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체제 하에 ’칼바람‘ 인사 여부 주목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롯데그룹이 최근 악성 루머 등으로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다잡고자 지난해보다 일주일 이상 앞당겨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신세계 등 주요 유통사들이 강도 높은 쇄신 인사를 먼저 단행했다는 점에 비춰 볼때 롯데 인사에도 ‘칼바람’이 불 것으로 유통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와 계열사들은 오는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 등에서 각각 이사회를 연다.
이사회는 대부분의 계열사에서 28일 오전에 개최될 예정이어서 이사회 이후 오후쯤 인사 발표가 이어질 전망이다.
예상대로 이날 인사가 단행된다면 2022년보다는 17일, 지난해보다는 8일 정도 앞당겨지는 셈이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된 유동성 관련 악성 루머로 시달리고 있는 롯데그룹이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일축하고 조속히 조직 쇄신에 나섰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올해 롯데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인적 쇄신의 강도다.
유동성 루머가 불거지기 이전부터 롯데지주는 이미 지난 8월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섰고, 롯데면세점과 롯데케미칼은 이보다 앞선 6월과 7월 각각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이커머스 롯데온(6월)을 신호탄으로 롯데면세점(8월), 코리아세븐(10월), 롯데호텔앤리조트(11월) 등 유통 부문 계열사는 차례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는 점에서 예년보다 인사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실적 개선에 실패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폭의 물갈이 인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다.
특히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는 내년 3월 등기임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는 2020년 8월부터 롯데지주 대표를 맡아 왔다.
이 대표는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는 데 있어선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최근 불거진 ‘그룹 위기설’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며 시장에 부정적 시그널을 줬다는 책임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외에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대표로 유통‧식품군에선 롯데마트·롯데슈퍼를 이끄는 강성현 롯데쇼핑 대표,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이영구 롯데웰푸드 대표,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 등이 있다.
이들 중 이영구 롯데웰푸드 대표는 지난해 롯데제과·롯데푸드 합병 이후 롯데웰푸드를 안정적으로 경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학군에서는 황진구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아울러 롯데는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60대 계열사 대표 8명 퇴진을 비롯해 대표 14명을 교체했다. 외부 전문가 영입으로 '순혈주의 타파' 기조와 젊은 피 수혈, 여성 리더 전진 배치 등 혁신을 단행했던 만큼 이번 인사 역시 새로운 인물 등장에도 초점이 맞춰진다.
이외에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38)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의 승진 여부도 관전 포인트의 하나다. 신 전무는 지난해 인사에서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바 있다.
한편 롯데보다 앞서 정기 인사를 실시한 주요 유통 기업들은 인사와 조직 개편에서 경영 효율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30일 신세계그룹은 정기 인사에서 임원 수를 10%가량 줄였다. 이마트는 트레이더스본부와 판매본부를 영업본부로, 신세계백화점은 영업본부와 브랜드사업본부를 영업본부로, 재무관리본부와 지원본부를 지원본부로 각각 통폐합하며 효율화를 꾀했다.
CJ그룹도 CJ제일제당을 비롯한 일부 계열사의 임원 규모를 축소했다. 이에 임원 승진자 수는 2023년 44명에서 2024년 19명, 2025년 21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의 경우 매출 하위권에 있는 신촌·미아·천호점 등의 영업관리 인력 30%가량을 본사로 재배치하고 통합 상품기획(MD)을 담당하도록 하는 등 인력 효율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