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공약 점검 ⑧] 대선 빅3 후보의 ‘배터리’를 대하는 시각…‘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다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5.23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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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선 후보들, 저마다 K-배터리 산업 지원사격 전략 내놓아
이재명‧김문수, 전북 새만금 ‘이차전지 산업벨트’ 조성 공약 동일
이준석 “이차전지 수요, 내수 측면에서 늘릴 방법 고민하고 있어”

제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6-3 ‘장미 대선’의 막이 올랐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6월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지난 19대 대선과 마찬가지로 당선 확정과 동시에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다. 차기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출범하게 되므로 각 후보의 공약이 그대로 정책으로 반영되고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특히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경제 분야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무역전쟁,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산업과 금융 등 특히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책임지려는 각 후보들의 분야별 공약을 입체적으로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① 캐즘·고관세·고환율 ‘삼중고’ 빠진 전기차 업계…“대선 후보들, 공약 전무(全無)”
② ‘K-방산’ 선점 공약 쏟아진다…‘4대 강국’ 가능할까
③ 1311만 청년층 표심 잡아라...대선 후보들 청년정책 포인트
④ 'K 주식시장 살리기' : 이재명 "코스피 5000 달성" vs 김문수 "박스피 탈출"
⑤ 대선 후보들, ‘장밋빛 AI 청사진’  잇따라 제시 …정부 차원의 지원 절실해
⑥ 미래먹거리 투자 공약 앞다퉈 내놓은 후보들… 투자결과 지킬 방패 ‘산업기술 보호’ 나몰라라
⑦ 부동산 세제 완화로 선회한 이재명...대선 부동산 공약 경쟁도 '잠잠' 
⑧ 대선 빅3 후보의 ‘배터리’를 대하는 시각…‘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가 장기화되면서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공장 가동률이 올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의 미래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이차전지에 대한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한국 배터리 산업에 대한 주요 대선 후보들의 세밀한 공약이 아쉽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제21대 대선을 열흘 정도 앞두고 있는 23일 각 정당의 주요 후보들은 저마다 K-배터리 산업에 대한 지원사격 전략을 내놓으며 업계 관심사를 파고 들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한결같이 ‘이차전지 산업벨트(특구)’ 카드를 꺼내들었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정책으로 배터리 산업을 뒷받침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처럼 주요 대선 후보들이 K-배터리에 대한 발언이나 공약을 내놓는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잘나가던 한국 배터리 산업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에도 밀리며 궁지에 내몰리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K-배터리 3사가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외 공장 가동률은 51.1%로 지난해 57.8%와 비교해 6.7%p(포인트) 감소했다. 2022년 공장 가동률 73.6%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일 정도다.

삼성SDI는 전기차에 공급하는 중대형 배터리 가동률을 별도로 공시하지 않았지만 1분기 소형전지 평균 가동률을 보면 32%로, 지난해 평균 가동률 58%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를 토대로 유추해보면 전기차 배터리 가동률 역시 줄어들었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SK온의 경우 1분기 공장 가동률이 지난해 대비 0%대 소폭 하락에 그치며 비교적 선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불과 3년전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의 공장 가동률이란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SK온의 올해 1분기 평균 국내외 공장 가동률은 43.6%로 지난해 평균 가동률 43.8% 대비 0.2%p 소폭 감소했다. SK온 공장 가동률이 2022년 86.8%, 2023년 87.7%였던 점을 감안하면 1분기 가동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만약 현 수준이 유지된다면 올해 K-배터리 3사는 사상 최저치의 공장 가동률을 기록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이에 각 기업들은 인프라 투자를 축소하는 등 한층 위축된 사업 구상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공장 가동률 감소와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인프라 투자비 등을 고려해 당분간 신규 공장 증설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점유율도 CATL로 대표되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에게 잠식된지 오래다. 3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던 K-배터리였지만 최근에는 40%대에 머물고 있고 이마저도 지속 하락하는 추세다.

이들 업체의 수익성 역시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삼성SDI의 1분기 영업손실액은 434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적자전환했고, SK온도 영업손실 2993억원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만 1분기 영업이익 3747억원을 거뒀지만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빼면 사실상 830억원의 적자를 냈다.

