 활용되도록 준비가 돼있냐는 말이다. 이것이 매우 중요한데 오늘 김 아무개 교장은 그것을 간과한 채 사방팔방으로 땀 흘리며 다니고 있다. 만약에 학생들이 이미 실력이 증명됐고, 사회에 나갈 준비가 충분히 돼있다면 오히려 회사 대표가 김 아무개 교장에게 달려와서 인재를 확보하려고 애쓸 것이다. 선순환의 시작점! 그것은 바로 ‘인력 육성’이다.
한국에서 스마트제조 특화 기술 공급기업 수는 2024년 기준 2,400여개나 된다. 우리나라에서 스마트공장 사업이 시작됐던 10년 전만 해도 120개 밖에 없었는데, 10년 사이 20배가 늘어난 것이다. 실로 엄청난 성장인데 매년 두 배씩 10년간 연속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다분히 그 한가운데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이 가장 큰 동인이 됐다.
스마트팩토리 사업은 중소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그것과 동시에 ICT 산업의 발전도 가져오게 되는 일거양득의 성과가 있었다. ICT 산업의 발전은 우수한 인력들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산업 단위의 거대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식산업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어 선진국형 산업 영역으로 분류된다. 국가의 경쟁력이 제조업의 향상을 통해 성장했고 동시에 이와 동반하는 ICT 산업의 성장도 가져온 것이다. 여기서 더 한걸음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니, 지속 가능한 선진국형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역시 Back to the basic ‘인력 육성’일 것이다. 오늘 칼럼에서 주장코자 하는 대목이다.
준비된 전문가 육성 방법
다시 돌아가 그러면 ICT 기업이 채용 시 요구하는 ‘준비된 전문가’를 어떻게 학교에서 배출할 것인가에 대해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스마트제조혁신 전문 기술기업 자격증 제도’가 답인 것 같다. 나는 도무지 다른 방법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었다. ‘기술자격증’이 선순환으로 가는 길에 풀리지 않는 매듭을 풀 수 있는 해결책의 하나라고 단언한다. 만약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제대로 교육이 됐는지 국가 기술 자격시험을 통해 Qualify 즉,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교육의 커리큘럼은 기업에서 필요한 내용으로 만들어주고 선생님, 교수님들이 이를 기반으로 가르치는 것이다. 특히 이 분야는 기술적 발전 속도가 거의 야만적이라 할 정도로 빠르게 진보하고 있으니, 더욱 현장의 소리가 교육과정에도 즉각 반영되는 시스템,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자격시험문제 출제도 기업들이 요구하는 문제들이 출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고, 채점도 같은 맥락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그럴듯해 보이는데 왠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자료 1]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사업과 함께 늘어난 공급기업 [자료=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br>](/news/photo/202503/61864_70345_3130.jpg)
혜택 부여로 ‘국가 기술자격증’ 선순환 구조 만들기
‘국가 기술자격증’ 이것은 수요가 많아야 성공하는 사업이다. 그러니까 이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은 자격 취득 시 취업의 여건이 확실히 좋아지고, 이런 자격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한 ICT 회사나 스마트 중소제조업체에 혜택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선적으로 자격증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전제조건은 우수한 학습 커리큘럼과 시험 체계가 갖추어졌다는 전제하에서 말씀드리는 것이다.
ICT 회사를 여기서는 스마트공장 구축을 위한 산업 영역이라고 한정할 때 그 기업을 통칭 ‘스마트공장 기술 공급기업’ 또는 간단하게 ‘공급기업’이라고 용어를 정의하겠다, 그러면 어떻게 ‘스마트제조 기술자격증’을 활성화할 것인가? 우선 스마트 공급기업에게 제공되는 혜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2,400여개 공급기업들은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의 POOL에 들어 있고 이들이 스마트공장 고도화사업(국가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매년 사업공고가 이뤄지면 경쟁률이 매우 높다. 성공해서 사업에 참여하는 공급기업도 있지만 실패하는 회사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스마트공장 사업이 자금 지원 사업이니 오랜 시간 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그럼 이것을 레버리지로 이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사업 신청할 때 ‘스마트제조 기술자격증’ 소지 여부를 따져 선정 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공급기업의 인력 형태가 다양해 경력과 신입이 혼재돼 있으나, 앞에서 언급한 대로 지금은 오히려 신입보다는 경력을 더 선호하는 상황이니 학교에서 갓 졸업하는 젊은 전문가들의 문은 좁아질 수밖에 없는데, 국가 시스템으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취지의 혜택이라면 어느 곳에서 반대하랴! 뿐만 아니라, 스마트공장 중소제조업에서도 자격증 보유자를 채용하면 향후 진행되는 스마트 고도화 사업에 참여시 가점 등 혜택을 부여한다면 이곳에서도 자격증 보유자의 채용을 우호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모든 ‘인력양성’의 방향성을 선순환의 구조 차원에서 생각하고 진행하려는 게 내 주장이다.
