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 규모 12조원… 주가 하락 방어·밸류업 프로그램 영향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국내 상장사들의 지난해 자사주 매입 규모가 전년 대비 72.8% 증가한 14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사주 소각 규모도 156.0% 급증한 12조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주식 시장 침체에 따른 주가 하락 방어 등을 위해 자사주 취득 및 소각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기업데이터 연구소 CEO스코어가 2023~2024년 자기주식 취득 및 처분, 소각, 체결 공시를 제출한 국내 상장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 규모는 14조31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8조2863억원 대비 72.8%나 급증한 수치다.
자사주 소각 규모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자사주 소각 규모는 12조1399억원으로, 전년( 4조7429억원) 보다 무려 156.0%나 급증했다.
이는 상장사들이 국내 주식 시장 침체에 따른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소각하는 사례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국내 기업의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권장함에 따라 주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호응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CEO스코어는 분석했다.
실제 규모뿐 아니라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진행한 상장사 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자사주를 확보한 상장사는 464곳으로, 2023년(376곳) 대비 23.4%나 늘었다. 같은 기간 자사주를 소각한 상장사도 96곳에서 137곳으로 42.7% 증가했다.

지난해 상장사 중 가장 많은 자사주를 취득한 기업은 고려아연으로 지난해 2조1249억원을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9월부터 본격화된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사주 공개 매수 전략을 발표하고, 발행주식의 9.85%에 달하는 자사주 1조8156억원 어치를 매입한 바 있다.
고려아연 다음으로 자사주를 많이 매입한 곳은 삼성전자로 지난해 1조9925억원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어 △메리츠금융지주(8624억원) △KB금융(8200억원) △신한지주(7000억원) △KT&G(5467억원) △기아(5000억원) △셀트리온(4396억원) △네이버(4051억원) △하나금융지주(3969억원) 등도 자사주를 많이 취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자사주를 가장 많이 소각한 상장사는 삼성물산으로 총 1조289억원의 자사주를 처분했다. 국내 상장사 중 1조원 이상의 자사주를 소각한 곳은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이어 KT&G가 지난해 8617억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소각했고, △SK이노베이션(7936억원) △POSCO홀딩스(7545억원) △네이버(6866억원) △메리츠금융지주(6401억원) △KB금융(6200억원) △신한지주(5500억원) △셀트리온(5364억원) △기아(3832억원) 등도 자사주 소각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