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박한구 명예회장] 현대 제조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기술 혁신이 제조의 전 과정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SDM(Software Defined Manufacturing), 즉 ‘소프트웨어 정의 제조’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SDM은 제조, 서비스, 공급망의 핵심 요소를 소프트웨어에 의해 정의되고 제어되는 시스템으로 자동화와 디지털화의 최종 진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SDM은 SDSC(Software Defined Supply chain), SDF(Software Defined Factory), SDS(Software Defined Service)로 구성되고, 또한 SDF는 SDA(Software Defined Automation), SDR(Software Defined Robot), SDN(Software Defined Networking) 등으로 구성돼 있어, 제조 공정뿐만 아니라 공급망, 공장 전체와 서비스까지 포괄하는 자율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기존 제조 패러다임의 운영 현황과 문제점
기존 제조 기업은 설비 공급사나 공정 엔지니어가 설계한 대로 특정 벤더의 설비를 도입하고, 각 설비에 맞춰 공정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과정에서 설비 간 데이터 통신 및 상호 운용성이 고려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첫째, 설비 간 상호운용성 부족으로 다양한 벤더의 설비 간 데이터 통신이 원활하지 않아, 설비들이 제 기능을 100% 발휘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둘째, 설비 간의 상호 연결성을 보장하기 위한 맞춤형 개발이나 추가적인 솔루션 도입이 필요하며, 이는 기업에게 높은 비용 부담을 초래했다. 상호운용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했다.
셋째, 데이터 표준화 부족이다. 설비 간 데이터 형식이 통일되지 않고, 각기 다른 형식의 데이터를 변환해야 하는 추가 작업이 필요해 데이터 분석과 활용에 제약이 있었다. 그 결과 기업들은 추가적인 경제적 부품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고비용 인프라로 상호 연결되지 않는 시스템들을 통합하려면 추가적인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도입해야 하며, 이는 시스템 유지보수 비용까지 증가시켰다. 데이터 통합의 어려움으로 다양한 공급사에서 제공하는 시스템 간 데이터 연동을 위해 데이터 변환과 통합 작업이 필수적이었고, 이 과정에서 데이터 신뢰성도 낮아져 버렸다.
새로운 SDM 패러다임으로의 전환과 해결방안
SDM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 자율제조와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첫째, AAS(Asset Administration Shell)와 OPC-UA(Open Platform Communications - Unified Architecture) 통신 등 국제 표준을 적용해야 한다. 모든 자산을 디지털로 표현하고 물리적인 계층과 소프트웨어 계층을 완벽하게 분리해 Plug & Produce가 가능하도록 가치사슬상 모든 기업이 구축해 나간다.
둘째, 탄소규제 대응을 위해 가치사슬 기업간 데이터 공유와 협력 플랫폼을 SDM 기반으로 적용한다. 2023년부터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에서 매년 ESG 보고서에 공급망(Scope 3)을 포함하고, 2026년부터 EU의 디지털제품여권(DPP) 등 탄소규제가 시작된다.

기존에는 탄소배출 관리를 기업 내부(Scope 1, 2)에 집중했으나, 최근에는 공급망(Scope 3)까지 포함해 관리하도록 탄소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스페이스 플랫폼을 사용해 가치사슬 내 기업들이 서로 데이터를 교환하고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SDM 기반에서는 공급기업을 포함해 각 설비와 공정이 소프트웨어로 연결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교환할 수 있다. 사용 후 재사용, 재활용하는 서비스 체계까지 소프트웨어로 연결해 제품의 전 생애주기를 종합관리하는 데이터스페이스 플랫폼으로 필요한 데이터 교환과 보고가 훨씬 수월해 진다.
셋째, 데이터스페이스 플랫폼의 도입이다. 데이터스페이스는 기업 간, 국가 간 데이터를 신뢰성 있게 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EU는 27개국이 하나의 국가처럼 데이터의 주권을 갖고 필요한 데이터를 공유, 협력하는 Gaia-X 협회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지난 10월 14~15일 한독 포럼에서 정부가 ‘한-유럽연합(EU) 글로벌 데이터 협력센터’를 설립해 한국 데이터 기업의 유럽 진출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데이터 관련 여러 부처와 산업계·학계·연구계가 함께 활동하는 ‘민관합동 국가 데이터 협의체’도 출범해 데이터 생태계 조성에 협력하기로 했다. 일본은 우라노스 플랫폼, 중국, 미국 또한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수출 중심의 한국 정부가 만약 한국형 독자적인 데이터스페이스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EU·미국·중국·일본 등과 데이터 교환 및 협력을 위한 변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는 데이터를 생성하는 기업부터 국가간, 해외 다른 기업간 데이터 변환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낭비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EU 데이터스페이스와 동일한 규격으로 한국에 데이터스페이스를 구축한다면, 일본·미국·중국은 EU 데이터스페이스와 연결성, 운영성을 위해 변환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한국은 각 나라와 데이터 교환하는 비용이 매우 절감할 수 있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SDM은 이러한 데이터스페이스와 연동돼 기업 간 데이터 변환 없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협업을 강화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기존 패러다임은 제조 설비와 공정이 벤더 종속적 설계로 설비 간 상호 연결성 문제와 높은 비용 부담은 물론, 데이터 관리와 ESG 규제 대응에 한계가 있다. 반면, 새로운 SDM 기반 패러다임은 AAS와 OPC-UA와 같은 국제 표준을 도입해 설비 간 데이터 통신을 원활하게 하고, 소프트웨어 정의 시스템을 통해 유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또 데이터스페이스 플랫폼을 통해 가치 사슬 전반의 데이터 교환을 가능하게 해, Scope 3까지 포함한 ESG 규제 대응에도 유리한 구조로 변모한다. 혹자는 “아니! SDM 방식으로 안 해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반문할 수도 있다. 가능하다. 하지만 개방성 부족으로 막대한 변환 비용과 사용상 어려움으로 많은 기업이 추종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가치사슬 상 모든 기업에서의 SDM 도입은 기존 제조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소프트웨어 중심의 체계를 구현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제조 기업, 장비 제작 기업, 소프트웨어 공급 기업의 역할과 책임은 매우 중요하며, 이들 기업이 SDM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와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각 기업이 SDM을 준비하고 도입하기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공유한다.
