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공항 ‘임대료 싸움’ 점입가경…신라·신세계免 “수익성 바닥” vs 공항 “배임 소지 있어”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5.2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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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업계 “中 고객감소·고환율 ‘이중고’…출국자 당 임대료 정책 허점”
인천공항 “당초 계약된 임차료 100% 안받아…사실상 감면해 줘”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가 회복됐음에도 면세점 매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계약된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인천공항을 상대로 법원에 임대료 조정 신청을 냈다. 사진은 면세점 입구.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며 법원에 조정 신청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가 회복됐음에도 면세점 매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양사는 계약된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인천공항 측은 제2 여객터미널(T2)에 아시아나항공 이전 등이 완료되지 않아 당초 계약된 임차료 100%를 다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사실상 양사가 임대료 인하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24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4월 29일, 신라면세점은 이달 8일 인천지방법원에 인천공항 제1·2 여객터미널 내 면세점(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의 임대료를 40% 인하해달라는 내용의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양사는 인천공항 여객 수는 회복됐지만 면세점 이용자가 줄어든 데다 최근 고환율로 인한 손실이 커졌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임대료 조정 신청을 낸 면세점의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 측에 여러 차례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으나 완강하게 거절해 부득이 법원에 조정을 신청하게 됐다”며 “면세업계의 지속되는 어려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통해 발전적 방향이 모색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신라·신세계면세점은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 재선정 당시 여객 수에 연동해 임대료를 책정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전까지는 고정액 임대료였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고사해 가던 면세 업계를 위해 여객 수 변동에 따른 탄력적인 과금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이에 신라와 신세계는 코로나 이전으로 사업 환경이 되돌아 올 것을 예상하고 입찰 당시 최저가보다 약 20% 높은 가격을 써내는 ‘통 큰 베팅’에 나섰다.

양사는 실제로 여객 1인당 약 1만원 수준의 수수료를 제시하며 사업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약 후 약 2년간 여객 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면세업계 ‘큰 손’인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했을뿐 아니라 원/달러 환율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면세점 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인천공항에서 출국한 여객은 3531만 명으로 코로나 이전보다 많았지만 같은해 면세시장 규모는 14조2249억원으로 2019년 대비 무려 42.8%나 급감했다.

이에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697억원, 신세계면세점은 3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각각 50억원, 23억원의 적자를 냈다.

 

인천공항 내 신라면세점 전경./사진=신라면세점

◆ 인천공항 “신라·신세계免, 2년간 사실상 임대료 감면 혜택”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인천공항 측에 각각 지불하는 연 임대료는 37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천공항 여객실적(입출국 여객수)을 기준으로 추산된 것으로, 인천공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인천공항 여객실적은 1860만명이었다.

이 가운데 출국자에 한해서만 면세점 임대수수료가 책정되므로, 1분기 동안 대략 930만명에 대한 임대료 930억원이 발생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토대로 추산된 연간 임대료는 약 3720억원이다. 월 임대료로 따지면 310억원 정도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신라·신세계면세점 양사가 인천공항 측에 요구한 ‘임대료 40% 인하’를 적용할 시 각 사의 연간 임대료는 약 2232억원으로 1500억원 가량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인천공항 측은 2년 전 계약한 임차료를 양사에 100% 부과하고 있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실질적으로 임대료 인하를 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양사에 대한) 정확한 임차료까지는 공개할 수 없지만 당초 계약한 기준으로 임차료가 책정되고 있지 않다”며 “공항 T2 여객터미널에 아시아나항공 이전 등이 완료되지 않은 점과, 현재 임시 매장으로 운영되거나 오픈이 안된 매장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 기존 계약된 임차료 100%를 부과하지는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계약 후 지금까지 약 2년 간 실질적으로 임차료 감면을 받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면세 업체 측은 ‘여객 1인당’ 매겨지는 임대 정책에 허점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이 100~200명 인천공항을 이용했다고 가정하면 이 학생들에게선 면세점 수입이 ‘0원’일 확률이 높다”며 “하지만 여객 1인당 책정되는 임대 수수료로 인해 매출은 0원인데 100만~200만원의 임대료가 추가로 나가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천공항 내 신세계면세점 전경./사진=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 내 신세계면세점 전경./사진=신세계면세점

◆ 경쟁사와의 형평성, 배임 소지도 있어 임대료 인하 어려울 듯

이처럼 면세업체와 인천공항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며 법적 분쟁까지 이어졌지만 일각에서는 인천공항 측의 임대료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신라·신세계 양사가 인천공항에 입점하기 위해 경쟁사보다 높은 입찰가를 제시해 사업권을 낙찰받았던 만큼, 사후 임대료 인하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에도 (신라·신세계) 입찰가가 과도하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지금 와서 감면을 해주면 입찰에서 떨어진 업체들은 억울할 것”이라며 “앞으로 인천공항 입찰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아울러 인천공항은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공기업으로, 공개 입찰로 낙찰된 계약 금액(임대료)을 공사 임의대로 인하할 수 없다는 측면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사후 임대료 인하는) 특정 업체에게 특혜를 주는 행위”라며 “이는 배임 소지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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