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올해 민간기업들의 123조원 투자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밀착 지원할 방침인 가운데 태양광 연계 ESS에 대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부여방안을 신속히 검토해 본격 추진할 방침을 밝혔다.
지난 3월 개최된 ‘주요 투자기업 간담회’에서 “신산업 분야 R&D 투자에 대해 신성장동력 R&D(20%)로 인정해 일반 R&D(2~3%)에 비해 세액공제율을 우대할 것이며, 기업들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융합 얼라이언스’ 구축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면서, “특히, 전기차와 스마트카를 시작으로 마이크로그리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위한 밀착 지원을 확산해나갈 것이며 태양광 연계 ESS에 대한 REC 가중치 부여방안을 신속히 검토해 올해 안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2020년에는 ESS 시장 30조8,000억원대 추산
산업부, ESS 시장 확대 위한 제도 개선 나서
글로벌 조사기관 내비건트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및 풍력 연계 ESS 시장은 오는 2024년까지 전 세계시장에서 30억달러 상당의 수요를 형성해 향후 10여년간 약 100배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에서도 지난해부터 2017년까지 총 4조7,000억원을 투자해 시장 창출을 지원하는 계획을 마련하는 등 ESS 시장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 역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ESS와의 연계를 통한 사업화 기회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전력 측에서는 ESS와의 연계를 통해 절약 가능한 전력비용의 규모가 연간 3,200억원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일단 국내에서는 주파수 조정(F/S)용 ESS 사업이 활발하다. 물론 기존에 발전 및 송배전을 포함하는 전력 공급 시스템에 ESS와의 연계를 통한 송전망의 안정성 확보만큼 최근 주파수 제어를 통한 전력 품질의 향상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한전과 정부가 협력해 F/R용 ESS 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한전은 오는 2017년까지 F/R용 ESS를 단계별로 총 500MW에 달하는 ESS를 설치할 것으로 밝히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산업부 또한 지난해에 전력시장 운영안을 개정해 송전 사업자인 한전의 F/R용 사업 참여를 허용함으로써 ESS 시장 확대를 위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 외에도 국내 기업들의 ESS 기술개발 투자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대표적으로 삼성SDI와 LG화학을 언급할 수 있다. 양사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시장에서 1위, 2위를 다투고 있다. 네비건트리서치가 발간한 ESS 분야 배터리 기업평가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이 총 84점으로 1위, 삼성SDI가 83.5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SDI는 향후 ESS 세계시장 선점을 위해 2020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자해 생산 규모를 공격적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며, LG화학 역시 지난해 초 주총을 통해 ‘전력저장용 설비 및 관련 제품의 제조·설치 및 매매’를 추가함으로써 관련 분야에서의 점유율 굳히기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에이치투는 레독스 플로 배터리(VRFB)를 탑재한 ESS와 태양광발전기 융합모델의 첫 상용화를 이뤄냈다.
에이치투는 지난 2013년에 이미 국내 최초 VRFB를 탑재한 50/100kWh급의 ESS 제품을 개발해 ESS 설계 및 생산뿐만 아니라 ESS 운영에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까지도 보유했다. 지난 2014년에는 세종시 세종호수공원 내에 에이치투의 VRFB를 적용한 ESS를 구축하며, 공원내 15개의 LED 가로등에 전기를 공급해왔다.
더불어 지난해에는 대전 유성지역에 부지를 확보하고 연간 30MWh급의 VRFB 생산공장을 구축해 양산체제를 마련했다. 이는 국내에서 에이치투의 독보적인 기술력 및 시장성을 인정받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VRFB는 많은 용량의 에너지를 저장하고 장시간 동안의 방전이 필요한 용도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장주기 ESS 배터리다. VRFB는 장수명, 저가의 초기 투자비용, 폭발 위험성이 적고 재활용이 가능한 장점을 바탕으로 주목해야 할 배터리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 태양광 대표기업인 OCI 또한 VRFB를 사용한 ESS를 현재 개발 중에 있다. 한화큐셀 역시 ESS를 생산하는 삼성 SDI와 손잡고 융합상품 출시와 보급에 나서고 있다. 한화큐셀이 만든 지붕형 태양광 모듈인 ‘큐홈(Q Home)’에 삼성SDI의 ESS를 장착해 독일 태양광발전시장에 진출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에스피브이, 선강엔지니어링, 더원코퍼레이션, 광명전기, 탑선 등의 업체 또한 신규로 ESS 시장에 진입하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태양광과의 융합, 어디까지 왔나?