더하여 지자체의 스마트제조혁신 관련 기관 및 단체에 취업 시에도 요건 사항에 자격증 보유 여부를 반영할 수 있도록 권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은 ‘법’이다. 기술 공급기업의 육성방안이 발표되는 지금 시점에 향후 가장 노력이 많이 들어가야 할 부분이 ‘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준비한 활성화 방안이 원활히 움직여질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술자격증’ 제도에 대한 부분도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으로 자격증 보유자의 역할을 명시해 취업 외의 사회참여 활동의 길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멘토나 컨설팅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단순 취직의 길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길을 통해 전문 지식을 적용하고 경험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법으로 정의해 효력이 발동되도록 해야 한다.
공급기업 역량평가 나서는 정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공급기업의 역량평가를 통해 전문기업 500개를 선정한다는 중기 전략을 발표했다. 이제는 모든 공급기업이 스마트제조 고도화 사업에 참여할 수 없고 전문기업에 선정돼야만 신청 자격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이것도 법으로 정교하게 그 선정 방법인 관리체계를 정의하겠지만 여기도 마찬가지 ‘스마트국가 기술자격증’ 소지에 대한 우대를 준다면 엄청난 파급효과가 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방법으로 선순환의 수레바퀴를 더욱 크게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그러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레의 바퀴가 점점 커져 산업의 생태계가 고도화될 것이고 궁극적인 ‘인력 육성’의 퍼즐이 강하게 맞춰질 것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인적자원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국가 인력정책의 방향과 맞아 떨어질 것이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스마트제조혁신, 국가직무능력표준 상 분야 재배치 필요
우선 산업인력관리공단 산하 산업별로 협·단체, 기업, 근로자 단체 등이 모인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 Industrial Skills Council)를 구성해 해당 산업의 인적자원 관련 의사결정, 산업인력 현황 조사 등을 실시하고 NCS 기반 자격 등 고용노동 관련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 지금 스마트제조혁신 분야는 기계 ISC 분과 하위에서 다뤄지고 있으나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제조혁신의 인력이 필요한 산업이 과연 기계제조 산업이 많은지 ICT 산업, 즉 스마트공장 기술 공급산업이 많은지 냉철하게 검토해 다시 재배치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채용자 입장만이 아닌 수요자, 그러니까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자격증 취득 목적 또는 학업 후 하고자 하는 업무의 형태가 어떤 것을 더 선호하는지까지 세심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는 정보통신 ISC 하위로 수평이동하는 것이 바람작하다는데 의견을 보탠다.
NCS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은 ISC 참여기관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만들게 되는데, 이것은 자격증 시험 출제의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 서적으로 여기부터 공급기업들의 전폭적인 참여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원하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ISC에 참여하고 NCS를 개발하는 것이 우선해야 할 과제다.
다음으로는 전국 네트워크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다. 스마트제조 관련 학과가 있는 고등학교 분과, 대학교 분과, 대학원 분과를 만들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언급한 기본적인 방안이 그들에게 박수를 받을 만하기에 이 부분은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추진하면 어렵지 않게 조직화가 가능할 것이다. 다음은 자격증의 수요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만들고 현장에 적용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이들이 해야 한다.
아울러 공급기업들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 이들은 신입사원을 채용해 교육시켰던 것처럼 학교에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의견을 내야 할 것이며, NCS 개발과 시험문제 출제는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인기 있는 자격증을 만들 수가 있다. 전국에 스마트 제조혁신 관련 수업이 있는 고등학교의 수가 무려 54개나 된다.
그 중에 대표적으로 공업계 교육과정을 하고 있는 마이스터 고등학교와 기계공업고등학교, 정보화 특성화 고등학교가 있다. 여기서 매년 배출되고 있는 주니어 전문가들의 수만 어림잡아 수천명에 이른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국내 스마트제조혁신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의 수는 35개 대학으로 가천대, 국립창원대, 계명대 등이 있으며, 대학원 과정으로는 고려대, 성균관대, 충북대 등이 있다.
현재 전국 3만 개 이상의 스마트팩토리가 구축돼 있는 상황속에 곳곳에서 아우성이 들려온다. 공업계 고등학교에서 들려오고, 대학에서 들려오고, 스마트팩토리 구축한 중소제조업에서 들려오고 이를 구축해 주는 스마트공장 기술 공급기업에서도 큰 아우성이 난다.
“사람이 필요해요, 좀 보내주세요.” 이제 ‘국가 기술자격증’을 이야기할 때다. 선순환의 수레바퀴를 돌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