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공약 점검 ⑩]표심 노린 공약 '가상자산 ETF 허용'...현실화 가능성은?
  • 김은경 기자
  • 승인 2025.05.2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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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에만 그칠 수 있어 예의 주시해야
정부차원의 가상자산 제도 마련 시급

제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6-3 ‘장미 대선’의 막이 올랐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6월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지난 19대 대선과 마찬가지로 당선 확정과 동시에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다. 차기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출범하게 되므로 각 후보의 공약이 그대로 정책으로 반영되고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특히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경제 분야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무역전쟁,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산업과 금융 등 특히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책임지려는 각 후보들의 분야별 공약을 입체적으로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① 캐즘·고관세·고환율 ‘삼중고’ 빠진 전기차 업계…“대선 후보들, 공약 전무(全無)”
② ‘K-방산’ 선점 공약 쏟아진다…‘4대 강국’ 가능할까
③ 1311만 청년층 표심 잡아라...대선 후보들 청년정책 포인트
④ 'K 주식시장 살리기' : 이재명 "코스피 5000 달성" vs 김문수 "박스피 탈출"
⑤ 대선 후보들, ‘장밋빛 AI 청사진’  잇따라 제시 …정부 차원의 지원 절실해
⑥ 미래먹거리 투자 공약 앞다퉈 내놓은 후보들… 투자결과 지킬 방패 ‘산업기술 보호’ 나몰라라
⑦ 부동산 세제 완화로 선회한 이재명...대선 부동산 공약 경쟁도 '잠잠' 
⑧ 대선 빅3 후보의 ‘배터리’를 대하는 시각…‘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다
⑨ 대선후보 3인 금융정책 키워드, 이재명 ‘금융복지’, 김문수 ‘맞춤 지원’, 이준석 ‘디지털 전환’ 
⑩<끝> 표심 노린 공약 '가상자산 ETF 허용'...현실화 가능성은?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21대 대통령 선거를 한 주 앞둔 가운데 대선 후보들은 '가상자산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도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표심 확보에 나섰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ETF 허용'에 대해 제도화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현실적 과제가 산적해 있어 이번 공약이 공약(空約)으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나란히 가상자산 현물 ETF를 허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6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겠다"며 그 일환으로 가상자산 현물 ETF를 도입하고, 통합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통합감시 시스템 구축과 동시에 안전한 가상자산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인하도 유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문수 후보는 10대 공약 중 다섯 번째로 '중산층 자산 증식 프로젝트'를 제시하면서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포함했다. 김 후보는 당내 경선 때였던 지난달 27일 "정부 기관들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겠다"며 현물 ETF 허용을 함께 언급하기도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지난달 18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되 비중을 너무 높이지 말고 ETF 등의 형태로 보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해외, 가상자산 관련 ETF 빠른 성장세...국내, 가상자산 산업 규모 ↑

각 당에서 후보자들이 이처럼 가상자산과 관련한 정책을 언급하는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존재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가상자산 관련 ETF들이 빠르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 가상자산 산업 규모 역시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상자산 현물 ETF는 2020년 독일에서 처음 승인된 후 캐나다, 브라질, 호주, 말레이시아, 홍콩 등으로 확산됐다. 지난해 1월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ETF의 도입을 허용하면서 당시 순자산 규모는 금 ETF를 넘어선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미 대체 투자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24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가상자산 투자자 수는 무려 1825만 명(중복 합산)에 달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위험이 금융 시스템으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며 가상자산 현물 ETF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현물 ETF를 도입하려면 금융사가 가상자산을 보유해야 하는데, 이를 허용할 경우 가상자산의 변동성이 금융시장 안정성과 금융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앞서 정부는 2017년 국무조정실 주도로 내놓은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에서 제도권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매입·담보 취득·지분투자를 금지했다.

다만 올해 3월 당정이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고, 양당 후보도 모두 현물 ETF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관련 정책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트코인 / 이미지 = 픽사베이

공약은 나왔지만 실현되기엔 무수 

하지만 대선 후보자들이 표심을 위해 공약을 내걸기는 했지만 실현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현물 ETF를 구성하려면 커스터디, 프라임 브로커리지, 유동성 공급자 등 가상자산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업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일반 ETF와 달리 가상자산 실물을 직접 취급하려면 별도 인프라가 필수 조건인 셈이다.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가 작동하려면 실물 자산 매매부터 보관까지 연결할 수 있는 유기적인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관련 업계가 매우 영세한 수준이어서 유기적인 인프라 구축까지는 요원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커스터디 기업으로는 코다(KODA), 케이닥(KDAC), 인피닛블록, 비댁스 등이 있다. 이들 기업 모두 금융권의 지분투자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스타트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비트코인 현물 ETF가 실제 허용되더라도 수천억 원 이상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수탁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기관투자자를 대신해 가상자산을 대규모로 매입·송금·수탁·헷지하는 중개 업체인 프라임 브로커리지 영역도 마찬가지다. 

웨이브릿지, 해피블록 등 몇몇 기업이 ETF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전통 금융사와 비교하면 자본력이나 시스템 규모 모두 크게 뒤처진다. 이에 따라 다수 관련 기업들은 최근 투자 유치를 위한 기업설명회(IR)를 하면서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 가상 화폐 거래소가 처음 생긴 것은 불과 10여년 전인  2013년이다. 하지만 10년이 넘도록 가상 자산을 하나의 ‘산업’으로 규정하는 기본법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았다. 기본법을 통해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켜 정부가 책임 있게 규제하고,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틀’을 갖춰야 하지만, 아직 시작도 못한 형편인 셈이다.

현재 디지털 자산 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지난 2001년 제정된 자금세탁방지법인 ‘특정금융정보법’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예치금 확보와 자금세탁방지책(트래블룰) 등 개인 투자자 보호 조치에 한정돼 있다.

또 국내 자본시장법에선 가상 자산을 기초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금융 당국에선 이를 이유로 가상 자산 현물 ETF 발행을 승인해 주지 않고 있다. 

한국재무관리학회장을 지낸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가상 자산 현물 ETF 승인이 늦어지면서 가상 자산 시장을 활성화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우리나라 금융 당국은 법인이 가상 자산에 투자하는 걸 막고 있는데, 기본법이 없다 보니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제재를 하는 ‘그림자 규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에서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직접 매매·보유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신 핀테크·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다양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지주회사 출자 제한 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아직 구체적인 입법이나 정책적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기본법이 없다 보니 정부의 행정 지도마저 법적 근거 없이 이뤄지고, 제재의 기준과 대상, 범위, 해석에 대한 논란이 매번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 과세 문제가 국내 가상 자산 산업의 성장을 막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해외 거래소에서 발생한 소득을 어떻게 산정할지, 거래 내역은 어떤 방식으로 신고할지, 취득 원가는 어떤 기준으로 정할지 등 핵심 쟁점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아 개선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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