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안규백 국방장관 지명해 '군 민주적 통제' 구상 실현 구체화
이재명 정부의 과감한 인사 개혁은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앞당기는 열쇠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첫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시켰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파격이다 못해 쇼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송 장관 본인이 이번 인사에 대해 “저도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태”라고 토로할 정도로 그의 유임은 깜짝 뉴스였다.
사실 이번 인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첫번째 내각 인선이라는 점에서 장관 한 자리 한 자리가 너무도 소중하기 때문에 친명계 인사들이나 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중용될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이 있었다. 그만큼 이 대통령이 챙겨줘야 할 사람도 많을 것이고 또한 더불어민주당에서 요구하는 '공헌 인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아까운 장관 자리 하나를 '적'에게, 그것도 한때 이 대통령을 체포하려고 했던 윤석열 정권의 장관을 그대로 유임시켜준 것은 파격 그 이상의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과거 김영삼 정부의 마지막 노동부 장관이었던 고(故) 이기호 전 장관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신의 첫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극소수의 전례가 있긴 했으나, 그럼에도 정권이 교체된 후에 전임 정부의 장관이 자리를 그대로 지키는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진영을 가리지 않겠다"고 공언해 온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에 기반한 용인술이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송 장관이 윤석열 정부에서 일하긴 했지만, 계엄이나 내란에 적극 동참한 적이 없고 본인이 소신을 갖고 활동을 해왔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봤다"며 "이재명 정부의 가치와 지향에 동의해 열심히 활동할 분이라면 진영을 가리지 않고 쓰겠다는 뜻이 담긴 실용주의 기반 인사"라고 설명했다.
물론 전적으로 '코드'가 맞는 인사로 보기는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과 송 장관은 과거 한때 '악연'이 있었던 사이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2023년 송 장관의 청문회 과정에서 불법 증여 의혹이 불거지자 최고위원회의에서 "송 후보자가 불법 증여 의혹이 제기되니 '아이들에게 용돈 차원에서 준 것'이라고 했는데,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말이겠느냐"며 "국민의 머슴, 공복으로서의 기본적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고 강하게 타한 바 있다.
아울러 송 장관은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이 국회를 통과하자 브리핑을 열어 법안에 대한 반대 뜻을 밝히고 "재의요구(거부권)를 건의하겠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송 장관은 과거에 이재명 대통령의 '눈'에 들지도 못했고, 심지어 민주당의 정책에 대놓고 반대를 하는 등 '코드'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그런 제반 장애물을 모두 걷어내고 '윤석열 사람'을 '이재명 사람'으로 다시 뽑은 셈이다. '사람은 고쳐쓰는 게 아니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송 장관은 새 정부의 철학과 국정운영 방향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에 어떤 활동이나 결정을 했든지 간에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보조를 맞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향후에도 이처럼 전임 정부의 인사를 계속 등용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추가로 유임되는 인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실력과 능력이 있고, 현 정부의 기조에 동의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초반 국정운영을 상당히 영리하게 또한 조심스럽게 해나가는 것이 보인다. 대선에서 3번째 도전만에 승리했다면 그 기분으로 자신이 그동안 아끼거나 점찍어둔 사람을 반드시 쓰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욕심을 억누르고 과거 정권 인사를 다시 쓴다는 건 요즘 권력자들에게서 보기 드문 절제력이라고 보여진다. 장관 청문회 때 야당의 묻지마 공세를 미리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윤석열 정권 사람도 쓰려는 이재명 정부의 협치 진정성을 헤아려달라고 한다면 야당도 저항의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송 장관 유임으로 이 대통령의 용인술은 앞으로 더 기대가 된다"라고 호평을 했다.
두번째 파격은 안규백 의원의 국방부 장관 후보자 지명이다. 안 후보자가 장관으로 취임하면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64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하는 셈이다.
대선 전부터 민주당이 승리하면 민간인 국방부 장관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실제 이 대통령이 인사로 지명을 하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많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이 윤석열 군 통수권자의 군 '사병화'로 탄생한 정권인 만큼 대한민국 군대를 철저하게 민주적 통제 하에 두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실제로 그 구상을 실현할지는 미지수였다. 무엇보다 군이 민간인을 자신들의 최고 '사령관'으로 모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클 수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육사 등 군 엘리트들이 군대를 잘 알지 못하는 민간인이 군을 지휘할 경우 '군령'이 제대로 서지 못할 것이라는 구시대적 발상과 함께 개혁에 대한 저항감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국회의원 5선을 국방위에서 대부분 보낸 안규백 의원을 오래 전부터 낙점하고 마침내 군의 '문민 통제' 실현을 구체화할 단계에 와 있다.
이는 한국 군대에서도 파격적인 실험일 수 있지만 인구 감소에 따른 군 병력 감축과 군에 대한 인식 등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 대통령이 위로부터의 쇄신을 통해 대한민국 군대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놓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이런 과감한 '인사 개혁'은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인 동시에 비성상의 정상화도 앞당기는 열쇠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