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읽기] 막말도 전략이다? 이준석 ‘여성 혐오’ 마케팅에 역풍 조짐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5.2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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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 가족 검증 위해 어쩔 수 없이 '여성 혐오' 발언했다" 강변
지금 물러서면 파렴치범으로 몰려 정치생명 끝장..."차라리 버티자" 전략
천하람 "진정성 있게 더 사과해야" 당 내부도 혼란...득표율 10%대 진입 빨간불?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TV 토론회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표현으로 논란이 되는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27일 TV토론회 여성 혐오 발언 파문이 선거 막판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8일 자신의 혐오 발언에 대해 1차 사과를 했다. 그런데 29일 오전에 기자회견을 열어 추가 사과와 함께 성적 혐오 발언의 배경을 소상히 설명했다.

이 후보의 29일 기자회견은 일견 여성 혐오 발언의 후폭풍이 너무도 거세기 때문에 그것을 진화하고 사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 후보의 방점은 다른 곳에 찍혀 있음이 이날 회견에서 확인됐다. 자신이 문제의 발언을 했던 그 흉중에는 '이재명 후보 검증'이라는 칼날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회견에서 “제 질문 가운데 어디에 혐오가 있나. 정말 성범죄자로 지탄받아야 할 이는 누구냐”며 대통령 후보자 가족에 대한 검증은 공적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수위를 넘는 음담패설을 (이재명 후보 아들인) 동호씨가 한 것으로 확인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토론에서) 한 질문 가운데 어디에 혐오가 있느냐”며 “정말 성범죄자로 지탄받아야 할 이는 누구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이동호씨는 지난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으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고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는 “저는 이동호씨 게시글 중 하나를 비교적 가치중립적인 단어로 바꿔 인용했지만 워낙 심한 음담패설에 해당하는 표현들이라 정제하고 순화해도 한계가 있었다”며 "그마저도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후보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재명 후보”라며 “이동호 씨는 저급한 혐오 표현 외에도 2년 가까이 700회 넘게, 총 2억 3000만 원의 불법 도박을 저질렀다“고 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가 이를 모르고 있었다면, 무관심이거나 무능일 거다. 그런 인물이 과연 나라를 맡을 자격이 있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여성본부 소속 의원들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아들의 성적혐오글 게시" 등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여성본부 소속 의원들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아들의 성적혐오글 게시" 등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이 후보는 “이재명 후보는 이를 ‘신변잡기’라며 덮으려 했지만 대통령 후보자의 가족에 대한 검증은 사생활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책임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을 향한 비판에는 “지금 문제를 제기한 저에게 혐오의 낙인을 찍는 집단 린치가 계속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시민단체, 유튜버들이 총출동해 저를 향한 인신공격에 나섰고, 선거사무소 앞에서는 사퇴를 겁박하는 시위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어 “상식의 눈높이에서 묻는다”며 “제가 한 질문 가운데 어디에 혐오가 있나. 정말 성범죄자로 지탄받아야 할 이는 누구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것이 이재명 후보가 더욱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되었을 때 우리가 마주할 미래”라며 “표현의 자유, 검증의 의무는 사라지고, 집단으로 가해지는 린치와 권력에 대한 충성만 남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그는 “오늘 오후 2시까지 사실관계를 반대로 뒤집어, 저에 대해 방송과 인터넷 등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게시한 이들은 자진 삭제하고 공개 사과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강력한 민형사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조승래 공보단장은 29일 여의도 중앙당사 브리핑에서 이준석 후보의 주장에 대해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려 네거티브에 올인하는 게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조 단장은 "대선을 5일 앞둔 시점에 과거 문제를 마치 새로운 일처럼 선거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상대 후보의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 단장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후보가 언급한 댓글을 두고 "그(댓글) 자체도 후보 아들이 썼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이재명 후보의) 아들은 (자신이 쓴) 댓글인지에 대해 일관되게 부인해왔다"고 말했다.

조 단장은 이준석 후보의 토론 발언과 관련해선 "(온라인 댓글은) 여성 혐오 표현이 아닌데 여성 혐오 표현으로 둔갑시킨 것"이라며 "저질 음란 공세를 하려다 보니 창작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후보가 토론에서 '여성 혐오 표현' 질문을 하기 위해 정작 온라인 댓글에는 없는 '여성'이라는 단어를 추가한 것이라는 취지다.

