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대기업 10곳 중 9곳이 미국의 관세 인상률이 15%가 넘을 경우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시장조사 전문 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10대 수출 주력 업종의 매출액 1000대 기업(150개사 응답)을 대상으로 ‘2025년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92%가 이같이 답했다고 11일 밝혔다.
한경협은 트럼프 행정부가 내달 1일 발효하기로 발표한 25%의 상호관세가 그대로 적용되면 대다수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심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율 인상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원가절감(33.7%) △수출단가 조정(33.2%) △해외 현지생산 확대(14.7%) 등을 꼽았고, 특별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응답도 14.2%로 나타났다.
올해 하반기 국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자부품(1.3%) △바이오헬스(1.6%) 등 4개 업종은 하반기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고 △철강(-5.0%) △선박(-2.5%) 등 6개 업종은 하반기 수출이 줄어들 전망이다.
하반기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 응답한 기업들은 그 요인으로 △관세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 증가(45.6%) △주요 수출시장 경기 부진(26.6%) 등을 꼽았다. 반면 수출 증가를 전망한 기업들은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한 판로개척’(28.2%) △신제품 개발 등 제품 경쟁력 강화(25.0%) 등을 이유로 들었다.
수출 대기업의 절반 가량(47.3%)은 올해 하반기 수출 채산성이 작년 하반기와 비슷(47.3%)할 것이라 응답했다. 수출 채산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38.7%로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14.0%)보다 높게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부품(66.7%) △자동차(53.8%) △일반기계(50%) △석유화학(44%) △철강(40.6%) 등 7개 업종에서 ‘채산성 악화’ 응답 비중이 ‘개선’보다 높았다. 전자부품은 개선·악화 전망 비율이 각 25%로 같았고 △반도체(10%) △선박(25%) 2개 업종만 개선 응답 비중이 더 높았다.
채산성 악화 원인으로는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 증가(44.8%) △수출 경쟁 심화로 인한 수출 단가 인하’(34.5%) △인건비 등 운영비용 증가(13.8%) 등으로 나타났다.
수출기업의 과반(53.3%)은 하반기 최대 수출 리스크로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53.3%)을 꼽았다. 이어 △글로벌 저성장에 따른 수요 침체(14.0%) △미국·중국 통상 갈등 심화(12.7%) 등이었다.
기업들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통상협정을 통한 관세 부담 완화(37.0%) △법인세 감세·투자 공제 등 세제지원 확대(18.7%) △신규 수출시장 발굴 지원(12.6%)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미국 관세정책과 글로벌 저성장으로 인한 수요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의 비용 절감 중심의 단기 대응은 한계가 있다”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비교우위를 반영한 통상협정과 수출 지역 다변화, 수출 경쟁력 제고를 통한 제도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