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주 신저가 갱신 등 주가하락에 임원 책임경영 강화 차원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9월 들어 삼성전자 임원들이 ‘책임경영’ 일환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부터 현재까지 26억여원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였을 정도다. 앞서 6월에도 삼성 임원들은 43억여원의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6월과 9월 삼성전자 임원들의 릴레이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이라는 점에서 지향점은 같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6월에는 하반기 반도체 업황 전망이 밝게 점쳐지며, 긍정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9월 자사주 매입은 반도체 업황 전망에 그림자가 드리움과 동시에 갤럭시 Z플립6·Z폴드6의 부진 등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하면서 절박한 분위기를 강하게 풍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현재까지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 10명이 매입한 자사주는 3만8749주, 26억3216만 어치에 이른다.
한종희 부회장이 지난 5일 1만주를 총 7억3800만원에 매입해 가장 눈에 띄었다. 두번째로 매입 규모가 컸던 박학규 CFO(최고재무책임자) 사장은 지난 12일 6000주, 3억999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노태문 MX부문 사장도 9일 5000주, 3억4750만원으로 3번째로 많은 액수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이달 5일 종가 6만9000원으로 6만원대로 접어든 이후 줄곧 하락세가 이어지자 ‘주가 방어’를 위해 삼성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 주식은 종가 6만26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임원들의 결의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의 임원들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지난 7~8월에는 소강 상태에 머문 바 있다.
8월에는 정용준 파우드리 품질팀장 부사장, 고현목 삼성 리서치 글로벌 AI센터 상무, 오문옥 혁신센터장 부사장, 박태훈 제조&기술담당 메모리제조기술센터 담당임원 등 4명의 임원이 총 2392주, 1억9823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하는데 그쳤다.
7월에는 자사주 매입 움직임이 없었다.
삼성전자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바람은 지난 6월에도 강풍 처럼 몰아친 바 있다. 전영현 부회장을 중심으로 29명의 임원들이 총 43억3646만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박학규 사장이 6월 3일 5500주, 4억535만원, 전영현 부회장이 같은달 13일 5000주, 3억7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6월 릴레이 자사주 매입 역시 책임경영이라는 지향점은 이달과 마찬가지였지만 분위기는 훨씬 밝았다.
채미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시 "D램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메모리 업사이클이 2025년까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업황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분위기가 달라진 이유는 D램 업황이 긍정에서 부정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달 NH·KB·키움·한투·삼성·신영·대신·현대차·유진·BNK 등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평균 17.03% 하향 조정했다.
D램의 주 수요처인 스마트폰, PC 등 제품 수요 부진으로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실적 전망이 예상을 밑돌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지난 7월 기대 속에 출시한 갤럭시 Z 폴드6·플립6의 부진도 부정적 전망 조성에 한몫했다.
갤럭시 Z 폴드6·플립6의 국내 사전 판매고는 총 91만대를 기록해 전작 사전 판매(102만대) 대비 10.7% 줄었다. 결국 출시 2주 만에 SKT-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공시 지원금을 2배 이상 높이는 등 Z 폴드6 · 플립6 할인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