제조 기업 : 자율 생산 공장 구축을 위한 준비
제조 기업은 SDM 전환의 핵심 주체로 공장 전체의 소프트웨어화를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 SDA, SDF, SDN, SDSC, SDS는 제조 기업이 실현해야 할 핵심 요소다. SDM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공정의 자동화에서 출발해 전사적으로 공장을 최적화하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제조 기업의 사전 준비로 첫째, 공정 분석 및 최적화 계획을 수립한다. 현재 공정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화할 수 있는 영역과 최적화가 필요한 부분을 분석한다. SDA는 생산 설비와 공정을 자동화하는 첫 번째 단계다. 기존의 공정을 자동화, 디지털화하고 IoT(사물인터넷) 기반의 센서를 도입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을 도입한다.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MES와 ERP 등의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필요하다. 셋째, 자율 서비스 체계를 구축한다. SDS를 통해 고객이 사용하는 제품의 사용, 유지보수, 재활용 등의 서비스를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는 제조 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요소다. 제조 기업은 미래 대응 전략으로 SDM 전환을 통해 궁극적으로 완전 자율 생산 공장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각 공정이 실시간 데이터를 통해 자율적으로 최적화되고, 공장이 스스로 운영되며 공정 간에 실시간 협업이 이루어지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또한 AI 기반의 자율 시스템을 도입해 사람의 개입 없이도 문제가 해결되고 최적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장비 제작 기업 : 소프트웨어 중심의 스마트 설비 개발
장비 제작 기업은 제조 기업에 자동화 설비와 장비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 장비에서 벗어나, SDA와 SDF와 호환되는 스마트 설비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장비가 제조 기업의 소프트웨어 시스템과 완벽하게 연동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장비 제작 기업이 사전 준비해야 할 일은 첫째, 스마트 설비 개발이다. 장비에 IoT 센서와 AI를 통합해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는 스마트 설비를 개발해야 한다. 이 설비는 SDA를 기반으로 제조 공정과 연동돼야 하며, SDN을 통해 실시간 통신이 가능해야 한다. 둘째, 예측 유지보수 기능의 도입이다. 장비에 센서를 탑재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장을 예측하고 유지보수를 사전에 계획할 수 있는 예측 유지보수(Predictive Maintenance) 기능을 제공하도록 한다.

[전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장]
셋째, 클라우드 기반 통합 관리 시스템 제공이다.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을 통해 장비의 성능을 중앙에서 모니터링하고, 자동화된 유지보수 및 성능 최적화 기능을 제공한다. 이는 제조 기업이 장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수적이다. 따라서 장비 제작 기업의 미래 대응 전략은 스마트 제조 환경에서 제조 기업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제조 공정에서 요구하는 성능과 기능을 충족할 수 있도록 장비를 맞춤형으로 설계하고, AI 및 머신러닝 기술을 통합해 장비가 스스로 학습하고 최적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SDM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장비 제작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이다.
소프트웨어 설계 및 공급 기업 : 제조 공정 맞춤형 소프트웨어 제공
소프트웨어 설계 및 공급 기업은 SDM 체계의 성공적인 전환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제조 기업과 장비 제작 기업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통합하고 공정 최적화를 실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공급 기업의 사전 준비 전략은 첫째, 제조 공정 맞춤형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제조 공정과 장비에 맞는 맞춤형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설계하고 개발해야 한다. SDA, SDF와 호환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함으로써 제조 기업이 공정 자동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둘째, 통합 데이터 관리 플랫폼 구축이다. SDN을 기반으로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 관리 플랫폼을 설계한다. 이 플랫폼을 통해 제조 공정과 장비 간의 통신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실시간 공정 최적화가 가능해야 한다.
셋째, SDS 기반 서비스 자동화 소프트웨어 제공이다. 제조 기업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자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SDS 기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소프트웨어는 제품의 사용, 유지보수, 재활용 등 제품 라이프사이클 전반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공급 기업의 미래 대응 전략으로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과 AI 통합 서비스를 제공해 제조 기업과 장비 제작 기업이 실시간 데이터를 통합하고 공정 자동화 및 최적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제조 환경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고객의 요구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중점을 둬야 한다.
SDM 전환을 위한 협력과 준비가 미래 경쟁력 좌우
미래 제조의 패러다임은 SDM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으며, 이는 제조 기업뿐만 아니라 장비 제작 기업과 소프트웨어 공급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각 기업은 자신의 역할에 맞게 소프트웨어 중심의 제조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며, 이를 통해 자율 생산 및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제조 기업은 SDA, SDF, SDN, SDSC, SDS를 도입해 공정 자동화와 전사적 최적화를 이뤄야 하며, 장비 제작 기업은 스마트 설비를 개발해 제조 공정에 기여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공급 기업은 각 공정과 설비를 연결하고 통합할 수 있는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제공함으로써 제조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완성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기업들이 상호 협력해 미래의 제조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