 

/K-배터리 3사 CI

◆ "배터리 공약 조금 더 내놓으세요…‘디테일’하게"

이처럼 공장 가동률, 글로벌 점유율, 수익성 등 모든 지표가 지속적 하향세를 보이자 업계 안팎에선 “정부의 적극적 정책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이번 21대 대선에서 선출될 차기 행정부에 배터리 업계의 기대감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열망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주요 대선 후보 중 이차전지와 관련해 비교적 알찬 언급과 공약을 내건 후보는 단연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꼽을 수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경북지역 맞춤형 공약을 내놨다. 그는 “대구·경북에 이차전지 산업벨트와 미래형 자동차부품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며 “규제 합리화와 투자 환경 개선으로 글로벌 이차전지 산업을 선도할 수 있게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이달 19일 자신의 대선 관련 홈페이지에 전북지역 공약으로 “새만금을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조성하는데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다”고 적었다. 이를 통해 새만금을 국가첨단전략산업단지로 도약시킨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후보는 “전북이야말로 미래 산업의 심장이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K-이니셔티브(주도권) 시대를 함께 열자”고 제안해 이목을 끌었다.

당 차원에서도 이 후보의 이차전지 산업 공약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1월 이연희 민주당 의원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른바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해당 개정안은 배터리 제조 같은 국가 전략 기술에 대한 투자 세액공제를 현금 환급이나 제3자 양도 방식으로 허용해 준다는 것이 골자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배터리 산업은 국가전략기술로 대기업 기준으로 시설 투자에 15%, 연구개발에 30% 안팎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하지만 세액공제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방식이라 ‘영업이익’이 없으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4분기 모두 적자를 기록했던 K-배터리 3사는 한 푼의 세액공제도 받지 못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역시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여러차례 내놓은 바 있다.

김 후보는 “대한민국을 기술 초강국으로 만들겠다”며 ‘AI·에너지 3대 강국 도약’을 2호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는 이를 위해 10대 신기술을 국가전략 프로젝트로 지정해 규제 완화 등 다방면으로 전폭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가 내세운 10대 신기술에는 이차전지뿐 아니라 모빌리티, 로봇기술 등도 포함됐다. 국가전략 기술로 언급된 해당 분야들은 모두 ‘배터리 기술’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돼야 발전할 수 있는 산업이기에 향후 다방면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부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김 후보는 지난 17일 전북 김제 새만금33센터를 찾아 바이오산업과 웰니스 관광, 이차전지 특구를 연계한 첨단산업 육성 전략과 함께 신공항·신항만·신철도를 아우르는 ‘트라이포트’ 인프라 구축 계획도 밝혔다.

이처럼 새만금은 이재명‧김문수 두 후보 모두 이 지역을 ‘이차전지 특구’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상황이어서, 배터리 업계에서는 새만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이차전지 지원에 대한 언급을 잊지 않았다. 그는 최근 MBC 라디오의 한 시사프로그램이 전화로 한 인터뷰에서 “이차전지 수요를 내수 측면에서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수출의 경우에는 중국 때문에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눈을 돌려) 전기차 내수를 어떻게 증진해서 이차전지 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공약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3월 LG에너지솔루션 대전 기술연구원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한국 기업이 국제사회에서 경쟁하는 데 있어서 다른 나라보다 지원에 부족함이 없게 하자는 게 개혁신당 취지”라며 “그래서 ‘기준국가’라는 제도를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이차전지 분야에도 연구개발에 있어서 기준이나 부표가 있으면 좋을 것”이라며 “어느 국가에서 규제를 적게 받는지 등을 따져서 기준국가로 정해 (고충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세제 지원‧R&D 지원 등 구체적인 차기 정부 공약 절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 대선 후보의 그동안 배터리 산업에 대한 언급이나 공약이 ‘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큰 틀은 제시했지만 ‘반도체’ 산업처럼 세세한 실천 계획이나 밀도 있는 전략적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우리 배터리 업계는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트럼프의 반친환경 정책으로 발목이 잡힌 상황”이라며 “미국 정부에서 받던 보조금은 없어질 분위기고,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가성비에 기술력까지 탑재해 한국 기업이 개척한 유럽 시장에 공격적으로 파고들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뜬구름 잡는 공약 말고 가시적인 세제 지원이라든지 R&D 분야 지원 방안 등 구체적인 정부 공약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또 공약한 지원책을 대선 후 어떻게 논의를 시작할 건지, 특히 변수가 될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는 어떤 대책이 있는지 구체화 된 공약이나 언급이 없는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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