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발언 파문...이준석의 ‘입 정치’가 만든 대선 최악의 장면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5.28 0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명 후보 아들 추정되는 원색적 댓글 여과없이 '인용'하는 과정서 '사고'
李 "지도자 자세란 불편하더라도 국민 앞에서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히는 것" 강변
"행동 따르지 않는, 말로 상대 약점 파고들어 인지도 높이는 입 정치에 매몰" 비판도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정치 분야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막말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27일 마지막 TV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를 에둘러 겨냥하며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에게 "민노당 기준으로 어떤 사람이 여성에 대해 얘기할 때 '여성의 성기나 이런 곳에 젓가락을 꽂고 싶다' 이랬다면 이건 여성 혐오에 해당하나"라고 질문했다. 이 질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들이 과거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원색적 댓글을 여과 없이 '인용'한 것이다. 

이에 권 후보는 "이런 걸 묻는 취지를 모르겠다. 답변하지 않겠다"고 하자, 이준석 후보는 "민노당은 이런 성폭력적인 발언에 대한 기준이 없느냐"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권 후보는 "성적인 학대에 대해선 누구보다 엄격하게 기준을 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재차 "동의하시냐"고 물었고, 이재명 후보는 "시간과 규칙을 질문하시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직접 질문을 받은 '언어 폭력' 당사자인 권영국 후보와 그가 속한 민주노동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27일 대선 후보 마지막 TV토론에서 성폭력 발언을 여과없이 재현한 것을 두고 “국민 앞에 당장 사과하고 후보직에서 즉시 사퇴하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선대위의 신민기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청소년과 여성을 비롯한 모든 국민이 보는 토론회에서 이준석 후보가 도저히 입에 담지 못할 말을 꺼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부대변인은 “대선 토론회가 아니었다면 화면을 돌리고 마이크를 꺼버리고 그 즉시 방송에서 끌어내렸어야 할 발언”이라며 “토론회를 지켜보는 모든 시청자가 이준석 후보의 언어적 폭력을 피할 수 없이 고스란히 겪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비하거나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폭력의 선정적 재현을 고스란히 듣도록 만든 것 자체가 끔찍한 폭력”이라고 덧붙였다.

권 후보는 ‘TV토론에서 못다 한 말’이란 자료를 내고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이준석 후보의 발언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며 “처음 들어보는, 귀를 의심케하는 발언이 이런 자리에서 나올 줄 몰랐다”고 했다.

그는 “이준석 후보가 여성혐오 발언인지 물었던 그 발언은 분명한 여성혐오 발언”이라며 “너무나 폭력적이고 토론을 누가 듣고 있는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할 수 없었을 발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준석 후보의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며 “태연하게 이런 발언을 한 후보를 제지하거나 경고하지 못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끔찍한 언어 폭력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이준석 후보는 결코 방송에서 입을 담을 수 없는 폭력적 표현으로 대선후보 TV토론을 기다려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면서 “이준석 후보의 행태는 어떤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토론을 빙자한 끔찍한 언어폭력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민주노동당 권영국·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성폭력 혐오 발언 파문이 확산하자 이 후보는 TV토론 다음날 곧 바로 자신의 입장을 페이스북에 밝혔다. 이 후보는 "본인 진영 내 문제에 대해선 침묵하는 진보 진영의 위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는 어제(27일) TV토론에서, 평소 성차별이나 혐오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혀오신 두 분 후보에게 인터넷 상에서 누군가가 했던 믿기 어려운 수준의 발언에 대해 입장을 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공의 방송인 점을 감안해 원래의 표현을 최대한 정제해 언급했음에도, 두 후보는 해당 사안에 대한 평가를 피하거나 답변을 유보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범죄에 해당하는 비뚤어진 성의식을 마주했을 때 지위고하나 멀고 가까운 관계를 떠나 지도자가 읍참마속의 자세로 단호한 평가를 내릴 수 있어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장면을 통해 저는 다시금, 혐오나 갈라치기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진영 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민주 진보진영의 위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저는 왜곡된 성의식에 대해서 추상같은 판단을 하지 못하는 후보들은 자격이 없다고 확신한다"며 "2017년 대선에서도, 돼지발정제 표현과 관련된 논란이 있었지만, 홍준표 당시 후보는 자서전의 표현이 부적절했음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해명하고 사과한 바 있다"고 했다.

아울러 "지도자의 자세란, 그와 같이 불편하더라도 국민 앞에서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 후보의 여성 혐오 성폭력 발언은 TV토론을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의도된 행위로 보인다. 참모들과도 이슈 선정과 강조하는 발언 등을 조율했기 때문에 이날 이 후보의 성폭력성 혐오 발언은 이준석 캠프의 공식 입장과도 같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확실히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막말 파문은 예견된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그동안 입 정치로 일관했다. TV 등에서 인지도를 높인 이후 정치를 말장난 수준으로 격을 떨어뜨렸다. 구체적 행동과 실천이 따르지 않고 오로지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공격하면서 그에 동조하는 일단의 팬덤도 생겼다"라면서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던 이준석 후보의 본성이 드러난 것이다. 지지율을 10%까지 끌어올리며 대중의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 막말로 이준석 정치의 실체와 민낯을 국민들이 뒤늦게라도 인식하게 된 것이 다행이다. 이 후보가 특정 사이트의 글이나 댓글을 보고 그대로 따라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천을 동반한 정치 철학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이같은 막말 사태가 터 것이다. 젊은 사람이 상대 말꼬투리를 잡고 몰아세우며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비열한 정치는 이제 안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준석 후보는 정치적 의제나 정책 비전 제시보다는 오로지 특정 성별과 세대의 혐오를 부추기는 '갈라치기 공격'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실제로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쌓는 과정에서도 구체적인 행동이나 실천으로 국민 앞에 자신을 증명하기보다는 말의 날카로움과 상대를 몰아세우는 언변으로 정치 생명을 이어왔다. 그런 방식으로 일종의 팬덤 정치를 이뤘지만 국민과의 보편적인 공감대 형성 노력은 상당히 부족하다는 평가도 잇따랐다. 

이번 성폭력 혐오 발언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28일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이준석 후보를 형법상 여성 모욕죄,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죄로 고발하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생방송에서 가족들과 같이 토론을 시청했던 사람들은 '상당히 불쾌했다'는 반응이 많다. 특이 이 후보가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고 정치권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한 것이라고 강변하면서 더욱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자신을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해야 할 정치인이 아닌 조회수나 올리려는 유튜브 인플루언서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나" "젊은 정치를 대표하고 있다는 정치인이 때와 장소도 구별하지 못하고 자신의 할 말을 쏟아낸다면 몸만 젊을 뿐 생각은 전형적인 꼰대"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이준석 후보는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저는 이 자리를 통해 단 하나, 제가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제가 책임지고, 여러분이 피와 땀으로 지켜오신 그 소중한 기회의 사다리를 여러분의 아들딸, 손자손녀에게 반드시 전하겠다"고 다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