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5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이창용 총재, “연내 추가 인하 여부는 5월 경제전망 발표 보고 결정

[인더스트리뉴스 이주엽 기자] 정치 불확실성의 장기화, 미국의 고강도 관세 정책, 대형 산불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올해 한국경제 전망이 빠르게 어두워지고 있다. 그동안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던 한국은행마저 1분기 역성장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시장에서는 오는 5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17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한 직후, 이례적으로 '1분기 및 향후 성장 흐름 평가' 보고서를 내고 “1분기 성장률(전기 대비)은 기존 전망치인 0.2%를 밑돌았을 것으로 보이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분기 성장률에 대한 중간 추정치를 전망 발표 한 달 전에 공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성장률 급락에 따른 시장 충격을 완화하고 5월 금리 인하에 대한 명분을 미리 쌓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 1%대 성장도 위태…관세 전쟁 여파 본격화
이번 성장률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는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 확대 ▲3월 대형 산불 피해 ▲일부 건설현장의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HBM) 수요 이연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금까지 발표된 미국의 상호관세, 품목별 관세, 대중 관세 등을 종합하면, 2월 당시 성장률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관세 정책이 아직 유동적이기 때문에 성장률이 얼마나 낮아질 지 구체적으로 말하긴 이르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해외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서도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JP모건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기존 1.2%에서 0.7%로 하향 조정했으며, 씨티와 노무라도 1.2%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은도 “4월 기준 시장 전망 중윗값은 1.4%, 하위 25%는 1.1%”라며 기존 전망치(1.5%)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 기준금리 인하, 5월 단행 가능성 높아져
금통위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기 둔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5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 역시 “금통위원 6명 모두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할 가능성에 열려 있다”고 밝히며 사실상 5월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5월 한은의 경제 전망치도 대폭 하향 조정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이에 맞춰 기준금리 인하도 같은 시점에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연내 기준금리 인하 횟수도 종전의 두 차례에서 세 차례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발 관세 충격이 예상보다 크고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정책이 미온적일 경우 통화 정책이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 총재는 “연내 추가 인하 여부는 5월 경제전망 발표 시점의 성장률 하향 폭을 보고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