이 후보의 핵심 주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가족을 검증하기 위해 자신이 TV토론회에서 '어쩔 수 없이' 여성 혐오 성폭력적인 발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이런 '변명'을 궤변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 투표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 투표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의 한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백번 목적이 옳다고 해도 그 수단이 잘못됐거나, 비상식적이거나, 폭력적이라면 그 어떤 경우에서도 목적의 정당성은 담보될 수 없다. 특히 정치의 영역은 결과보다 과정의 정당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도 정권 입장에서는 국정운영의 효율성과 안정성 확보라는 명분과 목표가 있었겠지만 그 수단이 비선 실세인 최순실을 통한 국정 개입, 공적 자원의 사적 유용이라는 불법적 행위였기 때문에 대통령 탄핵까지 이르렀다"면서 "이준석 후보는 정치를 잘 못 배웠거나 아예 정치의 본질적 개념을 모르고 있다. 이재명 후보 가족을 검증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 국민이 시청하는 생방송에서 상식적으로 전혀 용인되지 않는 성적 혐오 발언을 버젓이 하는 것은 공익보다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익 추구로 정치를 이용하는 것밖에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는 여전히 "이재명 후보를 검증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그 후 내가 더 린치를 당하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 가족의 검증과 성적 혐오 발언은 공적 이익을 위해 양립할 수 없는 가치이다. 

하지만 이 후보가 이렇게 끝까지 버티며 자신의 입장과 '이재명 검증'을 밀어붙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민주당의 한 장외캠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준석으로서는 여기서 물러서면 정치 생명이 끝장날 수도 있다. 끝까지 저항해야 대선 후보 검증을 위해 내 목숨을 바친다는 명분이 서게 된다.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는 것은 그냥 파렴치범으로 정치 인생 막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대선 후보 검증이라는 공적 영역에서 버티게 되면 그나마 '이재명 집권 저지 열사' 정도의 칭호는 펨코에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대단한 착각이자 우둔한 생각이다. 이 후보가 투표일 직전이라도 깨끗하게 석고대죄하는 것이 향후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서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성적 혐오 발언 직후 바로 깨끗하게 사과를 했으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여전히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적반하장식 대응으로 일관하다 보니 개혁신당 내부에서도 혼란스러운 조짐이 보인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정치 분야 토론회에서 문제의 혐오 발언을 하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사진=SBS 유튜브 캡처

천하람 개혁신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이 후보의 성적 혐오 발언이 알려진 직후 “오늘 이준석 후보 인터뷰를 보니까 ‘심상정 후보가 예전에 홍준표 시장한테 돼지 발정제로 공격했을 때, 그때는 그러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냐’고 이야기를 했다”라며 이 후보를 두준했다. 

하지만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천 위원장은 "어떤 취지나 이유를 불문하고 많은 국민이 이 후보의 표현에 불쾌감과 당혹감을 느끼신 부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진정성 있게 사과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에 방점을 찍었다. 이 후보의 사과가 불충분하다면 더 진정성 있게 사과를 거듭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천 위원장이 이렇게 이 후보 사과를 더 강조하는 것은 자칫하면 이준석 한 명 때문에 개혁신당 전체가 떠내려 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해옴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정치권에서는 막말 파문 대응 3법칙이 있다. "빠르게, 확실하게, 구체적으로 사과를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시간을 지체하게 되면 사과의 농도가 떨어지게 되고, 하는 듯 마는 듯 하게 되면 효과도 반감될 뿐 아니라 모호한 언어로 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후보가 10년 넘게 여의도 정치를 하면서도 정작 '사과의 기술'에 대해서는 전혀 학습이 안 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여성단체 등에서는 "특정 세대나 성별에 대해 막말을 하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여성 혐오 마케팅 수법은 이번에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성적 혐오 발언으로 역풍이 불어 이 후보의 득표율 10%대 진입이 힘들 수도 있게 됐다"라는 전망도 나온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이준석 후보라면 막말 3법칙 가운데 첫번째는 이미 늦었고, 나머지 2개의 법칙이라도 '빨리' 실행하는 것 외에는 탈출구가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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