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에 'MBK포비아' 확산…"'제2의 홈플러스’ 되면 안돼"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5.03.0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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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회생 신청에 MBK ‘모럴해저드’ 논란… 경영실패 ‘책임 회피’ 비판 고조돼
MBK, 남의 돈 빌려 기업인수 … 피인수 회사, 이자 갚느라 골병 들고 파국 맞기도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 제동 걸리나 …“국가기간산업은 지키고 보호해야”
@ 고려아연 울산 온산제련소 전경. /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울산 온산제련소 전경. / 사진=고려아연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 홈플러스가 4일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면서 사모펀드 운용사(PEF)인 MBK파트너스(이하 MBK)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아울러 MBK 탓에 회사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감도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MBK는 그동안 자기 돈은 거의 들이지 않은 채 남의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 후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해 비싸게 팔고 빠지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이러한 MBK의 행태가 영풍과 연합해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에도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고려아연 측은 “사모펀드 특성상 엑시트를 위해 회사를 산산조각 낼 것”이라는 비판을 가해왔는데, 이번 홈플러스 사태로 고려아연 경영진의 주장에 상당한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 MBK, 무리한 자금 차입 통해 인수 후 점포 팔아 빚 갚아

앞서 홈플러스는 자사가 신청한 기업회생절차에 대해 서울회생법원이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법원은 별도의 관리인을 선임하지 않고 현재의 공동대표(조주연 대표, 김광일 MBK 부회장) 체제를 유지하라고 결정했다. MBK가 2015년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 지분 100%를 사들인 지 10년 만이다.

홈플러스 측은 “신용등급이 낮아져 향후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금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며 이번 회생절차 신청이 “사전예방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이어 “회생절차가 개시됨에 따라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되지만, 협력업체와의 일반적인 상거래 채무는 전액 변제된다”며 “임직원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또한 “신용등급이 하락함에 따라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잠재적 자금 이슈를 예방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면서 “임직원, 노동조합, 주주 모두가 힘을 합쳐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홈플러스 측의 해명에도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MBK가 자기 돈을 적게 쓰고 홈플러스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 인수한 뒤, 이자비용 갚는 데만 급급해 회사의 위기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홈플러스. / 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 점포 모습. / 사진=연합뉴스

마트산업 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이하 홈플러스 노조)가 올해 1월 발간한 ‘투기자본 MBK의 먹튀 매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MBK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7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았고, 자체 조달 자금(에쿼티)은 인수 자금의 30.6%인 2조2000억원에 그쳤다. 이는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차입매수(LBO)로, MBK는 5조원의 빚을 선순위 대출(인수금융) 4조3000억원, 상환전환우선주(RCPS) 7000억원를 통해 마련했다.

MBK의 이러한 무리한 인수로 인해 발생한 이자비용으로 홈플러스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실제로 2014년 7조원이 넘었던 매출은 2020년부터 줄곧 6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2018년 2599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은 2021년 13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래 2022년 2602억원, 2023년 1994억원 등 줄곧 적자를 봤다.

홈플러스 노조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급감은 매출감소에도 영향이 있지만 결정적 요인은 과도한 이자비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가 2016~2023년까지 지출한 이자비용의 합계는 약 2조9329억원으로, 해당기간 영업이익 합계인 4713억원보다 무려 2조5000억원이나 많은 금액이다. 홈플러스 영업이익이 몽땅 MBK의 이자비용으로 지급됐고, 그것도 모자라 자산을 팔아 지급했다는 뜻이라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MBK가 홈플러스 영업이익으로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갚아왔다면, 인수 차입금은 홈플러스 부동산과 자산을 팔아 지급했다. 실제로 2016년 142곳이던 매장 수는 현재 126곳으로 줄어들었고, 인수 후 폐점한 점포는 14곳에 달한다. 여기에 작년 6월부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기업형 슈퍼마겟(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을 추진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홈플러스 노조 측은 “인수 당시 발표한 1조원 투자 약속을 지키기는 커녕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인수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으로 뽑아갔다”면서 “매년 수천억원의 이자비용 발생으로 홈플러스는 거덜이 났고, 노동강도와 근무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에 따르면 MBK 인수 이후 감축된 직영 직원과 간접고용 직원을 합치면 약 1만명 가까운 인력이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미정산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채무 탕감과 조정을 위한다는 점에서 MBK의 이번 기업회생절차 신청에 대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홈플러스는 금융부채만 2조원에 달해 지난해 11월쯤부터 협력 업체에 정산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4조70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할 상황도 아니다.

홈플러스의 현금 흐름을 보여주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올해 1월 31일 직전 12개월 기준 2374억원으로 플러스(+)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매출 대부분이 현금으로 이뤄지는 유통업 특성상 한두 달 동안에만 약 1000억원의 잉여 현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회생을 통해 MBK가 질 부담을 채권자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 사진=MBK파트너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 사진=MBK파트너스

◆ “MBK, 중국에 고려아연 넘길까”… 적대적 M&A에 우려 제기돼

이런 가운데 이번 홈플러스 사태가 MBK·영풍 연합과 고려아연 간의 경영권 분쟁에 미칠 파장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MBK는 세계 1위 비철 제련 기업 고려아연을 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경영권 싸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MBK는 사모펀드의 특수성으로 단기 투자 후 수익을 남기고 빠져나갈 것이므로 고려아연을 인수할 자격이 없다”고 맞서왔는데, 이번 홈플러스 사태로 최 회장 측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여기에 고려아연이 MBK의 손에 넘어갈 경우, 이익이 최우선인 사모펀드 MBK가 국가 전략산업체인 고려아연을 중국에 넘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거론된다.

중국은 배터리,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인 안티모니와 인듐 등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어, 탈중국 공급망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규제 대상인 안티모니, 인듐, 텔루륨, 비스무트 등 전략 광물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황산, 니켈 등 국내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등의 필수 소재를 공급하는 중추 역할을 고려아연이 맡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MBK 측은 중국 투자자 비중은 5% 미만이라면서 “핵심기술을 중국 회사에 이전하는 것은 고려아연에 타격을 줄 것”이고 “사모펀드는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인데, 이에 반하는 일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MBK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향한 의혹의 눈초리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에너지 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SAFE’도 “MBK와 베이징(중국) 간의 강력한 유대관계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고 지적하면서 “중요 광물의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AFE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전 세계 정제 아연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고, 다른 중요 광물의 60~90%를 지배하고 있다.

잭 넌 미국 연방 하원의원(공화당)은 지난달 18일 토마스 러스틴 미 국무부 차관보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중국과 연계된 기업들이 MBK가 주도하는 적대적 M&A를 통해 고려아연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중국이 고려아연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면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중국의 통제력을 더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넌 의원은 특히 “고려아연은 세계적인 아연 제련기업으로 미국 내에서도 계열사를 통해 상당한 존재감을 갖고 있다”며 “미국은 핵심광물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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