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악의 상황 온다 해도 이사회 구성 10: 6으로 고려아연 우위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고려아연 경영권의 향방이 달린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실상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ISS는 최윤범 회장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 관련 안건에는 반대 입장을 나타냈지만 ‘이사 수 상한 설정안’에 대해서는 찬성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ISS는 이사 수 상한을 16명 정도로 제시했는데, 상한이 정해지면 총 14명의 신규이사를 선임해 이사회를 장악하려던 영풍·MBK 파트너스의 시도가 무력화 된다.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ISS 권고대로 16명으로 이사수가 제한될 경우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겪는다고 해도 '고려아연 10명대 영풍MBK 6명'의 이사회가 구성된다.
10일 ISS는 이날 발표한 '고려아연 임시주총 의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고려아연은 글로벌 아연 제련 부문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기술 선도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러한 점은 MBK-영풍도 인정한다"고 평가했다.
ISS는 또 "고려아연은 역사적으로 동종업체보다 높은 영업 마진을 기록해왔다“며 현 경영진의 성과를 높이 샀다.
특히 ISS는 임시주총 안건 가운데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에 대해 찬성할 것을 권고한 것을 두고 사실상 최윤범 회장 등 현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 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사 수 상한 설정은 현 경영진이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 핵심으로 꼽는 안건이다.
영풍·MBK 측은 현 고려아연 이사회 12명(사내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3명, 사외이사 6명)보다도 많은 14명에 이르는 신규이사 선임 안건을 임시주총에 상정했다.
이들이 모두 선임될 경우 이사회 규모는 27명으로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질 뿐만아니라, 경영권 역시 영풍·MBK 측으로 넘어갈 수 밖다.
ISS는 이사 수 상한 안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하면서 적정 이사회 이사 수를 16명 수준으로 제시했다.
ISS는 "16명으로 재구성된 이사회는 보다 민첩하고 기능적이며 새로운 관점을 추가하고 강력한 논의를 촉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영풍·MBK 측이 제안한 이사 14명 가운데 4명만이 이사회 운영 개선과 감독기능 강화에 적합하다며, 4명에 대해서만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MBK이 임시주총을 요구한 목적은 '이사회 장악'에 있다"며 "ISS가 MBK-영풍의 이사 후보 14명 전원이 추가되는 것에 반대하고 이사회를 16명으로 제한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힌 건, MBK-영풍의 이사회 장악 시도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관계자는 "현 경영진 측이 중심인 거버넌스 체제를 바꾸면 안 된다는 입장으로 이해된다"고 밝혔다.
이사 수 상한이 16명으로 설정된다면 고려아연이 임시주총에서 '최악'의 상황을 맡는다 할지라도 최종 이사회 구성은 고려아연 측 10명, 영풍·MBK 측 6명이 성립된다. 사실상 여전히 현 경영진 체제가 유지되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12명에는 확실히 영풍 측 인사라 볼 수 있는 장형진 영풍 고문과 중립성향을 보이는 이사로는 김우주 기타비상무이사(현 현대자동차 기획조정 1실 본부장)가 포함돼 있다. 중립이던 김우주 기타비상무이사가 영풍·MBK 측으로 기운다해도 고려아연 측 10명, 영풍·MBK 측 2명이 된다.
여기에 이사회 상한이 16명으로 설정된다 했을 때 신규 선임할 수 있는 이사수는 4명으로 제한된다. 신규 선임 이사가 모두 영풍·MBK 측 인사로 채워져도 최종 이사회 구성은 고려아연 측 10명 대 영풍·MBK 측 6명이다.
한편, ISS는 △액면분할 △소수주주 보호 정관 명문화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집행임원제 도입 등에 대해 모두 찬성을 권고했다. 반면 임시주총의 또 다른 핵심 안건으로 꼽히는 집중투표제에 대해서는 반대를 권고했다.
앞서 7일 국내 의결권 자문사 '한국ESG평가원'은 "고려아연 장기지속 성장과 주주권익 측면에서 현 경영진 측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며 현 경영진이 제안한 안건 등에 대해 모두 찬성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한국ESG평가원은 "현 경영진 측은 지속가능경영의 잣대인 국내외 ESG평가기관들의 ESG등급에서 영풍 측보다 우위를 보이고 있다"며 "MBK 같은 사모펀드는 기업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 등에 강점을 갖고 있지만 현재 고려아연은 그와 같은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기 힘들어 MBK가 기업가치 제고에 우위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다음주 쯤 고려아연 의안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