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지연전략에 "혹서기 하루라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태업하는 것" 해석도
재구속 뒤 석방 가능성 높지 않자 이판사판으로 법치주의 우롱하며 버티기 할 수도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새벽 재구속됐다.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고 국무위원들의 심의·의결권을 방해했으며 비화폰 정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 등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됐다가 법원(지귀연 판사)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지난 3월 8일 석방된 지 124일 만의 재수감이다. 윤 전 대통령을 최장 20일간 구속 수사할 수 있게 된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구속영장에 포함된 혐의로 윤 전 대통령을 우선 기소한 뒤 외환 혐의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구속 뒤 첫 조사를 오늘(11일) 오후 2시에 하기로 했다. 전날인 10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하루 늦춰준 것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혐의 10차 공판에 ‘건강상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됐지만 서울구치소에서 머물며 공수처 수사를 전면 거부한 전력이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어제 재판에 나오지 않음에 따라 특검의 11일 첫 조사에도 불응할 태세다. 박지영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이 소환해도 나오지 않으면 강제조처를 고려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다른 피의자와 다르게 하지 않는다”며, 윤 전 대통령이 소환 요구에 불응할 경우 강제구인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윤 전 대통령은 앞으로 특검 조사에 선별적으로 응하는 등 본격적으로 법치 시스템에 '반항'하고 버티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검 조사뿐 아니라 자신과 관련된 각종 재판에서도 이런 '선별적 출석' 전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 전 대통령 측이 올해 1월 1차 구속 때처럼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해 향후 재판에 협조하지 않는 '지연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이 10일 10차 공판에 아무런 조율도 없이 갑자기 나오지 않자 지귀연 판사도 황당해했다는 후문이다. 윤 전 대통령측은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하겠다는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2차 구속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변호인들은 "구속된 지 8시간도 안 된 상황인데, 다음날 아침에 재판에 출석하라고 만약 팩스나 전화로 통보했다고 해도 그게 적법한 소환인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드러내며 '적법성'을 따지기도 했다. 이렇게 윤 전 대통령은 재구속되자마자 조은석 특검과 재판에 연이어 불응하고 불출석하며 향후 강력한 '법적 투쟁'을 벌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지난 1월 체포·구속됐을 당시 체포적부심사, 구속취소 청구 등 각종 법적 수단을 동원해 수사와 재판 절차에서 문제를 들고나왔던 윤 전 대통령 측이 이번에도 유사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이 검토할 수 있는 유력한 대응 방안은 구속적부심사 청구다. 구속적부심사는 구속이 적법한지, 구속을 계속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법원이 다시 심사해 판단하는 절차다. 법원이 구속 사유가 부당하거나 구속 필요성이 해소됐다고 판단할 경우 피의자를 석방할 수 있다.
꼭 사정변경이 없더라도 구속 절차나 내용의 위법성을 제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즉 구속의 적법 여부를 따지는 절차이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해온 사실상의 '이중구속', 특검법의 위헌성 등을 거론할 수도 있다.
구속적부심이 청구되면 기존 영장전담 판사들이 아닌 합의부가 재판을 맡는다. 법원은 담당 재판부를 배당하고, 해당 재판부는 청구된 지 48시간 이내에 피의자 심문 및 증거 조사를 마쳐야 한다. 이 기간에는 윤 전 대통령 조사가 중단된다.

통상 큰 법원은 형사수석부가 맡거나 형사항소부가 맡는다. 중앙지법의 경우 형사항소부가 심사를 담당해왔다. 다만 구속적부심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인용률 자체가 낮은 데다 법원이 구속 사유로 제시한 '증거인멸 우려'가 단기간 내 해소되기는 어렵다. 또 사정변경과 무관하게 구속 절차의 위법, 위헌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지도 관건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요 사건 관계자에게 진술 번복을 유도하거나 회유하려 한 정황을 다각도로 제시하며 증거인멸 우려를 부각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영장을 발부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구속적부심 청구 가능성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법조계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이렇게 특검 조사를 의도적으로 거부하려 하거나 재판에도 불성실하게 출석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는 배경을 두고 여러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먼저 윤 전 대통령이 혹서기를 하루라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태업'을 하며 최대한 지연 전략을 펼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특검 조사 거부나 재판 불출석은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닐 것이다. 뜨거운 여름에 조사나 재판을 오가는 일이 여간 고통스럽고 성가신 일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공개 기자회견이 길어지자 '목이 아프니 이제 그만하자'고 말할 정도로 공적 의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이번 지연전략도 그냥 덥고 짜증나니 나가기 싫다는 단순한 이유일 것이다. 이럴 때는 무조건 특검이나 판사가 원칙대로 밀어붙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재수감된 날인 10일 변호인단과 4차례나 접견을 가졌다. 접견실은 에어컨이 있어 잠시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셈이다. 앞으로도 줄줄이 변호인단 접견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형사 사건만 오랫동안 해온 윤 전 대통령이 특검 수사를 흔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난전'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의 특검 조사 불응은 단순한 방어 전략이 아니라 초반 기선 제압용 정치적 제스처에 가깝다”며 “수사 정당성을 흔들고 지지층의 분노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정 출석을 피하려는 태도 역시 사법절차 안에서의 승부가 아니라 장외 여론전으로 국면을 끌고 가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지지층 결집과 피해자 프레임을 극대화해 정치적 복귀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장기 포석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기일로 조진다"라는 말이 있다. 검사들은 피의자를 자주 소환해 그들의 심리를 흔드는 압박 작전을 흔히 구사한다. 조은석 특검팀도 '불러서 조지는' 방식을 가장 잘 활용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이 조사에 불응할 기미가 보이면 바로 강제구인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고도의 압박작전 일환이다.
이런 방식을 가장 잘 활용한 특수통이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다. 그래서 특검팀의 잦은 소환에 최대한 불응하거나 그 의도에 끌려가지 않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작용했기 때문에 당분간 순순히 조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재구속된 윤 전 대통령이 다시 석방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윤 전 대통령으로서는 자기 기분대로 이판사판 무대포 전략으로 대응하며 특검과 재판의 법치주의를 최대한 우롱할 것이라는 서글픈 예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