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차세대 반투명 태양전지 개발… BIPV 시장 주목받나?
  • 이건오 기자
  • 승인 2025.01.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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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적 반투명 유기태양전지 모듈 면적서 고효율·안정성 확보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태양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는 태양전지(태양광 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청정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현재 상용화된 실리콘 태양전지는 부피가 크고 무거우며 효율성이 낮은 데다가 불투명한 특성이 있어 도심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이 제작한 반투명 유기태양전지 모듈의 단면 구조와 봉지 방법들을 나열한 모식도(상단)와 대면적 모듈의 장기 안정성 평가를 통한 효율 변화 추세(좌측 하단) 및 기존 문헌에서 보고된 효율과 안정성과 비교한 본 연구의 우수성 지표(우측 하단) [자료=GIST]

국내 연구진이 1,000시간 이상의 고안정성 테스트를 거친 세계 최대 수준인 206cm2 크기의 대면적 반투명 유기태양전지 모듈을 구현해 대형화와 내구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데 성공함으로써 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BIPV) 시장에서 고효율과 심미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상품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차세대에너지연구소 강홍규 책임연구원과 신소재공학부 이광희 교수 공동연구팀이 도심 친화형 태양광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차세대 반투명 유기태양전지’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반투명 유기태양전지는 건축물 창호나 차량 유리, 디스플레이 등 투명성이 요구되는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며, 심미성을 유지하면서도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도시 환경과 조화로운 에너지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도심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확대 및 미래 에너지 산업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넓은 면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공정 자동화 및 생산 효율 극대화로 장기적 경제성과 친환경성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반투명 유기태양전지 기술은 유기 소재와 투명 전극의 취약성으로 인해 장기적 안정성과 건물에 적용하기 위한 대면적 구현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지금까지의 유기태양전지는 주로 불투명한 형태로 연구가 이뤄져 왔으며, 반투명 유기태양전지 연구도 작은 셀 단위나 소면적 모듈에서 제한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상업적으로 경쟁력 있는 수준의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한 연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유기태양전지는 습기, 산소, 자외선 등 외부 환경에 민감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효율이 급격히 저하되는 내구성 문제가 있다. 기존 봉지화 방식은 이러한 스트레스 요인을 충분히 차단하지 못할뿐더러 일반적인 봉지재 적용 시 투과도를 크게 떨어뜨려 반투명 유기태양전지 상용화의 큰 장애물로 작용했다.

반투명 태양전지 모듈의 열화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시간에 따른 유기 반도체 소재의 흡광도 변화를 분석한 결과. 광산화로 인해 소재의 열화 과정을 확인하였으며, 봉지재 적용을 통해 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음을 입증함(좌측), 모듈 내부 저항의 변화를 통해 봉지재가 투명전극의 광산화 또한 성공적으로 방지함을 확인함(우측) [자료=GIST]

이에 연구팀은 모듈의 확장성 구현을 위해 슬롯다이코팅(Slot-die Coating) 공정을 도입해 대면적 모듈에서도 균일한 코팅 두께를 구현해 효율 균일도를 확보했다. 또한, 기존 독성 용매 대신 친환경 비할로겐 용매를 활용해 작업자의 안전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고려했다.

슬롯다이 코팅(Slot-Die Coating)은 액상 재료를 균일하고 정밀한 두께로 연속적으로 도포하는 공정 기술로 나노 박막 형성 및 대량 생산에 쓰이는 코팅 방식을 말한다.

연구팀은 또한 유리-유리(G2G) 봉지 기술을 기반해 대면적 모듈 크기를 완전히 보호하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특히, 머캅토에스터(Mercapto-Ester)가 포함된 고투명 무용제 수지를 활용해 자외선에 의해 폴리머 네트워크 형성을 유도함으로써 외부 요인으로 인한 열화를 지연시켜 모듈의 고내구성까지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206cm2 크기의 대면적 반투명 유기태양전지 모듈에서 1,000시간 이상의 가속 열화 조건에서 고안정성(ISOS-L-2 테스트)을 확보했다. 이는 기존 문헌에 보고된 최고 수준인 114.5cm2 면적에서 4.5%의 광전변환효율과 비교했을 때, 약 1.8배의 면적 증가와 동시에 2.3배 높은 광전변환 효율을 달성한 것이다.

아울러 유기태양전지의 주요 열화 기작인 광산화와 전극 산화를 효과적으로 억제한 결과로, 초기 광변환 효율 감소율 10.37%에서 1,000시간 가속 열화 조건 테스트 후에도 8.8%를 유지하는 성과를 얻었다. 특히, 보고된 문헌에서는 약 4,00시간 이내에 20% 이상의 효율 감소를 보였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1,000시간 장시간 테스트에서도 15% 감소에 그치는 획기적인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또한, 연구팀은 건물용 유리 표준(KS L 2514)에 부합하는 광학·에너지 차단 성능에 대해 인증 기관인 한국유리공업 기술연구소(현 LX글라스 기술연구소)를 통해 시험성적서를 발급받음으로써 현재 사용되고 있는 건축용 유리를 반투명 유기태양전지로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사진 왼쪽부터 강홍규 책임연구원, 이광희 교수, 정현석 연구원, 기태윤 박사과정생, 임동하 연구원 [사진=GIST]

실제로 지난 2022년 11월 신소재공학부 이광희 교수가 창업한 리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건물일체형 반투명 유기태양전지의 상용화를 목표로 대량 생산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IST 강홍규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 성과는 유기태양전지의 대면적 확장 가능성과 장기 안정성 문제를 봉지 공정을 통해 해결했다”고 설명하며, “차량용 윈도우나 스마트 디스플레이 등 일상 속 다양한 영역에 반투명 태양전지를 적용함으로써 도심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확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GIST 차세대에너지연구소 강홍규 책임연구원과 신소재공학부 이광희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하고, 차세대에너지연구소 정현석 연구원, 기태윤 박사과정생, 히거신소재연구센터 임동하 연구원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 개인기초연구, 창업성장기술개발, 그리고 GIST 차세대에너지연구소의 기관 고유 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화학공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케미컬엔지니어링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2025년 1월 1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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