태양광+ ESS 융합 ‘경제성’ 글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업들이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ESS 기술, 그렇다면 신재생에너지원과의 융합은 어느 수준까지 왔는가. 태양광에 국한해서 설명하면, 국내에서 태양광과 ESS의 융합 모델은 울릉도 등 일부 섬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즉, 국내에서 태양광+ESS 융합 모델은 마이크로그리드사업 중 일부에 한할 뿐 그 이상의 가능성을 펼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다양한 기업들의 ESS 기술개발 투자 외에 정작 태양광 전문기업들의 ESS 관련 성과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대부분의 태양광 인버터 기업들은 일찍이 ESS용 인버터를 개발하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지만 정작 이를 활용할 곳이 마땅치 않다. 일부 적용되고 있는 것이 독립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인데, 이는 울릉도 도서지역에 기존 고비용 디젤발전기 대신 ESS가 결합된 신재생에너지 전원을 구축하는 모델로 정부 측에서는 이 같은 시범 사업을 통한 신재생에너지원과 ESS의 융합을 통한 독립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의 활성화를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업계는 조금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 국내에서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에 있다. 더원코퍼레이션 이세동 팀장은 “ESS 시장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국내에서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뜻 언급하기 어렵다”면서, “배터리 가격이 워낙 고가인 데다, 전력요금 또한 해외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 일부 시범사업, 에너지자립섬 외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 필요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업계는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내 전력시장은 한국전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일원화 체제이다. 이는 해외시장과 비교했을 때, 독특한 구조로 볼 수 있다. 최근 산업부에서 국내 ESS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는 국내 ESS 시장에 활기를 북돋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현업의 한 관계자는 “ESS 발전사업자 법안과 같은 정책은 해외시장에서는 찾기 어렵다”면서,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 ESS 기술개발의 역사는 유럽이 더 빠르지만 성장 속도는 한국에서 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최근 정부에서 진행하는 ESS 및 스마트그리드 부문의 일정 사업을 일임해 스마트그리드에 필요한 신기술 및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어 국내 ESS 기술의 성장을 기대케 한다. 하지만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어서도 개선할 부분은 분명히 남아있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 개선돼야
정부와 기업, 각자가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며 국내 ESS 시장의 수준 향상을 견인하고는 있지만 허점 또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꼽힌다.
ESS 사업 대부분이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 업계는 국내시장의 건실한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의 경우,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 위주로 진행되는 만큼 실질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들은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거나, 혹은 기술력을 실제 적용할 수 있는 해외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실질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뜻이다.
태양광 전문기업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진행하는 ESS 관련한 국책과제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할당을 정해준다면 향후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에 있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 다양화 필요

한편, 국내 ESS 시장은 해외와는 달리 리튬이온전지를 주축으로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ESS 관련 배터리는 연축전지를 포함해 Nas, 플로 배터리 등 다양한 종류가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아직 리튬이온전지에만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세방전지 측은 “지금과 같이 대기업을 주축으로 한 리튬이온전지 개발의 강세가 이어진다면 향후 시장의 다양성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때문에 정부는 물론이지만 이 외 제조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우, 부문별 배터리의 활용성을 의무화함으로써 관련 산업의 다양화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례를 통해 국내 ESS 산업 또한 다양화를 위한 각계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업의 한 관계자는 “우선 정부나 한전에서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다양한 배터리가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면서, “더불어 기업들 또한 각자가 가진 기술력의 활용 가능한 시장에 대해 철저히 분석해 이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ESS 기술개발에 유독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경우, 유망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폭넓은 사업 선택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데, 특히 초기 투자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즉, 미국에서는 프로젝트 매니저가 금융을 통해 투자금을 획득하고 이 자금으로 필요 제품을 구입하는 구조다. 물론 프로젝트 매니저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업체들은 자사 제품의 품질을 증명할 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되며, 이를 통해 매니저는 이들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매니저의 수익금은 이들 기업들이 ESS 제품을 통해 얻게 되는 전기세가 된다.
지난해 유독 정부에서 ESS 관련 국책과제 추진에 열을 올렸는데, 물론 그것만으로도 국내 에너지 업계에는 좋은 소식일 수 있지만 보다 건실한 성장을 위해서는 미국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더불어 균형 있는 발전, 개발이 진행되기 위해 보다 심도 있는 분석과 전략 추진이 필요한 시기다.
SOLAR TODAY 이 서 윤 기자(st@infoth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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